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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취재

'구연금'-'신연금' 분리…KDI 개혁안이 국민연금의 진실

국민연금을 이원화하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개혁안이 주목받고 있다. KDI는 낸 만큼 받는 제도로 개편해, 개혁 이후부터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가 새 연금에 가입하는 안을 제안했다. 현 국민연금은 구연금, 새 연금은 신연금으로 이원화해 운영하자는 것이다. KDI안에 대한 분석에 앞서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난맥상에 대한 설명부터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모든 연금제도는 확정급여방식, 즉 보험료를 얼마 내든 관계없이 특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3분의 2는 이런 방식을 포기했다.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확정기여(DC)방식을 도입했다. 스웨덴은 26년 전, 독일·일본은 20년 전에 도입했다. ◇국민연금 취약성 돌아보게 하는 KDI 개혁안 국민연금 문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다수 OECD 회원국은 완전소득비례연금을 채택한 반면, 우리는 소득재분배 기능까지 포함하면서도 OECD 평균(18%)의 절반에 불과한 9%의 보험료를 적용하고 있다. KDI는 이런 현상 등까지 포함시켜 2023년까지 연금지급 부족액을 609조 원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개혁이 5년가량 늦어지면 부족액이 869조 원으로 급증한다고 본다. 빨리 개혁해 부채 증가를 막자는 취지에서 KDI안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KDI 추정치조차도 최소치임에 주목해야 한다. 미적립부채(현재 수급자·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연금액 대비 부족한 액수)가 1,825조 원에 달하고 있어서다(연금연구회 소속 전영준 한양대 교수 추정치). 부족액을 국가가 책임지되, 신연금부터 부채가 늘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거다. 이를 위해 2024년 모든 가입자가 신연금으로 넘어가면서 신연금에서는 낸 만큼만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KDI는 보험료를 2024년 한 해 15.5%로 올리고 제대로 기금을 운영하면 매년 4.5%의 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또한 특정출생연도, 즉 동일집단 내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이 작동하게 했다. CCDC(Cohort Collective Defined Contribution)를 통해 DC형에서도 소득분배 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는 거다. ◇총론적으로는 바람직한 KDI 방안 총론적으로 보면, 실행만 될 수 있다면 KDI안은 바람직한 개혁 방향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마저도 꽤나 낙관적인 가정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우선 출생률이 2040년 1.21명으로 올라갈 것으로 가정해서다. 통계청은 이미 1.0명 수준으로 출생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평균 수익률 4.5% 달성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호황기·침체기를 겪을 세대가 상이함에도 모두에게 동일한 수익률 달성을 상정하고 있다. 운 나쁜 세대는 낸 만큼 받는다는 KDI안을 따르더라도 낸 것보다 적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동일 출생연도에 국한되기는 하나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 고소득층의 경우 소득대체율이 낮아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소득대체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사실 정치적으로 방어가 어렵다. 부족분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안도 더 명확해야 한다. 그래서 KDI 방안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 다음의 보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낸만큼 받는 대안은 옳은 방향이다. 낸 것보다도 적게 받을 가능성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웨덴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가입자가 낸 원금 운용수익을 실질 경제성장률에 연동시키면 해결된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인 해에는 수익률을 0으로 설정하면 최소 원금보다 적은 수익률은 발생되지 않는다. 개인계정을 설정해 납부 보험료를 자신의 계정에 귀속시켜 100% 소득비례연금을 운영하되, 운영수익률은 경제성장률을 적용하고, 경제성장률이 음일 경우에는 수익률을 0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수지균형부터 맞추어야 한다. 독일·스웨덴 국가 보고서에 따르면 18.6%를 부담하는 독일의 2050년 예상 소득대체율이 37%, 18.5% 부담의 스웨덴은 31%에 불과하다. 9% 보험료에 42%를 제공하는 국민연금 수지 불균형의 산 징표다. 빠르게 상당 폭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배경이다.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는 40%를 유지하고 15%로 올려도 재정안정 달성이 불가능함을 시사한다. KDI안은 2024년에 15.5%로 6.5%포인트를 인상하는 안이다. 이렇게 보험료 인상이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해, 점진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면 낸 만큼 지급하는 연금액이 KDI 추정치보다 훨씬 적어진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요컨대 스웨덴식의 개인계정 도입 후 100% 소득비례연금 채택이 불가피한 이유다. 자기가 낸 것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젊은 층이 기꺼이 연금개혁에 참여하려고 할 것이다. 낸 만큼 받는다는 개념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원금에 더해 투자 수익률을 붙여 준다는 점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모든 소득계층에 40% 수준의 소득대체율이 적용된다. 완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되면 중간 이하 저소득층의 소득대체율이 낮아져 빈곤 노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문제는 두 가지 대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 취약계층 대상의 최저보장연금제도 도입, 또는 저소득 노인 중심의 기초연금 운용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을 통한 해결 방안도 있다. 독일·프랑스가 채택한 성실 가입한 중간 이하 저소득층에 더 높은 소득대체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소요 재원은 기초연금 대상자 축소로 생겨날 기초연금 절약 재원을 투입하면 된다. ◇누적적자와 미적립부채 심각성부터 국민에게 알려야 KDI 방안과 국회에서 논의되는 국민연금 개혁 방안 중 어떤 것이 채택되더라도 당장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누적적자와 미적립부채를 빨리 공개해야 한다.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에 수록된 국내총생산(GDP) 대비 누적적자 비율도 당초 위원회 합의대로 국채 이자율로 할인한 수치를 공표해야 한다. 기금투자수익률 할인으로 인해 적자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들어서다. 개혁의 최우선 순위를 수지 불균형에 두어야 한다. 감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신속하게 보험료를 올려 불균형을 일부 해소한 뒤 구조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KDI안은 보완 과정을 통해 좋은 대안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된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한 의무납입연장도 서둘러야 한다. 30인 미만 사업장 대상인 근로복지공단 '푸른씨앗'을 100인 이하 기업까지 확대하면 취약 근로자도 추가적인 노후소득 확보가 가능하다. 국민 대다수가 안정적 생활이 가능한 연금을 받으면서도 지속 가능성까지 확보하려면 국민·기초·퇴직연금 등의 효과적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 고려대 경제학 석사, 미국 텍사스A&M 경제학 박사(연금과 의료보장 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사회보장본부장·연금센터장 등을 역임하면서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제도를 연구했다. 1~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 및 제도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연금학회장 등을 맡았다. 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으로 다수의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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