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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성장 속도 빠른 우리 아이, 혹시 ‘성조숙증’?

입력
2024.04.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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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성조숙증 환자 5년 새 80% 급증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또래 아이보다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성조숙증을 겪는 소아청소년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18세 미만 성조숙증 현황’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는 2018년 10만1,273명에서 2022년 17만8,585명으로 80%가량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유전·환경적 요인 등으로 성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돼 키가 작아지거나 신체 변화가 또래 아이와 달라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우리 주변 곳곳에 널려 있어 ‘피할 수 없는 적’으로 불리는 환경호르몬은 성조숙증과 관련이 매우 높다. 성조숙증은 예방 및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기에 이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을 미리 관리하는 게 좋다. 따라서 영·유기때부터 환경호르몬 검사를 통해 성조숙증을 예방하는 게 효과적이다.

◇어린이 성장 방해 성조숙증, 환경호르몬이 주원인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이 이른 시기에 분비돼 생식기 발달 등 올바른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태다. 주로 8세 이전 여아, 9세 이전 남아에게서 2차 성징인 사춘기가 발생할 때를 말한다.

사상하부-뇌하수체-성선(난소 또는 고환)이 활성화되어 있으면 ‘잔성 성조숙증’,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으면 ‘가성 성조숙증’이라 한다. 성조숙증은 남아보다 여아에게 흔히 발생하지만, 심각한 병적 원인을 가지는 경우는 남아가 더 많다.

대표적인 성조숙증 증상으로는 남녀 모두 음모가 발달하거나 8세 미만 여아에서 유방 몽우리가 잡히거나, 9세 미만 남아에게서 음경이 커지거나, 고환이 어른 엄지 손톱 정도 크기(4mL) 이상 커진다.

또한 부모 사이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가파른 키 성장이 있다. 이는 일시적으로 키가 커 또래보다 발육이 왕성하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골 성숙이 빨라지다 보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면서 신체 발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성인이 됐을 때에는 평균 키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성조숙증으로 나타나는 신체 변화는 개인마다 다양하기에 정기적으로 몸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성조숙증은 유전적 요인과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 소아 비만 등 환경적 요인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그 중 환경호르몬이 성조숙증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환경호르몬은 외부 환경에서 우리 몸 속으로 흡수돼 체내 정상적인 호르몬 생성·작용을 방해하는 내분비 교란 물질이다.

환경호르몬은 플라스틱 등 자연 환경에 있는 화학물질로, 우리 몸에 들어와 성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하며 내분비계 질서를 망가뜨린다.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고농도 노출 시 선천성 성기 기형, 성 조숙, 내분비 관련 암 발생, 발달 장애, 지능 저하 등을 일으킨다.

환경호르몬은 치료가 어렵기에 조기 검사를 통한 회피 및 예방 등 생활 습관 개선으로 노출 빈도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일상 속 널려 있는 환경호르몬

환경호르몬은 아이들이 입는 옷, 가방, 학용품, 장난감을 비롯해 영수증, 반찬 용기 등 우리의 일상 속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는 △비스페놀 △파라벤 △트리클로산 △프탈레이트 등이 있다.

비스페놀은 성조숙증과 가장 관계가 높으며, 어린 시기에 노출되면 불임이나 난임,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파라벤은 화장품 및 제약 제품의 방부제를 통해 노출되며 피부 노화, 피부암 등을 일으킨다. 트리클로산은 치약·비누·세제 등의 항균제 역할을 하는 물질로 폐암·간암·유방암 등의 발암물질로 변성 가능성 있다.

신생아의 테스토스테론 농도와 관련 있다는 논문 보고가 있다. 프탈레이트는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과 코팅제에 있으며 대표적으로 어린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두뇌 발달에 악역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호르몬은 사람에 따라 노출 빈도와 상관없이 적은 양에만 노출돼도 그 노출 효과가 극대화되며 발병 반응은 각각 다르다.

특히 여러 모자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또는 임신 중이거나 생애 초기에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계속 보고되고 있어, 임신부나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는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지 않게 관리하는 등 특히 조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환경호르몬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소아청소년 내분비 교란 물질 종합검사’가 주목받고 있다.

조성은 GC녹십자의료재단 내분비물질분석센터 센터장(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은 “소아청소년의 성조숙증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은 우리 일상 속 곳곳에 퍼져 있기에 영·유아 시기부터 환경호르몬 노출 정도를 파악해 노출 가능성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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