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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힘내세요" 2030 남성 '청년 우파' 결집 배경은

2025.01.19 06:24
"처음에는 (탄핵 발표에) '이게 뭐지' 싶었어요. 그래도 대통령께서 뭔가 건수를 잡으셨을 거라 생각했고 이후 유튜브를 보면서 확신을 가졌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달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수차례 나섰다는 직장인 남성 오모(28)씨. 그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는 대부분 노인일 것이라는 추정과 달리 참가자 50% 정도는 남성 청년들이라고 주장했다. 오씨는 "신남성연대 유튜브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수많은 청년들 보면 동질감도 들고 힘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로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던 2030 보수 지지층 남성들이 이제 탄핵 반대 집회 현장까지 참가하며 적극 결집하는 분위기다. 2030 남성들이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에 군인을 투입해 내란죄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언제부터 보수 지지층이 됐고, 이번 탄핵 국면에서 다른 세대와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의 청년 남성들은 젊은 세대 특성상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존재를 드러냈다. 2012년 18대 대선 전후로 '일간베스트(일베)'라는 커뮤니티가 조금씩 수면으로 떠올랐다. 보수 색채가 강한 이용자들이 모인 일베는 이후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던 일베는 결국 2017년 박근혜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몰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2030 남성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베 내 극우 이용자들에게 반감을 느끼고 다른 커뮤니티를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부터 청년 남성의 보수화가 본격화했고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났다. 과거 일베 시절엔 보수화가 일부 극우 남성들에게만 한정됐다면, 이 시기부터는 '젠더 갈등'을 두고 2030 남성들 사이에서 우경화가 빠르게 확산된 것이 특징이다.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로 대변되는 '젊은 보수'들은 2010년대 후반 페미니즘 확산에 반발하며 문 정부에 돌아섰다. 이들은 능력주의·신자유주의 성향을 기반으로 결집했고, 2022년 대선에선 20대 남성의 58.7%가 윤 대통령을 뽑는 등 새로운 보수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는 얼마 가지 못했다. 지난해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20대 남성의 투표율 분석 결과 범진보진영과 범보수진영의 득표율이 접전으로 나왔다. 청년 남성층에서의 보수 지지세가 약해진 것이다. 이들을 대변하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대선 승리를 이끌었는데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토사구팽' 당한 데다, 선거 직전 불거진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2·3 불법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한국갤럽이 실시한 월별 주요 정당 지지도 설문조사에서 20대 남성의 25%는 민주당을 지지하며 국민의힘(22%)을 일시적으로 뛰어넘기도 했다. 그러나 청년 남성들이 민주당 손을 든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초기 같은 연령대 여성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광장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탄핵 집회 참가자 수를 서울시생활인구데이터로 추산한 결과, 20대 남성 참가자 수는 약 6,730명으로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20대 여성 참가자 수는 3만5,926명(17.7%)을 차지해 남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이달부터다. 계엄 사태가 윤 대통령 체포 국면으로 접어들고 전 세대에 걸쳐 보수층이 결집하는 흐름 속에서 특히 우파 청년들을 타깃으로 한 보수 유튜버들이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유튜브 '신남성연대'의 배인규 대표는 탄핵 반대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청년층들의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 텔레그램 단체방을 통해 탄핵 반대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찬성 댓글에 '싫어요'를 누를 것을 지시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2030 청년 대상으로 오프라인 포럼과 각종 강연을 개최하는 보수 유튜버 '그라운드C' 또한 '계엄령 내린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고, 해당 영상은 17일 기준 346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유튜브에서 결집한 2030 보수층 남성들은 탄핵 반대 집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윤 대통령도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 관저를 찾은 이들에게 "2030세대가 요즘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데 유튜브를 통해서 다 보고 있다"면서 "연설 내용이 굉장히 똘똘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 등이 담겨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기존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던 2030 남성들이 계엄 사태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이달 초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국면이 되며 국민의힘 지지로 다시 뭉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비교하면 지난해 12월 셋째 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15%와 19%에 불과한 반면, 1월 셋째 주에 접어들면서는 25%, 29%로 상승했다. 한 달 전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던 2030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이제 오차범위 내로 들어왔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이후부터 20대 여성은 진보, 20대 남성은 보수로 갈라진 경향을 고려하면, 2030 남성들의 '보수 결집'이 전체 2030 국민의힘 지지율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젊은 남성 보수층들을 움직이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과거 일베에서 벗어나려 했던 이들이 이번에는 왜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믿는 극우 세력과 함께 집회에 나서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2030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탄핵 반대에 나서게 된 이유는 궁극적으로 '이재명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집회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한다. 이제 탄핵 국면과 조기 대선 국면이 함께 열리면서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 비해 약자처럼 된 것"이라며 "2030 남성은 탄핵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이 대표를 반대하기에 집회에 나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2030 남성들은 같은 나이대 여성들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면서 "이러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에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난 대선 때 '반(反)페미니즘' 노선을 내세운 국민의힘에 다시 의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2030 남성과 다른 세대의 보수 집단과의 차이는 젠더에 대한 인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 남성들은 동세대 여성들이 탄핵 집회에 주역으로 참여하는 현상을 보면서 반발감이 생겼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현 정권의 정책을 지지했던 이들은 '여성들이 권력을 갖고 사회를 좌지우지할 것 같은 분위기를 용납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갖고 자신들도 결집해야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년 보수 유튜버들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교수는 "유튜브 생태계에선 '콘텐츠가 곧 돈'이다. 기존의 고령층 중심의 보수 유튜브는 레드오션이었지만, 2030세대 보수층 남성을 타깃으로 한 유튜버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보수 유튜버와는 다른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었고, 2030 남성들이 그것에 호응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튜브 데이터 분석 서비스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6일부터 12일까지 주간 한국 슈퍼챗(후원금) 상위 열 곳 중 젊은 보수층 남성을 공략한 유튜브 채널이 3곳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가운데, 모여든 지지자들이 흥분하며 서울서부지법 앞에선 극심한 혼란이 일었다.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저지선을 뚫고 법원에 무단 침입한 혐의 등으로 무더기 연행되는가 하면, 오열하다 실신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법원 일대에는 3만6,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지지자가 몰렸다. 일부 지지자는 전날부터 밤샘 농성을 벌였고, 집회가 금지된 법원 정문을 막아서면서 이날 오전 경찰이 수차례 해산명령 끝에 이들을 강제 해산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원 정문에서 약 100m 떨어진 맞은편 인도로 자리를 옮겨 태극기, 성조기, 손팻말을 흔들면서 "탄핵 무효" "영장 기각" 등 구호를 외쳤다. 태극기를 손에 쥐고 흔들던 50대 곽미현, 배정아씨는 "부산에서 어젯밤 올라왔다"고 했다. 그들은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에서 왔다는 이미자(71)씨는 "대통령이 도망을 가겠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지지자들의 구호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도 있었다. 인근 주민 강은정(56)씨는 "(윤 대통령이) 내란을 했는데 뭐가 불법이냐"며 "용산에 거주하는데 서부지법에서 (영장 발부를) 하는 게 맞지, 본인이 좋아하는 중앙지법에서 하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근처를 지나가던 이모(68)씨도 집회를 보고 "계엄이 이어졌으면 일상의 평화가 다 사라지고 이런 집회도 못 했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또 "보수는 (존중받아야 할) 개인 의견이지만,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극우는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호송차량을 타고 법원에 들어선 오후 1시 51분쯤 지지자들의 흥분은 극에 달했다. 이들은 "윤석열, 윤석열, 윤석열"을 연호했다. 지지자들은 경찰 저지를 뚫고 마포대로로 쏟아져 법원 정문 앞까지 몰렸고, 일부는 도로에 난입해 호송차를 막아서다가 경호처에 제지당했다. 곳곳에서 경찰을 폭행하다 연행되거나, 오열하고 실신하는 지지자가 나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한때 인파가 몰리면서 지하철이 서부지법 인근 5호선 애오개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광화문에도 모였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본부(대국본)이 주도한 탄핵 반대 집회는 오후 1시부터 광화문역에서 열리다가 2시 40분쯤부터 서부지법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광화문에서 만난 박모(70)씨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니 마지막까지 지켜주려 한다"고 했다. 박정시(80)씨는 "힘들어도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과 900m 떨어진 경복궁 동십자각 앞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서는 "내란수괴 윤석열 즉시 구속하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시민들은 '윤석열 구속' '즉각 파면' 등의 손팻말을 들고 호응했다. 계엄을 숱하게 경험했다는 양모(76)씨는 "그 단어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 나도 많이 잡혀가고 맞았다"며 "당연히 구속돼야 한다 생각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혜윤(26)씨는 "(윤 대통령) 체포 이후에도 구속, 내란세력 범죄 처벌 등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동가 장도국(35)씨는 윤 대통령 탄핵을 원하는 이유를 적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걱정', '나라 정상화', '추운데 고생하지 않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가 나온다"면서 "가장 많이 적힌 이유는 '일상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대통령 체포적부심 담당판사에 대해 협박성 글을 게시한 피의자를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피의자는 17일 변호사를 통해 자수 의사를 밝히고 이날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