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되면…
이낙연 지지자 31%
"윤석열 찍겠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경쟁은 28일 기준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간 양강 체제다. 두 사람 중 누가 대선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이 지사 지지층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사가 대선 본선에 진출하면 친문재인 혹은 중도 성향인 이 전 대표 지지층 일부가 여권에서 이탈할 것으로 예측됐다.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17, 18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응답자 중 63.2%는 '대선이 이낙연ㆍ윤석열 맞대결이 되면 이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6.8%였고, 모름·무응답은 30%로 집계됐다. 이 지사의 본선행 때는 달랐다. 같은 조사에서 이 전 대표 지지층 가운데 '이재명ㆍ윤석열 맞대결에서 이 지사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3.5%에 그쳤다. 윤 전 총장을 뽑겠다는 응답이 31.3%에 달했고, 부동층은 35.2%였다. 이 지사가 본선에 오르면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약 3분의 1만 흡수할 수 있는 셈이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28일 "캠프 안에서도 비슷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유됐다"고 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이 지사보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이 전 대표 지지층 중에는 ①정통 민주당 지지자는 물론 ②사안에 따라 여야를 오가는 중도층도 적지 않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선호하는 인물이 대선에 불출마하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이 전 대표 지지층의 29.2%가 야권 후보를 택했다. 야권 후보로 옮겨가겠다는 이 지사 지지층은 15.7%로, 약 두 배의 차이가 났다. ①번 그룹 중 강성 친문재인 지지층이 비문 성향의 이 지사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지사는 201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비문'을 자처하며 문재인 후보를 공격해 친문 지지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민주당의 반이재명 성향 지지층이 이 전 대표 쪽으로 모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 지사가 '문심 잡기 행보'를 강화하는 것은 이 같은 당내 여론지형과 무관치 않다. 이 지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는 것에 강력 반대하는 등 강성 친문 지지층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안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을 가능성을 이 지사 측이 연일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 품에 잠든 승관이…눈 녹으면
만난단 소원 이뤄졌네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혹시나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그렇게 마냥 기다려왔습니다." 1999년 히말라야 브로드피크(8,047m) 등정 중 실종된 허승관(당시 27세)씨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고인과 같은 연세산악회 소속으로 당시 원정길을 함께했던 전종주(52)씨는 2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22년 전 허씨가 사라졌던 날도 7월 29일이었다. 전씨의 바람이 통했는지, 허씨의 시신은 이달 중순 눈이 잠깐 녹은 사이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4,950m) 근처에서 외국인 등반대에 의해 발견됐다. 연세대 사학과 92학번인 고인은 연세산악회 등정대에 참가해 고 박영석 대장 등반대와 합동으로 브로드피크 등정에 나섰다가 해발 7,300m 지점에서 포기하고 내려오던 중 실종됐다. 시신이 심하게 훼손됐지만 함께 발견된 연세산악회 재킷과 깃발이 신원 확인의 단서가 됐다. 공교롭게 며칠 뒤 김홍빈 대장이 브로드피크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가 실종됐다. 험준한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시신이 20년도 넘게 지나서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09년 9월 직지원정대 일원으로 히말라야 히운출리 북벽을 오르다 연락이 끊긴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시신이 사고 10년 만인 2019년 7월 발견된 전례가 있지만, 실종자 대부분은 흔적 없이 히말라야에 잠들었다. 전씨는 고인과 함께 '연세산악회 99브로드피크 원정대'의 일원이었다. 두 사람은 4인의 선발대에 포함돼 1999년 6월 12일 원정길에 나섰다. 전씨는 “당시 파키스탄과 인도의 분쟁으로 등반 허가 등 모든 행정절차가 지연돼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상황이었지만, 승관이는 감정 기복 없이 수더분하게 일을 처리했다”며 고인을 ‘산을 닮은 사람’으로 표현했다. 대원 모두가 고산 도전은 처음이었다. 전씨는 “국내 훈련에서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보여줬던 승관이가 브로드피크에선 한발 한발 무겁게 옮기다가 급기야 설사면에 주저앉았다”면서 “승관이는 어쩔 수 없이 하산을 권유받았는데, 일행이 미숫가루 수통을 건네자 특유의 미소로 답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물론 누구도 그게 허씨의 마지막 모습이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전씨와 산악회 동료들은 허씨와 국내 등반을 하던 일도 추억했다. 당시 연세산악회는 주말마다 30㎏ 넘는 짐을 지고 북한산 인수봉 암벽을 올랐다. 방학 때는 50일 넘게 백두대간을 종주하기도 했다. 한 동료는 “회원 중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는데, 가족들이 위험하다고 걱정할까봐 산행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부산 출신인 허씨도 마찬가지였다. “승관이 부모님이 아들이 산악회 회원인 걸 아셨을 때는 이미 말려도 말려지지 않는 단계였다“는 게 동료들의 전언이다. 허씨의 시신 수습은 당시 함께 원정했던 산악회 후배가 맡아 지난 26일 파키스탄으로 출국했다. 유족은 국내 운구가 어려운 현지 사정을 감안해 산악회 측에 장례 절차를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산악회 관계자는 “‘왜 위험한 곳에 가서 세금을 축내느냐’는 등의 악성 댓글도 있던데 비용은 모두 산악회가 부담한다”며 “유족의 마음을 한번만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짓밟힌 '천민'의 전복…전지현이 쏘아 올린 화살의 비밀

지난 23일 '불타던' 금요일,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보다 온라인을 후끈 달군 키워드는 따로 있었다. 전지현 주연의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은 '올림픽 개막식'(3위)을 제치고 구글에서 당일 이슈 검색 2위를 차지했다.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이 지난 2년 동안 '조선 좀비'를 소재로 과감한 이야기와 영상미를 단층처럼 쌓은 뒤, 그 '장작'에 시즌2(2020) 말미 깜짝 등장시킨 전지현을 '땔감'으로 네티즌 호기심에 불을 댕긴 게 주효했다. 그렇게 불이 붙은 '아신전'의 화력은 거셌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제공되는 미국 등 81개국 데이터를 모으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3일 공개된 '아신전'은 넷플릭스의 모든 영화 중 27일 기준 시청 순위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아신전'의 무대는 조선 시대 북방 국경지대다. 여진족을 막기 위해 압록강 상류에 진을 쳤다는 폐사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약 100년 동안 사람 출입이 금지됐다는 이곳의 음습한 숲엔 사람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아신전'은 이 금기의 땅에서 핀 생사초와 번호부락에서 나고 자란 아신(전지현)의 성장기를 다뤄 조선을 뒤덮은 비극의 시작을 쫓는다. 시종일관 분위기는 어둡고 때론 기괴하다.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로운 들판에서조차도 긴장감이 감돈다"(미국 포브스). '좀비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란 '킹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더 날카로워졌다. 시즌2 공개 후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아신전'은 영웅 영화가 아니다. 아신은 조선에도 여진에도 속하지 못하는 '성저야인' 출신이다.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인들은 늘 혐오받고, 그곳을 탈출한 여성(아신)은 또 다른 세계의 남성들에게 처절하게 짓밟힌다. 재앙의 씨앗인 생사초 그리고 아신이 쏘는 화살의 표적은 명확하다. 약자를 차별하는 세상에 만연한 야만성이다. 난민과 여성에 대한 혐오는 이 시대 살아 있는 폭력이기도 하다. 늘 얼굴에 붉은 상처가 아물지 않는 아신은 인간성 상실의 맨얼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극의 공포는 시대의 죄책감을 연료로 굴러간다. 그렇게 '아신전'은 '킹덤' 시즌1~2보다 현재성을 얻고, 조선에 갇힌 지역성을 뛰어넘어 세계관을 넓힌다. 이방인(아신)이 된 한류스타(전지현)와 극 중 '하찮은 난민이자 계집'의 전복이란 설정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김은희 작가는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의 희생으로, 역설적으로 모든 인간에게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인간성 회복을 다룰 시즌3를 위한 디딤돌로 꼭 아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아신전'은 총 93분. 전지현이 늦게 등장해 처음 볼 땐 '아신전'의 시간이 다소 더디게 흐르지만, 두 번째 다시 볼 땐 '밑바닥 여성'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더욱 돋을새김 된다. 김성훈 감독은 "전지현은 현장에선 참 털털한 배우"라며 "제주에서 경사진 나무를 타기 위해 와이어(줄)를 달고 촬영하던 장면에서 처음 만났는데 아우라가 남달라 놀랐다"며 촬영 뒷얘기를 들려줬다. 영화 '우리집'(2019)에서 자주 이사를 하는 게 불만인 초등학생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김시아는 독을 품은 연기로 극 중 전지현의 '인생 1권(아역)'을 야무지게 채웠다. '아신전'은 전작과 달리 지배자들이 아닌 하층민의 서사다. 김 작가는 "'킹덤' 시즌 1~2에선 왕세자 이창(주지훈)과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등 지배계층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이젠 이창도 세자에서 물러나 반역자로 몰린 만큼 의녀 서비(배두나) 같은 피지배계층의 변화를 써보고 싶었다"고 했다. 극에선 하늘로 우뚝 솟은 침엽수림이 자주 등장하고, 그 수직의 구도가 계급성을 꾸준히 환기한다. 극 중 금기의 숲 촬영지는 제주 삼나무숲이다. 아신은 극 후반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흙먼지 날리는 광활한 벌판에 홀로 서서 화살을 쏜다. 짓밟힌 이방인이 보이지 않는 공존의 세상을 꿈꾸며 쏘아 올린 화살이다. 이후경 미술감독은 "극중 배경인 압록강 인근에 자생하는 식물이 침엽수가 많은 만큼 침엽수림을 찾기 위해 장소 섭외를 정말 많이 했고, 벌판 촬영은 새만금 간척지에서 찍었다"며 "북방 마을의 가옥 형태는 울릉도의 비바람을 피하기 위한 우데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고, 유목민의 의상 제작 등은 박물관 자료나 몽골어 조언을 해주던 분들을 통해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킹덤'의 생사역(生死疫) 즉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사람은 보랏빛의 생사초로 인한 역변이다. 풀은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닌 실존의 야생초다. 캄파눌라종으로 촬영 당시 국내에서 수급이 안 돼 유럽에서 들여왔다. 풀잎 아래에 붙은 벌레 알은 CG다. '아신전'은 이색적 풍광과 함께 볼거리가 많다. 극 초반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단연 호랑이다. '아신전' 제작 관계자는 "극 중 몸값이 가장 비싼 귀한 CG 호랑이"라며 웃었다. 다른 영화 '대호'(2015)에선 주인공인 호랑이 CG에 억대의 제작비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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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종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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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비로 산 놀이세트가
원장 소유 풀빌라 펜션에"

경기 성남시 소재 유치원에서 전직 원장이 교비를 횡령했다는 고소가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립유치원의 교비 유용을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지난해부터 시행됐지만, 올해 2월 경기 용인시 유치원에서도 관련 의혹이 제기되는 등 좀처럼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양상이다. 28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의 모 유치원 이사장 A씨 등은 지난 5월 전임 원장 B씨 등을 횡령,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B씨는 위탁 계약 형태로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5년간 해당 유치원 원장으로 재임했다. A씨가 제출한 고소장엔 B씨의 교비 유용 의혹을 제기하는 증빙자료가 첨부됐다. B씨가 2019년 3월 유치원 자금으로 구입한 주방놀이 세트 등 각종 교구, 인테리어 소품, 가구·가전 제품 등을 자신이 소유한 풀빌라 펜션에 비치한 정황이 담긴 자료가 그중 하나다. 대형유통점에서 교비로 구입된 제습기와 김치냉장고의 배송처가 B씨 자택으로 표기된 영수증도 제출됐다. 노트북과 명품 화장품 등도 교비로 구입한 내역만 있을 뿐 유치원엔 없다는 의혹도 고소 내용에 포함됐다. B씨의 이런 행태는 유치원 3법이 시행된 지난해에도 이어졌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유치원 3법 중 하나인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따르면,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과 재산을 교육 목적 외에 부정하게 사용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A씨는 B씨가 지난해 유치원 급식비를 유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소고기와 치즈 등 유치원 구매 내역에 있는 식재료가 아이들 급식에 쓰이지 않은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B씨가 자신의 펜션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교비로 충당한 것으로 의심된다고도 했다. A씨는 "B씨가 이런 식으로 빼돌린 유치원 자금이 3억 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이사장 A씨가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유치원 회계비리 의혹은 유치원 3법 시행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엔 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비범국)가 용인시 소재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을 사기죄와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피고발인들이 2019~2020년 방과후 프로그램 지원 원생 수를 부풀려 국가보조금 2,700여만 원을 편취했고, 설립자 남편이 대표자로 돼 있는 학원 2곳에 불법적으로 특성화 수업 등의 일감을 몰아줘 3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올해 유치원 550곳을 감사하면서 적지 않은 회계비리 의혹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환 비범국 대표는 "유치원 3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유치원 교비를 유용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내부고발 활성화 등 추가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항공기 결함 22시간 지연'에도 法 "배상책임 없다" 판단한 이유

지난 2018년 10월 19일 오후 8시 30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인천행 비행기를 타려고 기다리던 승객 350명은 게이트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미 예정된 탑승 시각보다 5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항공기 이륙 30분 전 기체 점검을 하던 도중, 조종실 창문 온도를 제어하는 컴퓨터 장치에 ‘경고 메시지’가 뜨면서 항공사에선 이륙을 미루기로 했다. 승객들은 결국 하루를 독일에서 더 묵고 이튿날인 20일 오후 5시 10분에야 출발해야 했다. 당연히 한국엔 21일 오전 10시 30분, 원래보다 21시간 30분가량이나 늦어진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 승객 72명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1인당 90만 원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항공기 지연으로 인해 결근이나 업무 지장 등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항공이 사전 정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후속 조치에도 힘썼지만 결함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기에 책임을 항공사에 물게 할 순 없다는 취지였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박강민 판사는 “대한항공은 미국 항공기 제작사 C사가 제공한 정비 안내서에 따라 정비 해왔는데, 문제의 장치는 내부 결함을 자체 점검하도록 설계돼 애초 별도의 정비대상으로 지정돼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부품은 평소 봉인돼있어, 항공사가 아닌 제조사만 내부를 열어 점검할 수 있게 돼있기도 했다. 대한항공 정비팀으로서는 손쓸 방도가 많지 않았단 얘기다. 실제 정비팀은 '경고 메시지'가 뜬 이후 △항공기 전체 전원 재부팅 △해당 장치 위치를 바꿔 재설치 △현지에서 새 부품 공수 노력 등 다양한 시도들을 했지만, 정해진 시간에 이륙하는데 실패했다. 대한항공은 결국 탑승객 안전을 위해 출발 시간을 다음 날로 옮기고, 대신 승객들에게 호텔숙박비·교통비·식비·전자우대할인권 등 약 8,400만 원을 들여 일부 배상을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대한항공의 면책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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