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으로 갈 수 없다" 푸틴, 무더기 체포에도 동원령 반대 시위 확산

2022.09.25 18:09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동원령을 거부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무덤으로 갈 수 없다(No Mobilization to the Grave)’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반대 시위에 결집하고 있다.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러시아 인접국은 국경을 닫기로 했다. 자국 안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러시아 내 반전 여론을 더 키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독립 인권단체인 ’OVD-Info’ 발표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날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이르쿠츠크 △톰스크 △히바로포스크 등 32개 도시에서 발생, 최소 74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 무력 진압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이르쿠츠크 등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장면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표한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체포된 시위대는 38개 도시에서 총 1,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동원령에 대한 러시아 시민들의 반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경찰에 체포된 한 여성 시위자는 “우리는 총알받이가 아니다”라고 외쳤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집회에선 한 남성이 "나는 푸틴을 위해 전쟁에 나서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동원령의 규모와 기준이 모호한 점도 시민들의 공포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러시아 독립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30만 명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최대 120만 명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동원령 대상을 ‘군 복무를 마쳤거나 전투 경험이 있는 남성’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군 경험이 없거나 징병 연령(35세 이하)이 한참 지난 남성들도 소집되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시베리아의 외지이고 가난한 지역의 소수 민족에게 집중적으로 동원령이 내려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NYT는 “러시아에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수천 명의 병력이 동원됐다”며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려 한 도시 운동가들과 소수의 민족 공동체들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동원령을 피해 러시아 인접국으로 탈출하려는 길까지 막히면서 반대 시위에 더욱 기름을 붓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와 발트 3국이 러시아인의 망명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들은 탈출 러시에 나선 러시아인을 수용할 경우 자국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집단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이들 국가들은 일반 러시아 시민들의 고통이 커지지 않는 한 푸틴 대통령의 정치력을 약화시킬 수 없다고 본다”며 “망명길이 막히면 동원령을 거부하는 러시아 시민들의 반전 여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 강한 반대 여론에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오는 27일 예정대로 실시된다. 초대장을 받은 일본 인사 중 약 40%가 불참하기로 해, 국장 실시를 놓고 국론이 분열된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G7(주요 7개국) 등 주요국 전·현직 정상도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강조한 '조문 외교' 성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아베 전 총리의 사망 당시 부실 경호로 큰 비판을 받은 일본 경찰은 이번 국장 때 2만 명을 투입, 엄중 경계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25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국장은 27일 오후 2시부터 도쿄 지요다구 일본무도관에서 열린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인사 약 6,000명에게 안내장을 송부해 총 3,600명으로부터 출석하겠다는 답변이 왔다"고 밝혔다. 해외에선 약 700명이 참가할 예정이어서 참석자 수는 총 4,300명으로 예상된다. 1967년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 국장 참석자가 약 6,000명, 1975년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의 국민장에 6,400명이 참가한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닛칸겐다이는 “국내 초청 인사가 40% 가까이 불참하는 것은 위대한 리더의 국장치고는 아쉬운 인상”이라며 “특히 전·현직 국회의원 중에선 60%가 불출석 의사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집행부 전원이 불참하기로 했고, 자민당의 무라카미 세이치로 전 행정개혁담당 장관마저 불참을 표명했다. 무라카미 의원은 “법적 근거도 없이 감정론에 휩싸여 갑자기 국장을 결정하게 된 경위도 문제고, 무엇보다 국장을 반대하는 국민이 절반을 넘었으니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불참할 수밖에 없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장 반대가 찬성을 훨씬 웃돌고 있다. 지난 19일 도쿄 요요기 공원에서 열린 국장 반대 시위에는 태풍으로 비바람이 치는데도 1만3,000명이 참가했다. 아사히신문이 아베 사망 후 트위터에 올라온 국장 관련 트윗 총 1,846만 건을 조사해 25일 발표한 결과 반대는 473만 건, 찬성이 94만 건으로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기시다 총리가 국장 실시 이유 중 하나로 든 해외 인사의 ‘조문 외교’도 빛이 바랬다. 218개국에서 700명이 출석 예정이지만 이 중 101개국은 주일대사가 참석할 계획이다. G7 정상 중 참석 예정자는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 한 명뿐이었는데, 그마저 캐나다에 상륙한 허리케인 때문에 불참한다고 25일 발표했다. 미국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방일 후 한국에 들러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다. 일본 정부가 방일 의사를 타진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불참한다. 우리나라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한편 아베 전 총리 피살 당시 경호를 제대로 못 해 큰 비판을 받았던 일본 경찰은 이번 국장에 2만 명을 동원해 엄중 경계 태세를 펼친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 ‘쿼드 정상회의’ 당시 동원됐던 1만8,000명을 웃도는 것이다. 국장 당일에도 여러 반대 시위가 예정돼 있고 일본무도관 근처 공원에는 일반인용 헌화대도 설치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시청 간부는 "이번 국장이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며 "만전을 기하겠다"고 통신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