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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한강 처음 읽은 독자들 "'소년이 온다' 읽고 계엄 집회 나가"

2024.12.10 04:30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니, 광주가 더 이상 남같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계엄이란 상황도 그렇고요. 그런데 2024년에 또 계엄령이라니. 딸과 주말에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의 책을 처음 읽었다는 김명희(61)씨 얘기다. 이름만 들어봤던 한국 작가가 세계적인 상을 탔다는 소식에 그는 딸에게 곧장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집에 한강 책 있니.’ 그렇게 읽게 된 책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서의 국가 폭력을 다룬 ‘소년이 온다’였다. 김씨는 “당시에 고등학생이라 이 사건을 전혀 모르다가 나중에야 어렴풋이 알았다”며 “자녀를 키우고 있어 소설 속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외침이 더 뼈아프더라”고 전했다.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평생 나서본 적 없는 집회에 참여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그는 “제목 그대로 소년이 내게로 온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시상식(10일)을 앞두고 그의 책을 처음 읽은 독자 10명에게 소감을 물었다. 이들은 한강이 노벨문학상 강연에서 소개한 여덟 살 때 지은 시 '빛과 실'을 인용해 그의 작품이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 그걸 잇는 금(金)실처럼 서로를 연결해 냈다"는 데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주부 김소영(56)씨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소년이 온다'를 구매했다. 책을 펼치기 전 경건히 목욕재계를 했다는 김씨는 “처음엔 책이 얇아서 ‘금방 읽겠다’ 싶었는데, 한 장을 읽고 덮고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광주에서 벌어진 열흘간의 일들에 대한 “해부학 실험을 하는 것처럼, 이 사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같이” 세세한 묘사 때문에 차마 계속 읽기가 힘들어서였다. 그는 “책 2장의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라는 문장에서는 정말 내가 총을 맞은 것처럼 소름이 끼쳤다”고 전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제주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역사 왜곡’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대학원생 윤경준(28)씨는 “‘소년이 온다’를 읽기 전에는 정치적인 책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는데 반대로 담담하고 건조하더라”라는 소감을 말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은 임새하(26)씨도 “실제로 그 일을 한참 전에 겪은 사람이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라며 차분하게 전달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바리스타인 이하영(21)씨 역시 한강의 소설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표현되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은 이들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채식주의자’로 처음 한강을 접했다면 더욱 그랬다. 한강 작가 역시 6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기자간담회에서 “가끔 고등학생들이 ‘채식주의자’를 가져와서 사인해달라고 하면 항상 ‘이건 나중에 읽어라’고 말한다”고 할 정도다. “부끄럽지만 수험서를 제외한 책을 읽은 지가 15년이 넘었다”는 김영수(36)씨는 부푼 마음으로 책 ‘채식주의자’를 펼쳤다가 채식을 선언한 주인공 ‘영혜’를 향한 주변의 거친 폭력에 당황했다. 그는 “읽기를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내 작가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며 “이쩌면 이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독서의 즐거움이 아닐까”라고 물었다. 김민정(32)씨는 ‘채식주의자’에 관해 “무겁고 유쾌하지 않은 내용임에도 흡입력이 상당해서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다”면서도 “이 책을 읽고 다른 한강 작가의 작품을 더 읽고 싶다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자영업자 김재현(42)씨도 ‘채식주의자’에 관해 “너무 어두워서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줄었다”고 전했다. 한강의 유일한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로 그의 글을 처음 접한 이들도 있다. 황인섭(59)씨는 “시집의 첫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을 보고 인생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며 “다음으로는 한강의 무슨 책을 읽을까 설렌다”고 전했다. 문동댁(가명·44)씨는 “시적인 요소를 작품에 녹여냈다는 점이 한강 작가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10월에 세운 제 기록을 깰 겁니다. 그러면 입상에 더 가까워지겠죠?" 지난 10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 경영월드컵(쇼트코스, 25m) 2차 대회 남자 자유형 50m 아시아신기록(20초80)을 세운 지유찬(22·대구시체육회)은 여전히 배고팠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 대회(10~15일)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한국일보와 만난 그는 "(인천 월드컵 우승 직후 열린) 싱가포르 월드컵 때는 힘이 들어가 결승에서 8위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인천에서 기록을 세웠을 때처럼 도전자 입장에서 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50m에서 한국신기록(21초72)으로 깜짝 우승하며 한국 수영 단거리 간판으로 떠오른 그는 올해 부침을 겪었다. 세 차례(2022~24) 롱코스(50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뒤 출전한 첫 올림픽 무대인 파리올림픽에서 28위(22.16초)에 그치며 예선 탈락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했을 때도 큰 부담이 없었는데, 올림픽은 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다른 시합과는 완전히 느낌이 달랐어요. 많이 긴장했고, 너무 잘하려다 보니까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어요. 후반 레이스도 조금 아쉬웠고요. 심리적인 요인이 정말 크더라고요." 그리고 석 달 만에 출전한 경영월드컵은 예선에서 한국신기록(20초95)을 세우더니 결선에서 아시아신기록으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그는 "쇼트코스 대회는 첫 출전이라 그렇게 좋은 기록이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훈련이나 국내, 국제대회를 모두 50m 경기장에서만 치러서 쇼트코스는 기록도 없고, 경기 감도 없었거든요.(웃음) 대회 전에 쇼트코스 경기장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었는데 전국체전(10월 17~23일)이 끝난 직후라 기회도 없었어요." 지유찬을 지도하는 염동현 대구시체육회 수영 감독의 말은 달랐다. 염 감독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단거리는 피지컬(체격)이 중요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190㎝, 2m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편인 지유찬(176㎝)을 비롯한 단신 선수들이 쇼트코스에서는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단신 선수는 순발력과 탄력이 좋은 편인데 지유찬은 비슷한 신장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도 더 좋아요. 0.5초대인 빠른 스타트로 입수한 뒤 그 힘을 살려 물속에서의 돌핀킥도 세계 정상급에 뒤처지지 않거든요. 또 롱코스와 달리 쇼트코스에서는 25m 지점에서 턴을 1회 해야 하잖아요. 직선 주로에서는 체격이 작아 밀릴 수 있지만 키 큰 선수보다 민첩하게 돌고 그 탄력을 기반으로 다시 돌핀킥으로 차고 나오니까 유리하다고 봤어요. 다만 전국체전이 끝난 뒤 1주일 만에 대회가 열려 피로 누적이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잘 이겨냈죠." 지유찬은 광주 화정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수영을 했다. "수영부 모집 공고를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부모님 허락을 받고 지원했어요. 소년체전 자유형 50m에서 입상도 했고요. 중학생 때는 성적이 저조했어요. 키가 작아 성장 속도가 빠른 다른 선수들과 체격 차이가 컸거든요. 그래서 잠시 장거리인 400m, 800m로 전향했죠. 그런데 고교 때 저도 키가 자라 50m 종목에 출전했는데 성적이 잘 나와 단거리를 선택했어요." 그는 "단거리에 키가 크면 유리하지만, 작다고 안 할 이유는 없다"며 "키가 작으면 스트로크(팔젓기)를 더 빨리해 큰 선수를 따라잡으면 된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격차는 엄연한 현실. 특히 파리올림픽 자유형 50m 우승자인 호주의 캐머런 매커보이(30)를 롤모델로 꼽으며 "완벽한 수영으로 기복 없이 꾸준히 성적을 내 본받고 싶다"고 했다. "단거리와 중거리인 50m, 100m, 200m를 다 뛰며 우수한 성적을 내는 선수인데, 도쿄 올림픽 이후 체질을 50m 스프린터 전용으로 바꾸더니 올림픽에서도 우승하더라고요. 적지 않은 나이에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지유찬은 대회에 항상 빨간 수영모를 쓰고 출전한다. 어느새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경기를 분석할 때 눈에 잘 띄려고 고등학교 때부터 빨간 수영모를 썼어요. 자세 교정 등에 잘 활용하고, 열심히 연습하니까 기록도 좋아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항상 빨간 수영모를 써 루틴처럼 됐네요." 이번 대회에서도 빨간 수영모를 쓰고 출전할 지유찬은 한국시간으로 14일 오후 5시 자유형 50m 예선을 치른다. 준결선(15일 새벽 1시 30분)과 결승(16일 새벽 1시 30분)은 기록에 따라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TVN스포츠 채널이 대회를 생중계한다. "롱코스 세계수영선수권과 올림픽에서 자유형 50m 결승 진출이 장기 목표"라는 그는 이번 대회에도 배수진을 쳤다. 전 대회(2022년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 우승자 조던 크룩스(케이맨제도), 준우승자 밴 프라우드(영국), 3위 딜런 카터(트리니다드토바고)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해 자웅을 겨루기 때문. "전에는 접영 50m도 출전했는데 이번엔 자유형 50m에만 전념하려 이 종목만 출전해요. 모든 걸 쏟아부을 겁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