'동성간 성추행' 피해자에게
'비밀유지 각서' 내민 안다르

2020.10.29 17:20
'투명인간.' 24일 만난 8년차 의류 디자이너 A(32)씨는 차라리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했으면, 아예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볼 수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A씨의 집에는 정신과에서 받은 약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잘 지내다가도 문득문득, 인터넷 서핑을 하다 다른 성추행 기사를 보면 불현듯, 안다르에서 있었던 그 기억이 뇌리를 기습해 오면 A씨는 손과 발이 떨린다. 그때마다 한움큼씩 약을 억지로 삼킨 뒤, 잠에 든다고 한다. 잠시라도 잊는 방법은 잠뿐이다. '11개월.' A씨가 안다르에서 일한 시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11개월이라는 시간은 A씨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긴 머리, 진한 화장, 화려한 옷차림과 뾰족한 구두는 짧은 숏컷, 맨얼굴, 펑퍼짐한 검은 후드티에 통큰바지, 닳고 닳은 스니커즈로 바뀌었다. 검은색 비니를 눈썹 바로 위까지 깊숙히 눌러 쓴 A씨는 인터뷰 내내 손을 후드티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불안한 듯 다리를 떨었다. A씨는 국내 유명 요가복 브랜드 안다르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다. A씨가 겪은 일은 성추행 및 숙소 침입 피해를 입은 신사업TF팀 직원 신모씨의 사례(본보 10월 22일자 2면)와는 별도의 사건이다. A씨는 올해 3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사내에서 문제를 제기한 뒤 회사의 대응에 실망해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파주경찰서는 올해 6월 19일 성폭력처벌특별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받는 안다르 디자인연구소장인 여성 B(40)씨에 대해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피팅 과정(모델에게 시험 제작 의류를 직접 착용하게 한 뒤 디자인을 점검하는 단계)에서 디자이너인 A씨를 수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사내 폐쇄회로(CC)TV 영상 및 A씨의 진술 등을 통해 B씨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B씨는 안다르 사내 자체 조사 및 경찰 조사 등에서 "업무에 필요한 수준의 신체 접촉이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넘겨 받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해당 사건을 두고 최종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A씨의 악몽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A씨는 지난해 7월 30일 안다르에 경력직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의류까지 사업 분야 확장에 나선 안다르가 관련 인원 확충에 나서며 디자이너를 대거 채용하기 시작하던 중이었다. 2개의 디자인팀 중 한 팀의 팀장이자 A씨의 직속상사인 B씨는 A씨보다 2개월 전에 안다르에 입사한 경력직이었다. B씨 밑에는 부팀장격인 파트장이 있었고, A씨 밑에는 후배 디자이너가 2명 있었다. A씨는 팀의 중견 디자이너 역할을 맡은 셈이었다. A씨는 할 말은 하는, 똑부러지고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입사 초기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A씨는 "B씨가 업무시간 내내 팀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계속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 주장에 따르면 B씨는 A씨와 팀원들의 외모 품평을 자주 했다고 한다. A씨가 화장을 하고 출근하면 "여자가 쎄 보이는 화장하면 소박 맞아"라고, A씨가 화장을 안 하고 출근하면 "너 화장 안하고 다니면 남자 못 꼬신다"고 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짧은 옷을 입으면 "너 궁뎅이 보인다", 노출 없는 옷을 입으면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겠다"고 하며 쉴새 없이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줬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벗기는 건 쉬운데, 입히는 건 어렵지" "엉덩이가 봉긋한 게 좋다" 등의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중견 디자이너로서,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웃으며 B씨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건 A씨의 몫이었다. 그런 지적을 피하기 위해 A씨는 스타일을 바꿔야 했다. 지난해 9월 18일 미용실에 달려가 긴 머리를 짧게 잘랐다. A씨는 "안다르 입사 후 화장도 안 하고, 꾸미지 않게 됐다. B씨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 B씨한테 단 한 마디라도 듣는 게 너무 싫어서였다. 무색무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A씨가 특히 참을 수 없었던 부분은 피팅 과정 중 B씨의 신체 접촉이었다. 보통 의류회사는 피팅 전담 모델을 시간당 혹은 일당 형식으로 고용하지만, 안다르의 경우 피팅 모델이 없었고 한다. 디자이너들이 피팅 업무를 대신 하는 방식이었다. 디자이너가 자기 옷을 직접 입고 봉제나 사이즈를 확인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디자이너에게 본격적인 피팅 업무를 전담시키는 건 안다르가 처음이었다는 게 A씨 이야기다. 직원들이 모델을 구해달라고 요구해도, 돌아온 말은 항상 "구하고 있다"는 대답뿐이었다고 한다. B씨는 팀원들 중에서도 A씨에게 피팅을 주로 맡겼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8월부터 2월까지 7개월간 피팅 과정 중 수차례에 걸쳐 A씨의 가슴을 찌르거나 가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 내리고, 엉덩이에 손을 얹어 위에서 아래로 쓸어 내렸으며, 바지 지퍼를 내려 속옷을 보는 등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한다. A씨는 "B씨가 바지를 피팅하는 날엔 은밀한 부분을 수초간 만지며 '느끼는 건 아니지?'라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중순경 배꼽이 드러난 옷을 피팅할 때는 B씨가 갑자기 배꼽에 손을 넣는 일도 있었다"며 "피팅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인데 깜짝 놀랐고 불편했다"고 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B씨가 커튼을 젖히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안다르 디자인팀 직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메신저방을 보면 한 동료 디자이너가 B씨의 해당 행위를 목격하고 "B씨가 A언니 성희롱 또 했네. 언니 피팅 룸 안에 있는데 커텐 제낌"이라고 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피팅 업무라도, 신체 접촉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A씨는 "특히 제가 디자인한 옷들은 몸에 붙는 요가복이 아닌 품(여유)이 있는 라이프스타일 의류"라며 "전혀 신체 접촉을 할 필요도, 할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카카오톡 단체메신저방에서 친구들에게 "난 지금 가슴이랑 엉덩이 가랭이 할 것 없이 만져댐. 난 거의 공공재야. 인권 따윈 개나 준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피팅을 하게 되면 일정 부분 신체 접촉은 피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A씨가 피팅을 할 때와 다르게 B씨는 신애련 안다르 대표가 직접 피팅을 할 때는 신체 접촉을 최대한 자제했다고 한다. 안다르는 제품 출시 전 최종 품질관리(QC) 때 신 대표가 와서 직접 피팅을 하는데, B씨는 단 한 번도 신 대표의 신체를 더듬지 않았다. 오히려 무릎을 꿇고 상전 모시는 듯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B씨는 올해 1월 디자인연구소 소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2명의 후배 디자이너는 버티다 못해 결국 회사를 떠났다. 그 자리는 또 새로 채용된 후배가 채웠다. A씨는 "파트장을 통해 더이상 피팅 업무를 못하겠다고 보고했고, 이후 후배 디자이너가 피팅하는 일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2월 24일, A씨를 무너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B씨가 요가복을 디자인하는 팀에서 피팅을 할 사람이 마땅히 없다고 저한테 한 번만 피팅을 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며 "거절할 수 없어 브라탑을 입게 됐다"고 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B씨는 가슴 안쪽 봉제가 잘못된 것 같다며 브라탑 안쪽 부분을 강제로 당겨 A씨의 가슴과 유두를 들여다 봤다. A씨는 "10여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B씨가 제 브라탑 앞부분을 내려 젖가슴이 다 드러난 상황이 순식간에 발생했다"며 "그 자리엔 남자들도 있었는데, 제 가슴이 수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졌다는 생각에 어지럽고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날의 충격은 지금도 A씨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 하지만 당시 A씨는 이 일을 사측에 문제삼기 어려웠다고 한다. A씨는 "1월에 언론에 나왔던 성추행 피해자(신씨) 이야기가 돌았는데, 다들 피해자를 오히려 이상한 취급하는 분위기였다"며 "회사에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해도, 나도 그 피해자와 같은 상황에 처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동성간 성추행이라, 주변에서 쏟아질 "예민하다"는 2차 가해도 두려웠단다. 하지만 올해 3월 A씨의 의사와 달리, A씨가 당시 사건들에 대해 묻고 다닌다는 보고가 인사팀에 올라갔다. 인사팀은 즉시 A씨를 불렀다. A씨는 인사팀장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그간의 일을 이야기했다. A씨는 인사팀과 일주일간 연차를 사용하기로 협의하고, A씨는 복귀 시 업무 공간 분리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간곡하게 부탁했다. 일주일 동안 A씨는 해바라기센터에 찾아가 상담을 받고, 변호사를 선임해 B씨를 고소했다. 정신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돌아온 회사는 A씨를 더 힘들게 했다. 그동안 A씨가 맡고 있던 업무는 다른 팀원들에게 모두 재배정됐다. A씨가 항의하자, 인사팀은 "계획되지 않은 휴가"라며 "본인 책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업무 공간 분리를 이유로 B씨는 디자인실 옆 방에 개인 사무실을 갖게 됐다. 이후 의류 출시 전 피팅 및 최종 QC, 팀 회의 등 거의 모든 업무가 B씨의 방에서 이뤄졌다. 회의에서 B씨가 팀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A씨는 알 수 없었다. A씨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파트장을 통해 회의 결과를 전해 듣는 것뿐이었다. 회의 내용을 알 수 없으니, A씨의 결과물은 회사가 원하는 방향과 달랐고 A씨는 '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A씨는 "외딴 섬"이었다. 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해도, 대화는 전혀 없었다. A씨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회사 측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5월 23일 신애련 안다르 대표와 인사팀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안다르는 피해자인 저에게 업무배제라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업무 분리라는 명목 아래에 회의에도 참석 못하고, 책임매니저인 저에게 어떤 결정권도 남아있지 않아 팀원들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적었다. A씨는 수차례에 걸쳐 신 대표에게도 항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피해자는 "조사 시작 전 사측은 최종 결과 발표 전까지 제3자에게 사건에 대한 사실을 누설하지말라"며 비밀유지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A씨의 편을 들어줬던 파트장은 어느샌가 A씨에게 적대적으로 돌아섰다. "회의 결과를 일일이 A씨에게 설명해줘야 하는 불편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A씨는 말했다. 평소 함께 B씨의 행위들을 불편해했던 후배 디자이너들도 A씨에게 등을 돌렸다. A씨의 절규에 가족들만 "그래도 버텨봐" "기도하면 들어주실 거야"라고 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2개월간 A씨는 회사에서 '투명인간'이었다. B씨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이런 투명인간은 아니었단다. A씨가 느낀 A씨를 향한 사내 분위기는 적대적이었고, 싸늘했다. 모두 A씨가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퇴사하길 바라는 분위기였단다. 출근하는 매일이 지옥이었단다. 그러던 지난 5월 28일, A씨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던 중 갑자기 공황장애로 인한 발작 증세를 일으켰다.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어져,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달려와서 A씨를 부축해 준 건 막내 디자이너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동료들은 사무실 바닥에 뒹그러진 A씨를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다. 싸늘한 수십개의 시선이, A씨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 순간 A씨는 이 회사에서는 1분 1초도 버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A씨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인사팀에 달려가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는 "인사팀에서 기다렸다는 듯 사직서를 받았다"며 "별다른 말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안다르는 그 마지막 순간에서 A씨에게 이상한 조건을 내걸었다. 인사팀은 회사 내 기밀을 외부 발설할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비밀유지각서를 내밀었던 것이다. A씨는 서명을 거부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안다르의 B씨에 대한 징계는 A씨의 퇴사 이후에야 결정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안다르로부터 제출받은 B씨에 대한 징계통지서에 따르면, 안다르는 B씨에게 제기된 총 14건의 직장 내 성희롱 행위(신제적 성추행 9건ㆍ언어적 성희롱 5건) 중 언어적 성희롱 2가지만 인정하며 "(B씨가) 고의가 없는 단순한 조심성이 부족했던 언어적 희롱만 인정했다"는 설명과 함께 '견책' 처분을 내렸다. 징계통지서에서 안다르는 법무법인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9건의 성추행 행위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이유를 제시했다. △진정인(A씨)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고 △피팅 업무는 적어도 3명이 참여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자유로운 피팅룸에서 행해지므로 추행 행위를 했을 가능성은 적으며 △라이프스타일파트 제품들이 대부분 신체에 밀착되는 제품이 아니라 신체 접촉 가능성이 적고 △사람들이 왕래하는 사무실에서 피진정인(B씨)가 (A씨의) 치마를 허리까지 들추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안다르 측은 2월 24일 B씨가 A씨의 브라탑을 들춰 가슴을 본 행위를 △개방된 장소에서 여러 근로자들이 함께 피팅 업무를 하는 상황에서 피진정인(B씨)가 진정인(A씨)의 가슴을 보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믿기 어렵고, 목격한 사람이 없다 △브라탑은 탄성이 있어 몸을 잡고 당기지 않는 이상 가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나지 않으며 △진정인이 더 이상 피팅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안돼 스스로 피팅 업무를 하겠다고 언급했다는 이유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1차 조사한 노무법인은 9건의 성추행 행위 중 7건을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봤지만, 2차 법무법인 조사에서 모두 무혐의로 결과가 뒤집어졌다. 노무법인은 "피해자 기억이 상세한 점, 상황의 개연성을 근거로 피해자 주장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가해자의 감봉 6개월을 권고"했지만, 법무법인은 "업무 도중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에 불과하고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정도가 아니었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2차 조사를 담당했던 법무법인은 남성 변호사만 6명인 '교통사고 보상 전문' 법무법인이었다. 이달 23일 방송에서 A씨의 피해 사례를 보도한 후 신애련 대표는 회사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자신의 SNS 계정에 입장문을 올렸다. 신 대표는 사과문에서 "위 사건은 본사 디자인실 디자인 소장(여성 가해자)과 디자인팀 팀원(여성 피해자) 간 업무 중 일어난 사건"이라며 "안다르는 사건 발생 직후 외부 노무법인과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했고 디자이너 업무 특수성, 동성 간의 사건인 점 및 가해 여성은 기혼에 여아가 있는 점이 고려된 징계 수위 의견을 전달받아 조치했다"고 했다. 안다르 측은 B씨가 1차 조사 결과에 반박해 재조사를 했다는 입장인데, 피해자는 1차 조사 결과조차 받아보지 못했다. A씨는 "사내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도 2차 피해를 막겠다며 비밀유지각서에 서명하라고 했다"면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사실을 발설할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물겠다고 하니 사측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사측은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징계는 외부 법무법인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며 "서약서를 쓰게 한 건 외부에 조사 사실이 알려져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유형빈 변호사(법률사무소 명안)은 "동성 간에 있어서도 학교나 직장에서 수직적 상하관계를 배경으로 한 성추행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동성 간 범죄라고 장난으로 가볍게 여기거나, 도리어 피해자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발생한 것 아니냐는 식의 인식은 2차 가해로 이어지게 될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는 전부 다 잊고 싶다고, 모든 게 없던 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억을 삭제하는 기계가 나오는 영화에서처럼.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 검찰의 기소 여부에 따라 A씨는 또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재판을, 외로운 싸움을 치러야 한다. A씨는 이제 작은 의류업체에서 일한다. 업계가 좁은 탓에,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 찍힌 A씨에겐 선택의 폭이 좁았다. 그나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정이 좋지 않자 회사는 잠시 문을 닫았다. 몇주째 벌이가 없는 A씨는 요즘 주로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A씨는 자신의 인생이 이번 일로 완전히 망가지게 될까 두렵다고 했다. A씨가 받은 피해는, 그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9건의 신체 성추행, 5건의 언어적 성희롱, 그중 회사가 인정한 2건의 언어적 성희롱, 혹은 경찰에서 혐의가 있다고 봤고 검찰에서 기소를 검토 중인 수건의 추행, 올해 2월24일의 위력에 의한 추행 행위가 전부는 아니었다. 서류엔 없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지만, A씨를 투명인간으로 만들고, 조직 부적응자로 취급하며, 거짓말쟁이로 매도했던 그 모든 가해 행위와 동조 행위가 A씨의 영혼을 헤집었다. 아직도 아물지 못한 수많은 상처에서 피어오른 유령같은 기억은 여전히 A씨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확 사그라든
제주 이주열풍…
빈집 두 배 늘었다

2020.10.29 16:32
제주지역 빈집이 크게 늘고 있다. 빈집 중에는 신축된 지 불과 5년도 되지 않은 주택도 상당수에 달했다. 제주로 유입되는 이주민 수가 줄고,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9일 호남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제주지역 인구와 주택의 변화 추이(2015년~2019년)’에 따르면 신축 주택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빈집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총 주택은 지난해 기준 24만1,800가구로, 2015년 19만5,200가구에 비해 23.9% 증가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단독주택이 9만4,700가구(39.2%)로 가장 많고, 이어 아파트 7만6,500가구(31.6%), 다세대주택 3만5,400가구(14.7%), 연립주택 2만9,500가구(12.2%) 등이다 도내 빈집 역시 2015년 1만8,500가구에서 지난해 3만6,600가구로 갑절(97.9%) 가까이 늘었다. 이 중에는 건축연도가 5년 미만인 빈집이 전체의 33.9%(1만2,400가구)를 차지했다.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가 1만800가구(29.7%)로 가장 많고, 단독주택 8,800가구(24.2%), 다세대주택 8,600가구(23.5%) 순이다. 빈집과 별개로 도내 미분양주택도 지난해 말 기준 1,072가구로, 2015년 114가구에 비해 8배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빈집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주열풍이 식으면서 도내 순유입 인구 수가 크게 줄면서 주택 신규 수요가 감소한 반면 주택 공급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공급에 비해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최근 급등했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주택거래가 크게 줄어든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지난해 제주 총인구는 약 66만5,000명으로, 2015년 60만5,600여명에 비해 9.8%가 늘었다. 반면 이주열풍으로 인해 2010년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순유입 인구는 2016년 1만4,632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2,936명까지 급감했다. 도내 주택매매 역시 2015년 1만3,257가구에서, 지난해 7,993가구로 39.7%가 감소했다. 도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주택가격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어 주택매매가 실수요층 외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분양 주택은 물론 읍·면지역이나 노후 주택인 경우 빈집으로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SNS 눈

교도소에 설치된 '노래방'
"그 돈으로 피해자 구제"
과도한 배려 논란

전북 전주교도소가 수용자들의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설치한 노래방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과도한 배려라는 비판에 전주교도소는 "수용자 교정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전주교도소는 전날 수용자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안정을 위해 심신치유실을 개관했다고 밝혔다. 치유실에는 음향기기와 조명이 설치된 노래방 3곳과 두더지잡기 게임기 2대, 상담실 등으로 구성됐다. 심신치유실은 교정협의회 지원을 받아 총 5,000만원을 들여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를 두고 "죄를 짓고 들어간 교도소에 노래방이 말이 되냐"(s37****)는 비판이 이어졌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전주교도소의 심신치유실을 당장 폐쇄해달라'는 청원글도 등장했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범죄자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법으로 정한 규범을 어긴 사람"이라며 "(그들이 가는 교도소는) 죄의 경중을 떠나 다시는 그 곳을 돌아가고 싶지 않도록 혹독하고 처절한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자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들은 본인의 자녀나 형제, 가족에게 피해를 준 사람도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면서 심신치유실을 설치할 돈으로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심신치유실 개관 취지에 동의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교도소는 벌을 줌과 동시에 새 삶을 살도록 교정도 도와야 한다"며 "열악한 환경에서는 자기성찰이 어려우며, 당연히 피해자를 향한 속죄도 없을 것"(dir****)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전주교도소는 29일 설명자료를 내고 노래방이 아닌 노래방 기기를 구비한 것으로 수용자에 대한 잠재적 교정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김신조 사건' 이후 닫힌 청와대 북악산길, 52년 만에 열린다

청와대 뒤편 북악산 북측면 길이 다음달 1일 개방된다. 1968년 벌어진 ‘김신조 사건’ 이후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지 52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당시 “북악산ㆍ인왕산을 전면 개방해 시민들에게 돌려 드리겠다”고 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2022년 상반기에는 청와대와 닿아있는 북악산 남측면도 마저 개방될 예정이다. 대통령 경호처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11월 1일 오전 9시부터 청와대 뒤편 북악산 북측면이 둘레길로 조성돼 시민에게 개방된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김신조 등 북한 특수요원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21 사태’ 이후 줄곧 출입이 통제돼 왔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북악산ㆍ인왕산 전면 개방을 공약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북악산 개방은 북악산과 북한산,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는 이음의 의미와 함께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군 시설 및 콘크리트 순찰로 등을 자연친화적 탐방로로 정비해 왔다. 이를 통해 약 1만㎡의 녹지가 만들어졌다. 탐방로에 있는 일부 군 시설물은 기억의 공간으로 보존됐다. 특히 청운대 쉼터에서 곡장 전망대에 이르는 300m 구간의 성벽 외측 탐방로가 개방돼 한양도성 축조 시기별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군에서는 성곽 주변의 철책을 대폭 조정하고 새로운 경계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경호처는 “이번 개방으로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서울 도심 녹지 공간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산악인의 오랜 바람인 백두대간의 추가령에서 남쪽으로 한강과 임진강에 이르는 산줄기인 한북정맥이 오롯이 이어지게 됐다”며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이 잠시나마 둘레길을 거닐며 마음의 안식을 되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는 북악산 추가 개방에 맞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안정되는 시점부터 한양도성 스탬프투어와 연계된 북악산 둘레길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인왕산ㆍ북악산 차 없는 거리 운영, 시민 걷기 대회, 한북정맥 탐방, 북악산 문화재 탐방 등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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