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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취재

"최근 1년 의료기관 방문" 94%, "약 처방"도 85%

OECD 보건통계 2023(Health Statistics 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6세다. 이는 50여 년 전인 1970년(62.3세)에 비해 약 20년이 늘어난 수치이다. 노년기가 길어진 만큼 평생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만성질환으로 인한 다제약물 복용자(5종 이상 복용) 또한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이용률이 매우 높고 주치의 제도 없이 진료과 중심의 방문 진료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약물 중복 처방 및 오남용에 따른 위험성이 적지 않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5월 3일 ~ 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건강 및 약물 복용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우리는 원하는 때에 쉽게 병원을 찾으며 적절한 진료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빠르게 늘어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인의 주관적 건강 인식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 평소 본인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의 44%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10명 중 7명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염려하였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85%로 가장 높고 20대조차도 과반 이상이 건강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OECD 보건통계 2023 기준 캐나다(88.3%), 뉴질랜드(88.0%), 미국(86.4%) 등 다른 나라와 큰 차이를 보이며, OECD 평균(68.6%)보다도 우리나라(49.6%)의 주관적 건강 상태 인식이 유독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람들은 평소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 ‘규칙적인 생활(62%)’과 ‘정기적인 운동(54%)’을 통해 건강을 관리한다는 사람이 가장 많다. ‘균형 잡힌 식사(50%)’와 ‘건강기능식품 섭취(53%)’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은 비슷하나, 30대(60%)와 40대(61%)는 규칙적인 생활, 운동, 식습관보다는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의 총 병원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평균(4.3개)의 3배이며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5.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OECD 평균 5.9회).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이다. 이번 조사에서 최근 1년 이내에 본인의 치료나 검사·검진을 받기 위해 ‘병·의원, 치과의원, 한의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81%이며 ‘상급병원, 종합병원’을 방문한 사람도 38%에 달한다. 최근 1년 이내에 의료기관을 방문한 적 없는 사람은 전체의 6%뿐이다. 또한 최근 1년 이내에 의료기관에서 약을 처방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도 85%에 달한다.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일까? 전체 응답자 중 44%가 현재 의사의 진단을 받아 3개월 이상 약을 복용하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만성질환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만성질환이 있다는 응답의 비율이 높아진다. 만성질환으로 인해 현재 복용 중인 약의 종류는 평균 2.8개이다. 전문 의료인의 처방 없이도 구매 가능한 건강기능식품은 10명 중 7명이 섭취하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평균 3.0개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고 있다. 꾸준한 약물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건강을 위해 건강기능식품까지 챙겨 먹는다고 가정하면 일상적으로 평균 5.7개의 약물을 복용한다고 볼 수 있으니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을수록 다수의 만성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특히 노년층에서 평균 이상으로 약물을 복용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고 있을까? 우선 처방약의 경우, 다수가 약의 투약 기간 및 횟수를 정확히 지키는 편이지만(87%) 약의 유효기간 및 보관 방법을 정확히 인지하고 관리하거나(66%) 의사 또는 약사에게 투약 방법, 부작용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55%)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복약 이행도(순응도)는 높은 편이지만 올바른 약물 관리 및 적극적인 의사소통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음을 알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 구매 및 섭취는 어떨까? 건강기능식품 구매 시 효능 및 부작용,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 등을 확인 후 구매하거나(78%), 유효기간 및 보관 방법을 정확히 인지하고 관리(76%)한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평소 복용 중인 약과 함께 복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전문가(의사, 약사)와 상의 후 섭취한다(60%)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다. 처방약과 마찬가지로 건강기능식품 섭취에서도 전문가와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사람의 비율은 다소 떨어진다. 약물 복용에 있어서 올바른 투약 기간 및 횟수를 지키는 것만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주치의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들이 증상에 따라 진료과를 선택하여 진료를 받으며, 동시에 두 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찾아 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흔하다.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몸 안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약물 상호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두 약물이 상호작용하여 부작용을 증가시키거나, 약물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하게 약을 처방받거나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여 섭취하고 있지만, 약물 상호작용에 대해 잘 모르거나 처음 듣는다는 사람은 43%로 적지 않다. 약물 복용 시 부작용 증상으로 인한 약물 연쇄처방도 주의해야 한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평소 관절염으로 A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인 김모씨는 최근 혈압이 상승하자 본인의 건강이 나빠졌다고 생각했다. 고혈압은 A약의 대표적인 부작용 증상이었으나, 이를 모르는 김씨는 동네 내과에 방문하여 혈압약인 B약을 추가로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B약의 부작용으로 발목 부종 증상까지 나타나자 이를 고치기 위해 재활병원을 찾아 C약을 추가로 처방받았다. 건강을 위해 열심히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더 나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위 사례와 같이 처방받은 약으로 인해 생긴 부작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부작용으로 생긴 증상을 해결하고자 또 다른 약을 추가로 처방받게 되는 상황을 약물 연쇄처방이라고 한다. 하나의 약을 바꾸면 해결될 문제였지만 결과적으로 불필요하게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약물 연쇄처방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른다는 사람은 전체의 39%이며, 특히 약물 연쇄처방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는 사람도 16%에 달한다. 진료 및 약물 처방 경험률이 높고, 복약 이행도가 높은 특성을 고려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물 연쇄처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년부터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중 1개 이상을 진단받고 정기적으로 10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복용 중인 약물 평가 및 상담을 통해 불필요한 약물 복용을 줄이고 올바른 약물 복용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이 전체의 53%이며, 어느 정도 이상 알고 있다(잘+어느 정도 내용을 안다)는 사람은 20%에 그친다. 아직은 특정 대상 및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되는 만큼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61%가 본인이 직접 이용할 의향이, 68%는 가족이 이용하도록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제약물 복용 가능성이 높은 노년층뿐만 아니라 20대에서도 절반 이상이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다제약물 관리사업의 가장 효과적인 제공 방식에 대해서는 ‘휴대전화 앱을 활용한 비대면 상담 서비스(44%)’, ‘병원 진료 상담(26%)’, ‘약국 방문 상담(15%)’ 순으로 높다. 다만, 현재 다제약물 관리사업의 주 대상자라고 볼 수 있는 70세 이상에서는 병원 진료 상담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높다. 의료 기술의 발전과 높은 의료 접근성은 우리의 건강 수준을 빠르게 향상시켰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는 더 많은 진료와 진단,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고 적당한 약물을 올바르게 복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혹시 내가, 혹은 나의 가족이 불필요한 약을 과도하게 복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그리고 이러한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면 가까운 전문가(의사, 약사)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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