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로 경제 위기 코앞인데...푸틴 "경제 잘 돌아가"

2022.05.24 19:00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 강화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과시했다. 하지만 이미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흑해 연안 도시 소치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전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도 "서방 제재가 오히려 양국의 경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됐다"고 맞장구쳤다. 푸틴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각종 경제지표는 러시아 경제 위기를 잘 보여준다. 지난달 세계은행(WB)은 올해 러시아 GDP가 11.2%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러시아 재무부도 올해 1조3,000억 루블(약 28조6,000억 원) 흑자를 예상했지만, 전쟁 발발 후엔 최소 1조6,000억 루블(약 35조1,500억 원) 재정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로 국제 금융 및 산업 거래가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잇단 사업 철수로 러시아 내 실업률도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1분기 4.6% 수준이었던 러시아 실업률이 연말 9%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 위퍼 러시아 경제 분석가는 "서방 제재로 올여름 러시아 실업률이 크게 오르고 투자가 위축되는 등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방은 러시아 경제 숨통을 더 조이고 있다. 이날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EU의 러시아 석유 금수조치 합의가 임박했다"며 "그간 금수조치에 반대해온 일부 국가들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EU는 러시아산 원유 전면 금수조치를 골자로 하는 6차 대러 제재안을 준비해왔다. 러시아는 국가 예산의 40%를 석유·가스 수출 대금으로 조달하는 만큼 제재안이 실현되면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도 25일 종료되는 러시아의 국채 원리금 상환 유예를 연장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세계경제포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에 최대한의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며 “석유 금수, 러시아 은행 차단, 러시아와의 완전한 무역 중단을 포함해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기 위한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쿼드(Quad)’ 4개국이 24일 정상회의를 열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용인하지 않는다”며 중국을 강하게 견제했다. 전날 미일정상회담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에 이어 쿼드 정상회의까지, 미국과 일본은 반중 연대를 주도하며 ‘대중국 포위망’을 확장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무대를 중심으로 미중 패권경쟁과 일본의 역할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정상회의를 가졌다. 쿼드 4개국 정상의 대면 회의는 지난해 9월 24일 미국 워싱턴 개최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동·남중국해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미얀마 정세 대응 등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에 대해 확실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들어서도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고, 핵·미사일 활동을 활발히 하는 북한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에 일치했다”고 전했다. 4개국은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분쟁 및 비극적인 인도적 위기에 대해 대응을 논의했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우려를 표명하고, “각국이 어떤 형태로든 군사·경제 및 정치적으로 위협받지 않는, 국제적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대만 침공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국을 겨눈 것으로 해석됐다. 성명은 특히 “규칙에 근거한 해양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항한다”고 명시해 중국의 해양 진출에 제동을 걸었다. “다툼이 있는 지형의 군사화, 해상보안기관의 선박 및 해상 민병의 위험한 사용 및 타국의 해상자원 개발을 방해하는 시도 등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중국이 동·남중국해 일부 도서를 요새화하는 것 등에 반대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어선 등의 불법 어업을 억제하기 위한 ‘해양 상황 파악을 위한 인도·태평양 파트너십(IPMDA)’도 출범시켰다. 4개국은 이를 통해 해양 정보를 공유하고, 이 지역에서 선박의 송수신 장치를 끈 채로 감시를 피해 불법 조업하는 중국 선박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미국 고위당국자는 이 파트너십이 불법 조업 억제 외에도 “영토 주권을 수호하고 해상 구조 임무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태평양 도서국의 경제상황을 향상시키고, 건강 인프라 및 환경 안전, 교육기회를 강화하는 등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고 명시했다. 최근 솔로몬군도 등 일부 태평양 도서국가가 중국과 협력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영향이 심각한 태평양 도서지역 국가 등이 기후변화에 의한 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활동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쿼드 기후변화 적응·완화 패키지(Q-CHAMP)’도 띄우기로 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프라에 향후 500억 달러(약 63조2,000억 원)를 지원 또는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쿼드 4개국은 전 분야로 연대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우주, 사이버, 신기술, 교육 등 폭넓게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위성 관측 데이터를 모은 ‘미·일·호·인 위성 데이터 포털’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사이버 보안을 위해 4개국이 정부 조달 소프트웨어 보안 기준을 맞추고,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사이버 보안도 지원하기로 했다. 매년 4개국 학생들의 미국 대학원 학위 취득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발족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5세대 이동통신(5G) 공급업체 다양화 등에 관한 새로운 협력각서에 서명하고, 이동통신망의 상호 운용성 및 안전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회의에서 쿼드 4개국은 핵·미사일 개발을 비난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확인하며 도발 대신 대화에 나서라고 북한에 촉구했다. 공동성명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심각한 코로나19 감염 상황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