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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계엄에 곤두박질친 원화 가치... "탄핵 가결, 시장 변동성 줄일 것"

2024.12.15 15:19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됨에 따라 외환시장 혼란은 차차 진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내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달러 가치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환율이 당장 1,300원대로 복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12·3 불법계엄 선포 직후 1,442원까지 급등했던 달러당 원화값은 계엄 조기 해제와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잠시 내려가는 듯했으나, 1차 탄핵 표결이 무산되고 9일 장중 1,438.3원까지 오르는 등 다시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과거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든 건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 세 차례에 불과했다. 그만큼 현재 환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정국 불안으로 절하된 원화 가치는 어느 정도 되돌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15일 보도자료에서 “정치 프로세스와 관련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보다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4년, 2016년 탄핵 정국 때도 탄핵안 가결 전후 환율이 잠시 출렁였지만, 결국 글로벌 달러화 흐름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변수는 대외 여건이 과거만큼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2004년에는 중국의 고성장이, 2016년에는 반도체 경기 호조가 수출 개선을 통해 우리 경제를 뒷받침했다. 반면 현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고,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서 중국과 경쟁이 심화해 내년 성장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와 함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환율이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시장 예상도 비슷하다. 이날 이재만·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연말까지 1,400원~1,430원 사이에서 등락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도 1,4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외환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시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고환율 여파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가 커진 은행권에 대해 건전성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연말부터 17개 은행과 8개 은행지주회사에 위기 상황에 대비한 추가 자본인 ‘스트레스완충자본’ 적립을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도입 시기를 미루거나 속도를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과거 유사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어떤 흐름을 이어갔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 두 차례 탄핵 정국 모두 정치 변수에 따라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했다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개별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거시 경제 흐름에 따라 중장기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감안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발점이 된 '태블릿 PC 보도'가 나온 2016년 10월 24일 이후 코스피는 7거래일간 2,047에서 1,978로 9.7% 하락했다. 그러다 박 전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며 정치적 불안이 극도로 높아진 11월 9일에는 장중 3.61% 급락하면서 1,931.0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탄핵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결국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12월 8일 코스피 지수는 1.97% 오른 2,031.07로 마감하면서 2,000선을 회복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12월 9일부터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온 2017년 3월 10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3.26% 오른 2,097.35를 기록했다. 이후 새 정권이 탄생한 2017년 5월 10일까지 코스피는 2,270.12까지 상승했다. 이보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는 상대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더 심했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2004년 3월 12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전일종가 대비 5.5%나 급락했으며, 재판부가 탄핵소추안을 기각 선고한 5월 14일에는 장중 3.86% 떨어지면서 768.48까지 밀렸다. 하지만 기각 이후 코스피는 완만하게 상승하면서 그해 연말에는 900선에 바짝 다가섰다. 두 차례 탄핵 정국 동안 외국인은 저가 매수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리 기간인 2016년 12월 9일부터 2017년 3월 10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4,82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일인 2004년 3월 12일부터 기각된 5월 14일까지 코스피는 11.7% 하락했지만, 이 기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조8,354억 원을 순매수했다. 결국 외국인들은 탄핵이 단기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이번에도 외국인과 기관만 매수하는 가운데 개인만 팔고 있다"며 "지금은 탄핵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오를 수 있는 옥석 가리기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는 수출 대형주나 시장 상황 변화에도 기존 발표한 배당 계획을 내년에도 유지하겠다고 하는 배당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5거래일간 외국인들은 네이버, SK하이닉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현대로템 순으로 매수했으며 삼성전자,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현대차, 기아, 고려아연 순으로 비중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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