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어린이 청소년
△밤에 생긴 상처
허연 지음. 30여 년간 '불온함'을 노래해 온 저자의 시 46편을 선별해 엮었다. 세상과 어긋나던 젊은 날의 불온함을 날카로운 시어로 전하는 ‘들뜬 혈통’, 내면의 불화로 탄생한 불온함과 심리적인 병증을 시 속에 펼친 ‘가시의 시간’, 성과 속 사이를 헤매는 존재론적 방황을 다룬 ‘신성과 세속’과 해설로 꾸렸다. 한국의 대표적 시선으로 꼽히는 민음사 '오늘의 시인 총서' 시리즈의 22년 만의 부활을 알리는 책이다. 민음사·124쪽·1만3,000원
△엘자의 하인
강지영 지음. 첫사랑과 가정사의 격동 속에서 차츰 어른이 돼 가는 열두 살 '양하인'과 '엘자'의 성장담이다. 이야기는 하인의 집 바깥채로 '스텔라'와 엘자 모녀가 이사를 오며 시작된다. 하인은 흰 피부, 파란 눈의 엘자에게 기묘한 끌림을 느낀다. 개발 직전의 파주를 배경으로 시골 마을의 온정을 재치 있게 전하며, 다채로운 고유어로 말맛을 되살렸다. 작가는 2013년 발간된 소설을 개정하며 결말을 고쳐 썼다.자음과모음·264쪽·1만7,000원
△힘내는 맛
최민우 지음. 가족에 얽매여 꿈을 포기한 영업사원, 동생의 죽음을 겪은 번역가와 코로나19로 휴직을 당한 회사원. ‘일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속 슬픔과 좌절, 실패를 그린 소설집이다. 책은 등장인물들이 난관을 뛰어넘고 온전한 회복을 향해 간다는 극적인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누군가 건네준 ‘힘내는 맛’ 음료에서 희망을 찾고, 고단한 일상을 견뎌 낸다. 문학동네·248쪽·1만5,000원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안미옥 지음. 시인의 일상을 담은 일기이자 나무가 자라는 모습에서 삶을 배우는 성장 에세이다. 이제 막 새로운 세상을 배워나가는 아이 옆에서, 저자도 새삼스럽게 세상을 바라봤다. 아이의 시선으로 내면을 되살피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쌓아 올렸다. 시인은 책의 초석이 된, 출산을 앞두고 쓴 일기에 대해 "내 삶에 대한 일기여서 특별히 '육아일기'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창비·216쪽·1만4,000원
△쉬프팅
범유진 지음. 가정폭력 피해자 ‘로아’에게는 유일한 안식처,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도율’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학교. 현실 도피를 꿈꾸는 둘은 '쉬프팅'(다른 세계로의 차원 이동)을 시도한다. 도착한 곳은 학교가 없는 평행세계. 이곳에서 행복을 되찾기 위한 이들의 고투와 성장을 그렸다. 현실 청소년들이 직면한 문제를 SF의 외연 안에 펼쳐 보이고, 미지의 내일을 향하는 용기를 전한다. 다산책방·244쪽·1만4,000원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토니상 수상 극작가이자 사회운동가가 45년간 써온 글을 엮었다. 저자는 친족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피해자로서 난민, 에이즈 환자, 노숙인 등 변두리로 밀려난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가 약자에게 한없이 냉담한 사회에 맞서는 방식은 ‘글쓰기’다. 글로써 약자의 존재를 증언하고, 연대와 사유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함께 쌓아가자고 간청하는 책. 푸른숲·412쪽·1만8,800원
어린이·청소년
△조선 판타스틱 잉글리시
신현수 지음. ‘오로라’는 사교육에 지친 ‘영포자(영어 포기자)’ 청소년이다. 드라마 세트장에 놀러 간 그는 경성역으로 향하는 모형 전차를 탔다가 우연히 1932년의 조선에 상륙한다. 당시 경성은 영어 교육 열풍이 한창이었고, 현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영어 과외 교사가 되어 미션을 풀어야 한다.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배경과 ‘역사 판타지' 장르 문법에 시대를 관통하는 배움의 뜻과 가치를 더했다. 미래인·196쪽·1만3,800원
△바다의 꽃비
스케노 아즈사 지음. 유하나 옮김. '나'는 바닷가 마을 이발소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보낸 어린 시절 여름방학의 기억을 돌아본다. 꽃비는 ‘바다로 저무는 노을빛이 흩날리는 꽃처럼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주인공은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담담하게 꺼내 펼치고, 그가 남긴 기억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을 따뜻하게 도닥이는 책. 곰세마리·32쪽·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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