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취재

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

안내책자에만 있다? 호주의'귀요미' 야생동물 4선

어느 나라나 그렇듯 자연 탐방 안내책자는 으레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이곳은 수십 종의 포유류와 조류가 서식하는…”. 정작 현장에서는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도 찾기 힘들다. 기다림을 감수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아닌 이상 약속되지 않은 야생동물과의 만남은 언제나 ‘넘사벽’이다. 그러나 호주는 달랐다. 이곳에 가면 무조건 안내책자의 주인공과 만나게 된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州) 샤크베이(Shark Bay) 반도의 동쪽 끝인 멍키미아. 이곳에선 전설적인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다. 1960년대 한 어부의 아내가 있었다. 돌고래에게 생선을 나눠주며 연대감을 쌓았다. 습관처럼 돼버린 아침 먹이주기 의식은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자연보호 지킴이가 그 일을 대신하고 있다. 지상에서 두 번째로 큰 새인 에뮤와 바닷바람을 만끽하는 펠리컨도 이곳에선 뒷전이다. 국적 불문, 남녀노소 여행객 모두가 바다로 향한다. 이들의 소망은 단 하나, 수심이 무릎 정도인 해변 가장자리까지 접근하는 돌고래를 보기 위해서다. 그분이 오셨다. 지킴이를 빙빙 돌며 반가움의 애교까지 부린다. 감격에 겨운 관광객을 향해 지킴이가 한 마디 던진다. “먹이 줄 사람?” “저요!” 호주에 가면 반드시 코알라를 볼 수 있겠지? 착각이다. 도시를 여행한다면 동물원에 가야 본다. 도심 외곽에서도 ‘차라락’ 흔들리는 유칼립투스 나뭇잎 소리에 눈을 크게 떠 보지만, 코알라의 숨바꼭질 실력도 만만치 않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의 애들레이드에서 가까운 ‘캥거루 아일랜드’엔 코알라가 손에 잡힐 듯한 명당이 있으니, 뜻밖에도 섬의 남서부 캠핑카 숙박지(웨스턴 KI 캐러밴 파크)의 산책길이다. 하루 20~22시간 꿈나라를 헤매는 이 잠자는 공주(왕자)가 반쯤 뜬 눈으로 유칼립투스 잎을 어기적어기적 씹고 있다. 이게 설마 꿈은 아니겠지. 저 표지판은 대체 뭐지?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주로 들어서면서 색다른 로드킬 주의 표시를 보았다. 덩치 큰 고양이인가 싶었는데 주인공은 바로 웜뱃이다. 실제로 보면 캥거루와 코알라, 돼지를 뭉쳐 창조한 듯한 외모다. 웜뱃과의 첫 조우는 윌선스 프로몬토리 국립공원으로 달리는 길에서였다. 앞차가 경고등을 깜빡이는데, 진회색의 솜뭉텅이가 다리도 없이 순간 이동하듯 움직였다. 이후 길게 오래 다시 만난 건 국립공원 내 타이달 강 캠핑장(Tidal River Campground)이었다. 냄새 맡기의 귀재인 웜뱃이 캠핑장을 배회하며 열린 텐트 안으로 무단침입 중이었다. 이래 봬도 새침한 초식성 동물이다. 너란 '귀요미'는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것인가. 호주를 오래, 그리고 먼 거리를 달릴수록 만날 확률이 높은 동물은 역시 캥거루다. 단, 도로 양옆의 변사체로 자주 목격된다. 왈라비를 처음 보면 캥거루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몸집과 속도, 생김새가 다소 위협적인(?) 캥거루에 비해 털에 윤기가 나고 몸집이 작다. 놀란 토끼와 비슷하게 귀여운 외모를 지녔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북부 피츠로이 크로싱(Fitzroy Crossing)에서 왈라비 무리와 만났다. 이 소도시에 있는 피츠로이 리버 롯지는 하루 800km 이상 이동하는 캠핑카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주는 숙소다. 아침에 숙소 앞에 나서니 왈라비 여러 마리가 눕거나 서 있다. “365일 저기에 있나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물었는데, 숙소 직원의 답은 무심하다. “그럼요.” 애완동물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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