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AZ 소량 투여 논란
당국 "절반 이상이면
재접종 안해도 돼"

인천 한 병원이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권고량의 절반가량만 투여해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 보건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정량의 절반 이상을 접종했다면 재접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2일 참고자료를 통해 인천 남동구 한 병원에서 40여명에게 AZ 백신을 정량(0.5㎖)의 절반가량만 투여한 것과 관련해 관할 남동구보건소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접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질병청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준을 참고해 마련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실시 기준에 따르면 정량보다 적게 접종한 경우에는 접종량에 따라 재접종 여부를 결정한다. 정량의 절반 미만으로 접종했거나 용량 비율을 추정할 수 없는 경우 허가된 용량으로 반대쪽 팔에 접종한다. 절반 이상 접종한 경우에는 재접종을 하지 않는다. 남동구에 따르면 지난 4일 한 병원에서 AZ 백신을 정량의 절반만 투여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 병원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접종자에게 "백신을 절반 정도만 맞으면 이상 반응이 적다"며 0.25~0.3㎖만 투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량의 절반 이하를 접종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병원에선 직원을 포함해 모두 676명이 AZ 백신을 접종했다. 남동구는 이 병원과 백신 접종 위탁 계약을 해지한 뒤 접종 예약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했다.

28년 전 여의도에 불었던
'부동산 피바람' 창대했지만…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를 비틀어본 표현인데 듣기 어떠신가요. 눈만 뜨면 천정부지로 솟는 집값, 들썩이는 땅값을 보면 그리 과한 말은 아니지 싶은데요. '땀'보다 '땅'으로 돈을 버는 게 쉬운 세상. 성난 부동산 민심에 놀란 정치권은 요즘 수습책을 내놓느라 바쁩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 LH 투기 의혹 사건으로 '원죄'를 쌓은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부동산 전수조사란 칼을 빼 들었죠.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라 부동산 투기 및 불법 거래가 의심되는 소속 의원 12명 전원에 대해 '자진 탈당'을 결의하고 나섰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린 초강수 결정의 충격파는 국민의힘으로까지 넘어왔습니다. 도저히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거죠. 누군가는 억울해서 '부글부글', 또 누군가는 불안해서 '전전긍긍'하는 의원님들의 얼굴이 아른거리네요. 그런데 여의도를 강타한 '부동산 피바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8년 전 불었던 피바람의 강도는 더 셌고, 후폭풍도 상당했죠. 그때의 피바람은 태풍으로 커졌을까요, 미풍으로 끝났을까요. 너무나 뻔히 예상되는 결말이지만 그래도 한번 따라와 보시죠. 그때나 지금이나 닮은 구석이 많아 깜짝 놀라실 겁니다. 1993년, 여의도에 '부동산 피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취임 일성으로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을 포함한 직계가족 재산 내역을 첫 국무회의(1993년 2월 27일)에서 손수 공개하며 여의도 압박에 들어갑니다. 그 이름마저 거룩한 '윗물맑기운동'의 시작이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는 제도화돼 있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부동산 투기 등 재산 부정 축적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있었지만 국회의원은 상대적으로 '언터처블'이었습니다. 대신 기업이 주요 타깃이 됐죠. 일례로 1990년 3당 통합 직후 경기 침체에 치안 불안까지 겹쳐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겪었던 노태우 정권은 청와대 직속의 ▲부동산대책 특별점검반 ▲특명사정반을 무기한 운영하며 민심 수습에 나섰는데요. 기업들이 먼저 매를 맞았습니다. 특히 당시 부동산대책 특별점검반 반장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진짜 '신스틸러' 맞네요. 자, 다시 여의도로 돌아와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YS에 떠밀린 집권여당 민자당은 국무위원 재산공개 이틀 뒤인 1993년 3월 22일 소속 의원 161명의 재산 공개를 단행합니다.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칼은 칼집에 넣어두고도 빼든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거둔 셈"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마따나, '공개'만으로도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1989년, 1990년 12회에 걸쳐 세무 당국이 공개한 부동산 투기자 명단에 정치인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민심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죠. '억' 소리 여러 번 나는 의원님들의 재산 규모에 놀란 건 두 번째고요. 이제부터 본격 피바람이 시작됩니다. 제일 먼저 입법부 수장이던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 의혹에 휩싸인 지 이틀 만에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납니다. (4개월 뒤인 7월엔 의원직마저 사퇴하며 정계은퇴를 선언하죠.) 박 전 국회의장은 아들 명의로 땅 17만 평과 75가구가 사는 연립주택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었네요. 이 밖에도 재산공개 파문으로 옷을 벗은 민자당 의원은 3명 더 있습니다. 58억400만 원을 신고한 국회국방위원장 유학성 의원, 46억1,800만 원을 신고한 전직 국회의장 김재순 의원도 자진사퇴했고요. 그린벨트 훼손 혐의까지 더해진 김문기 의원은 의원직 사퇴는 물론 사법처리까지 받은 기록이 나옵니다. 세 사람 모두 재산 공개 8일 만에 의원직에서 물러났네요. 이뿐일까요. 당내 '재산공개진상파악 특위'를 꾸린 민자당은 나머지 문제 의원들을 6개월 동안 조사한 끝에 총 8명에 대해 ▲제명 ▲6개월 당원권 정지 ▲비공개 경고 등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재산공개 파문을 일단락 짓습니다. 물론 진통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난리도 아니었죠. 지금 문제가 된 1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억울해하는 상황이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졌습니다. 당시에도 부동산 투기 관련 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20여 명의 민자당 의원들은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인민재판식 인식공격"이라고 억울해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했는데요. 유형별로 따져보죠. 먼저 적극적인 '읍소형'입니다. "나는 절대 아니"라고 언론사에 해명성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청와대 실력자들을 찾아가 구명운동을 펼치는 스타일입니다. 낯익은 이름도 등장하네요. 당시 초선 의원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내 문제는 모두 해명됐다"며 조사대상이 아님을 언론사에 알리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납작 엎드리는 인내(?)형입니다. "정부 차관급 인사와 민주당 의원들의 재산공개가 되면 여론의 관심에서 벗어나겠지"라며 어서 빨리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경우입니다. '남 탓'과 '음모론'으로 물타기에 나서기도 합니다. 일단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을 쏟아내기 바쁘죠. "재산이 많다는 사실만 갖고 법 절차를 무시해 사람을 때려잡느냐", "이게 문민시대의 개혁 정치냐" 등 목소리를 높입니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반발하기도 합니다. 재산 규모가 큰 정치인이 민주계보다는 여권 출신인 민정, 공화계쪽에 많다 보니 재산공개가 구 여권 인사들을 '거세'하기 위한 노림수였다는 거죠.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자당은 눈물과 땀을 흘려야 하며, 그 눈물은 회개와 참회의 눈물이어야 한다"며 더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민자당이 그야말로 탈탈 털리는 동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야당인 민주당이었습니다. 지금 국민의힘이 전전긍긍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는데요. 여당의 재산공개가 부실해 "진실성이 없다"고 대여 공세에 집중했던 민주당도 재산공개 전수조사를 거스를 순 없었습니다. 늦은 만큼 더 확실해야겠죠. 민자당 조치 이후 보름이 지난 1993년 4월 6일 소속 의원 95명의 재산을 공개한 민주당 재산공개대책위(이부영 위원장)는 "진정한 공개"를 약속합니다. 가명재산, 해외재산은 물론 골동품, 예술품 등을 다 포함시키고 부동산도 '시가'를 기준으로 삼으며 민자당과 차별화를 꾀했죠.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의혹이 불거진 의원들의 땅을 직접 '실사'에 나서거나, 소명 자료를 추가로 받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막상 까놓고 보니 야당이라고 다를 건 없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재산 평균은 15억 원대로, 민자당 의원들의 재산 평균인 25억 원에는 못 미쳤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의원들만 10여 명에 달했네요. 그런데 공개 이후 민자당을 향해 핏대를 세우던 민주당이 돌연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엄중 조치하겠다"던 이기택 대표는 "성인군자의 도덕기준을 통해 여론재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발 물러섭니다. 정치적 망신주기보다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에 제재에 나서자는 건데, 당 내부에서조차 '이중잣대'란 비난을 자초했죠. 결국 징계는 유야무야 됩니다. 같은 해 9월 7일 국회는 국회 공직자윤리위를 가동합니다. 의혹 규명을 위한 실사 작업에 착수하기 위한 기구로 입법부뿐 아니라 사법부, 행정부에도 각 기관별 윤리위가 설치됐죠. 자, 국회 공직자윤리위는 제 역할을 다 했을까요. "철저한 조사를 공언했던 것과 달리 실사 수단의 한계, 정치권의 은근한 견제 분위기 등을 이유로 대며 눈에 띄게 기력이 빠진 모습"이란 대목이 눈에 띄네요. 당장 부동산 조사 관련 소명자료를 제출한 의원은 40여 명에 달하는데, 10명 내외라고 축소 발표한 것부터 진상규명 의지가 있는지 묻게 됩니다. 재산 실사 결과를 비공개 처리한다는 방침에 반발한 윤리위원들의 사퇴도 잇따랐죠. "윤리위에 운영 윤리가 없다"며 사퇴한 1호 위원은 '원조대쪽', '미스터 쓴소리'였던 조순형 의원(당시 국민회의 소속)이었네요. 3개월에 걸친 실사 작업이 끝난 12월 기사를 볼까요. "윤리위가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 '유선무죄(有線無罪), 무선유죄(無線有罪)'라는 유행어를 다시 상기시킬 만큼 파문을 최소화시키려는 흔적이 엿보인다”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1993년 여의도를 강타했던 부동산 피바람은 미풍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2021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는 과연 태풍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했던 28년 전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입니다.

BTS와 손잡은 맥도널드… 세계 문화가 'K'로 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사만다 프레드버그(19)씨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맥도널드에서 '방탄소년단(BTS) 세트'가 출시되자마자 집 근처 매장으로 달려갔다. 프레드버그씨는 10일 본보와 국제전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맥도널드에 간 게 거의 1년 만"이라며 "주위에 방탄소년단 세트를 사 먹은 뒤 창문 모양의 보라색 방탄소년단 로고가 찍힌 세트 포장지뿐 아니라 한글이 적힌 음료컵과 소스 용기를 씻어서 보관하는 아미(방탄소년단 팬)들이 많다"며 웃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맥도널드 매장은 미국 아미들의 성지로 통한다. 매장 입구엔 방탄소년단 영어 이름 모양의 금색 풍선이 걸려 있고, 더 들어가면 곳곳에 방탄소년단 사진들이 붙어 있다. 맥도널드는 미국식 생활 양식의 표본으로 통한다. 가장 미국적인 곳에서 한글이 적힌 음식을 내놓고 K팝 아이돌그룹 사진을 붙여 놓다니. 방탄소년단이 미국인의 식생활 문화까지 파고들어 연출한 이색 풍경이다. 맥도널드는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7일부터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브라질, 그리스, 말레이시아 등 6개 대륙 50개국에서 감자튀김과 치킨 너겟 등으로 구성된 방탄소년단 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업체인 맥도널드가 연예인을 내세운 세트 메뉴를 해외에서 판매하기는 1955년 창사 이래 66년 만에 처음. 인도네시아는 방탄소년단 세트 상륙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9일부터 방탄소년단 세트 판매를 시작한 인도네시아의 맥도널드 매장 최소 10여 곳은 이날 갑자기 문을 닫았다. 방탄소년단 세트를 사기 위해 손님과 배달 기사들이 매장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몰리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진 탓이다. 중고거래 사이트인 이베이엔 방탄소년단 세트 포장지를 386달러(약 42만 원)에 내놓은 매물도 나왔다. 방탄소년단이 맥도널드와의 협업으로 세계 곳곳을 뒤흔들고 있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미국식 세계화의 전진 기지 즉 맥도널드가 방탄소년단 세트를 발판으로 세력 확장에 나섰다는 건 방탄소년단이 세계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K팝이 지역성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표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헌식 카이스트 미래세대행복위원회 위원은 "방탄소년단 세트는 세계적 지역화 즉 글로컬리즘의 성공을 보여준 이벤트"라고 말했다. 서구에서 제3세계로 문화 권력이 이동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 현상을 보여준 사례라는 설명이다. 방탄소년단과 맥도널드의 협업은 뉴노멀 시대의 상징과 과거 유산의 조우다. 이 낯선 만남으로 방탄소년단은 세계화의 중심에 한발 더 다가가고, 맥도널드는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털어낸다. 세계 곳곳에서 방탄소년단 세트를 즐기는 체험으로 그룹은 K팝의 특수성을 지우고 대신 보편성을 얻는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버거를 뺀 방탄소년단 세트는 세계인들이 공히 즐길 수 있는 음식 메뉴처럼 보편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아이돌의 존재가 방탄소년단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라 해석했다. 방탄소년단 세트엔 햄버거가 없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 문화권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맥도널드는 왜 숱한 미국 스타 대신 아시아의 방탄소년단을 메뉴의 모델로 택했을까. 방탄소년단은 여느 영미권 팝스타와 달리 개인의 즐거움보다 사회 공동체적 연대를 강조하고, 일탈 대신 음악을 통한 치유를 중시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방탄소년단은 쾌락을 중시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되레 윤리적으로 소비됐다. K팝 아이돌그룹의 무해함을 통해 맥도널드가 패스트푸드의 유해함을 희석하고, 소비자의 반감을 지우려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탄소년단은 부모가 될 미래세대에 지속가능성의 표상"이라며 "맥도널드가 방탄소년단 세트를 내놓은 건 예전보다 퇴색한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주고객인 가족을 묶는 새 끈으로 방탄소년단을 미끼 삼아 잃어버린 소비자를 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과 맥도널드의 만남으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아시아 신체성의 조명이다. 그간 서구에선 백인 '말보로맨'과 젠틀맨으로 남성성이 양분됐다. 이런 흐름을 깨고 아시아 청년들인 방탄소년단이 맥도널드 모델이 됐다는 건, 방탄소년단이 제시한 새로운 남성성이 주류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들에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비친다는 뜻이다. K팝 남성 아이돌그룹은 성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 스타일과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주목받았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맥도널드가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택했다는 건 K팝 남성 아이돌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계층이 많이 늘었다는 뜻"이라며 "메트로 섹슈얼 요소와 특유의 따뜻함으로 '게이팝'으로 불리며 일각에서 눈총을 받았던 K팝 남성 아이돌그룹이 가부장적 남성성에 균열을 내고, 주류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사건"이라고 의미를 뒀다.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교육학자 라프란즈 데이비스는 본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주고받은 인터뷰에서 "이전까지는 비욘세 노래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있는데 굳이 다른 나라의, 다른 언어로 된 콘텐츠를 찾아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영어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났다"고 털어놨다. 외신도 이런 변화에 주목했다. 영국 BBC는 올초 "나인티원: K팝 영감받은 'Q팝'은 카자흐스탄을 어떻게 바꿨나"란 기사에서 K팝이 보수적인 나라에서 어떻게 전통적인 젠더 규범을 깨는 문화적 자극으로 작용했는지를 의미 있게 다뤘다. 더욱이 방탄소년단과 맥도널드의 협업은 팬덤을 통한 경제적 파급력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거대 취향 공동체 즉 팬덤은 세계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지난 4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으로 선정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난해 집계한 98개 국 한류 온라인 동호회 회원은 1억478만 명에 이른다. 사상 첫 한류 팬 1억 명 돌파로, 2014년(2,170만 명) 이후 6년 만에 그 규모가 5배 커졌다. 동호회 활동을 하지 않아 집계에 잡히지 않은 팬을 고려하면, 실제 한류 팬은 2억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K팝 아이돌을 위해 듣지 못하는 CD 구매도 망설이지 않는다. 막강한 소비력을 지닌 거대 한류 팬덤은 방탄소년단과 하이브의 '가치 떡상(급등)'을 주도했다. 맥도널드가 낯선 한국의 K팝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손을 잡은 배경이다. 김헌식 미래세대행복위원회 위원은 "방탄소년단은 기존의 유통망 즉 대형기획사나 주류 미디어의 조명 없이 네티즌의 입소문으로 서구에 역수출됐다"며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국적을 뛰어넘은 팬들의 결집이 만들어 낸 하나의 현상으로, 지금 이 세계를 움직이는 게 과연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팬덤 경제학에 맥도널드가 움직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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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오륙남 정치' 염증,
보수 집권 열망 타고…
이준석 날았다

이준석 바람은 태풍이 됐고, 이준석 현상은 구체적 현실이 됐다. 1985년생 청년의 제1야당 대표의 등장은 한국정치의 일대 사건이다. 이준석 개인의 성취만은 아니다. 세대교체를 향한 누적된 갈망, 탄핵 흑역사와 완전 결별하고 집권하려는 보수 세력의 열망이 이준석이라는 영리한 정치인을 매개로 폭발한 결과다. '왜 이준석인가'보다 '왜 세대교체인가'가 더 깊이 물어야 할 질문이다. 국민의힘은 11일 전당대회를 열어 이준석 대표를 선출했다. 30대가 주요 정당의 대표가 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당대표와 함께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단 선거에서도 여성·30대·비(非)영남 출신이 약진했다. 보수 진영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판'을 까는 데 일단 성공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당원 여론조사(7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30%)를 합산한 방식의 경선에서 득표율 43.82%를 기록해 당대표 후보 5명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여성다움' '청년다움' '중진다움' 등 '○○다움'에 대한 강박관념을 벗어던지고 공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양성과 유연함을 당 운영의 원칙으로 제시한 것이다. 당대표가 직권으로 임명하는 게 관행이었던 당대변인부터 '토론 배틀'을 통해 공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 당선은 당심보다는 민심의 선택이었다. 나경원 전 의원이 당원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1위를 했으나,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보다 2배 이상 득표한 이 대표가 최종 승자가 됐다. 물론 정통 보수와 대구·경북(TK)이 주축인 당원들이 '경륜'을 앞세운 나 전 의원에게 몰표를 주지 않은 것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혁신이다. 나 전 의원의 최종 득표율은 37.14%였고, 주호영 의원(14.02%), 조경태 의원(2.81%), 홍문표 의원(2.22%)이 뒤를 이었다. 이 대표의 당선으로 장유유서의 원리로 작동하는 ‘오륙남’(5060세대 남성) 중심의 낡은 정치가 허물어지고 청년 당사자 정치가 활기를 띨 가능성이 열렸다. 세대교체가 시대정신으로 확인된 만큼, 내년 대선에서도 '젊음'과 '개혁'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이 대표의 승리에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정치적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젠더 갈등, 세대 갈등을 비롯한 분열적 에너지를 양분 삼았고, '공정은 곧 능력주의'라는 세계관을 드러냈다. 이준석식 성공 방정식이 확산되면 '트럼피즘'과 '극우 포퓰리즘'이 한국사회에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마이너스의 정치'를 '플러스의 정치'로 바꾸지 못해 정치 지도자로서 실패한다면 간신히 동력을 얻은 세대교체 바람이 꺼질 것이다. 이 대표가 보다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최고위원 선거에선 여성 초선인 조수진, 배현진 의원이 1, 2위를 차지했고, 김재원, 정미경 전 의원도 당선됐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김용태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뽑혔다. 여성 선출직 최고위원이 3명이나 포진하게 된 것도 한국정치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미드' 만들고 선수촌 K팝 제작 역조명... 무슨 일이

'도깨비' 등을 만든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미국 유력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애플TV플러스, 영화 '미션임파서블7' 등을 만든 스카이댄스미디어와 미국 드라마를 제작한다. 드라마 제작사 국내 드라마 판권을 미국 방송사 등에 판 적은 있지만, 직접 현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엑소 등을 기획한 SM엔터테인먼트(SM)와 방탄소년단을 제작한 하이브 등 국내 K팝 기획사들은 MGM텔레비전, 유니버설뮤직과 손잡고 현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잇따라 외국인으로 구성된 K팝 아이돌그룹을 내놓는다. 방탄소년단 등 한류 스타를 넘어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한류 콘텐츠를 배출한 한국의 대중문화 시스템이 팬데믹 이후 해외 시장을 키울 혁신의 무기로 조명받고 있다. 스타와 콘텐츠 수출에 집중됐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젠 기획사가 한류의 원동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영국 유력 월간 모노클은 "한국이 대중문화 혁신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평했다. 1980년대 홍콩, 1990년대 일본이 했던 아시아 문화 전초기지 역할을 이제 한국이 하고 있다는 평가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는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 비버의 매니지먼트사인 미국 이타카홀딩스를 10억5,000만 달러(약 1조1,151억 원)에 지난 4월 인수했다. 10년 전만 해도 업계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영상 콘텐츠 제작사의 북남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에 참여한 미국 드라마는 M.O 월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더 빅 도어 프라이즈'다. '시트 크릭'으로 에미상과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작가 겸 프로듀서 데이비드 웨스트 리드가 극본을 맡았고, 10부작으로 제작된다. 방송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이 미국에서 단독 및 공동으로 진행 중인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가 18개다. JTBC스튜디오는 최근 미국 콘텐츠 제작사 윕을 인수했다. 윕은 미국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을 받은 '디킨슨' 등을 제작한 회사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미국의 제작사를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 한국 대중문화 업계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미국 의학 드라마 '이알'은 회당 평균 제작비가 1,100만 달러(약 122억 원) 수준이다.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전지현이 출연하는 올 하반기 기대작 '지리산'의 회당 제작비 20억 원의 6배를 웃돈다. 높은 완성도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빠르고 제작비 대비 효율이 높은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해외 시장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북미와 일본에선 K팝 DNA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본 음반사 관계자에 따르면 JYP엔터테인먼트는 '니지 프로젝트' 2탄을 기획 중이다. 지난해 '니지 프로젝트' 1탄을 거쳐 박진영이 프로듀싱하고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여성그룹 니쥬에 이어 K팝 DNA를 갖춘 일본 K팝 그룹이 또 탄생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 한 보험사가 진행한 '이상적인 직장 상사' 설문조사에서 박진영이 5위를 차지했다"며 "체계적인 K팝 트레이닝 및 제작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팝 제작 시스템은 기획사의 아티스트 발굴 및 육성(A&R) 과정이 핵심이다. 2~6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친 뒤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데뷔시키는 게 특징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연예인을 10여 년 동안 계약으로 묶어 두는 '노예계약'이 빈번하게 이뤄졌지만, 2010년대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견제로 전속 계약 기간이 최대 7년으로 정해진 뒤 인권 침해 논란이 잦아들었다. 이런 과도기를 거친 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이 줄줄이 나오자 해외에서도 K팝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신 K팝 기획사를 협업 파트너로 앞다퉈 찾고 있는 것이다. 해외 OTT업계는 K팝 아이돌 양성 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한류 팬을 사로 잡기 위해서다. 워너브러더스의 OTT인 HBO맥스와 멕시코를 기반으로 한 제작사 엔데몰샤인붐독은 CJ ENM과 손잡고 남미에서 활동할 K팝 아이돌그룹 멤버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서구에서 공장형 아이돌이라 불리며 비판하던 K팝 시스템이 이젠 업계의 표준이 되고, 미국에서 되레 역수입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이 커지면서 이 선수촌 방식의 제작 시스템 유행이 당분간은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변화 양상의 명암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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