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찰 문건에 왜 기재됐나"
'물의야기 법관'에 판사들 동요

2020.11.29 12:20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지난 26일 최근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을 공개하자 법원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주요 특수ㆍ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는 검찰 내 보고서를 두고 법원 내부의 대체적 분위기는 “'물의야기 법관'이 기재된 경위에 대해선 명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날 때까지 주시해야 한다"는 쪽이다. “사찰로 보기엔 내용이 허술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검찰 해명대로 ‘별 문제 없다’고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의 ‘법관 사찰’ 의혹 등을 문제 삼아 징계 청구와 함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로부터 29일까지 닷새 동안 ‘문건 작성자(성상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의 해명→윤 총장에 대한 수사의뢰(법무부) →윤 총장 측의 문건 공개’ 등 양측의 일진일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문건과 관련,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물의야기 법관’이 언급된 배경에 관한 검찰의 해명은 쉽게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문건을 만든 성상욱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25일 “사법농단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이 ‘배석판사가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됐다’면서 공정한 재판을 위해 이 부분은 비실명화할 것을 요구해 검사들도 알게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사법농단 재판의 공소유지를 총괄하는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특별공판1팀장)도 최근 “대검은 물론 어떤 다른 부서에도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법관들의 인사 자료라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더 엄격히 관리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판사들은 사법농단 수사 당시 검찰이 확보했던 법관 인사평정 자료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판사들이 ‘물의야기 법관’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사법농단 사건이라는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세 차례에 걸친 법원의 자체 조사에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8년 “검찰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사실상 이 사건을 ‘검찰 수사’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법원에 대한 전례 없는 공세에 수사 필요성을 주장했던 판사들도 "건수를 잡은 검찰이 법원을 흔들겠다는 심산이 아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검찰이 압수수색한 인사실 평정자료를 어떻게든 악용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그때만 해도 근거 없는 두려움이었는데, 이제는 합리적인 의심이 됐다”며 “검찰 수사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어느 단계에서 퍼져나갔는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만한 사태라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인사평정 자료는 당사자도 모르는 비공개 자료인 데다, 사법농단 수사의 기억까지 더해져 판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법부 내에선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이 안건에 상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많은 판사들이 이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3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윤 총장이 낸 직무배제 집행정지 사건에 대한 심문기일이 잡혀 있어서 혹시라도 영향을 줄까 봐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외부 사정을 배제하고 보면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에도
1시간 줄 서는
국숫집, 성공 비결은

2020.11.28 10:00
코로나19 확산으로 음식점으로 향했던 발길이 뚝 끊겼다. 하지만 외진 마을 작은 국숫집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찾는다. 한두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다녀간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고기리막국수’ 얘기다. 9년 전만 해도 하루에 고작 한 그릇 팔던 국숫집이 코로나19 속에서 연 매출 30억원을 넘긴 비결이 뭘까. 이 국숫집을 운영해온 김윤정씨가 최근 책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다산북스 발행)를 통해 답을 내놨다. 책에서 그는 ‘기본’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맥 빠지는 모범답안 같지만 국숫집을 운영하며 쌓인 그의 생생한 경험과 생각들이 설득력 있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막국수 맛의 본질을 찾기 위해 수백여 곳의 막국숫집을 다닌 사연이나 한 가지 메뉴를 고집해온 배경도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다. 기본은 진심을 다했을 때 갖춰진다고 그는 역설한다. “화려한 광고나 마케팅 전략으로 손님의 눈과 귀를 잠시 사로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손님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심을 다해야 했습니다.” 이를테면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음역대가 넓지 않은 피아노곡을 선택한다거나, 조도와 온도에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고급호텔 같은 화장실을 갖추고 청결과 위생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점 등이다. 줄 서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게 외부에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앱으로 대기시간과 순번을 정해 답답함도 덜어준다. 그는 “사람들 입에서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데는 실제 음식 맛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자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손님에게는 맛보다 맛있게 먹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똑같은 음식이어도 상황과 분위기, 기분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손님을 중심에 둔다지만 음식점에서 의도치 않은 오해와 갈등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긴 대기 시간과 주차 문제에서부터 손님 신발이 사라지고, 아이가 큰 소리로 휴대전화 동영상을 틀어놓는 등 음식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 대처법도 소개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공감의 말이었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역시 불안했을 터. 그럴 때일수록 기본을 되새긴다. “코로나 이전처럼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이미 아는 가게를 방문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찾아주시는 손님에게 필요한 것은 정서적인 허기를 달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는 가게’를 찾는 이유는 ‘신뢰’에 있었습니다. 지치고 두려운 상태에서도 찾아주시는 손님 한분 한분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식당의 존재 이유임을 다시 새깁니다.” 그 역시 문을 닫는 음식점이 늘어가는 데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도 크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다. “모두가 비대면의 시대를 말하지만 비대면이 강조될수록 대면의 욕구는 강해지고, 좋은 대면 경험이 주는 느낌은 강렬해집니다. 음식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행복감을 전하는 매개체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 카반, 35년 만에 야생으로

35년 만에 자유를 얻은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세월을 쇠사슬에 묶인 채 지낸 파키스탄의 코끼리 카반이 29일 캄보디아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풀려난다. 동물보호단체 포 포스 인터내셔널(Four Paws International)에 따르면 미국의 가수 셰어와 여러 운동가들이 수년 동안 노력한 끝에 카반은 35년간 지내던 이스라마바드의 동물원을 떠나게 됐다. 셰어는 27일 카반의 자유를 축하하기 위해 이슬라마바드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동물보호단체의 압박으로 앞서 5월 파키스탄의 고등법원은 카반을 동물원에서 석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카반은 1985년 스리랑카 정부가 파키스탄 정부에 우호의 뜻으로 선물하면서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코끼리는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지만, 카반은 2012년 함께 지내던 암코끼리를 잃고 8년간 홀로 지내와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카반을 진료한 수의사들에 따르면 카반은 오랫동안 좁은 공간에서 지내면서 발톱에 금이 가고 발바닥이 손상됐으며, 왼쪽 눈에 결막염이 발견됐다. 또 사육사들이 설탕을 먹여 과체중에도 시달리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도 쇠약했다. 외로움으로 인해 고개를 휘젓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으며, 암코끼리를 잃은 후 공격적인 성향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포 포스 인터내셔널의 마틴 바우어 대변인은 "카반은 풀려난 후에도 몇년 동안 신체적, 심리적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홍민의 美대선 이야기

2020년 공화당도 챙길 건 챙겼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되었다. 미국 전체 득표율은 51%대 47%이지만, 선거인단은 306대 232로 대승이다. 혹자의 표현대로 ‘아슬아슬하게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 3% 미만의 표 차로 승자가 확정된 7개 주 중에서 6개에서 바이든이 이겼고, 선거인단 제도의 승자 독식 룰 덕분에 막판에 선거인단을 대거 가져갔다. 하지만, 흥미진진했던 박빙의 대선 때문에 잊고 있던 것도 있다. 연방의회, 주지사, 그리고 주의회 의원들을 뽑는 선거도 같이 있었다. 연방상원은 선거 전 53대 47로 공화당이 다수였고 선거 후는 50대 48이다. 1위가 50% 이상 득표를 못하면 결선투표를 하도록 한 조지아주 2석이 미정인데, 1월 결선에서 민주당이 둘 다 이기지 않는 한 다수당은 공화당이 될 전망이다. 연방하원은 선거 전 233대 202로 민주당이 다수였는데 선거 후 222대 213으로 의석 수 차이가 많이 줄어들어 민주당이 과반에서 고작 4석밖에 여유가 없다. 대부분의 정책이 대통령과 연방 상하원의 협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주의회 선거 결과이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큰 변화가 없는 듯 보인다. 11명의 주지사를 뽑았는데, 몬태나주만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었고 다른 주는 당선인의 정당이 이전과 같다. 주의회도 뉴햄프셔 한 곳만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다수당이 바뀌었고 다른 주들은 모두 이전과 동일하다. 주지사는 27대 23, 주의회는 31대 18로 공화당이 모두 우세하다. 그런데, 올해는 10년마다 한 번씩 있는 센서스 인구조사를 한 해이다. 연방헌법에 따르면, 이 인구조사를 기준으로 연방하원의원의 주별 의석 수를 새로 정하고, 선거구 당 인구 수가 비슷하도록 선거구 획정을 다시 해야 한다. 또한, 모든 주의 주의회 선거구도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정해야 한다. 문제는 선거구 획정을 누가 하는가이다. 50개 주 중 선거구 획정을 주의회에서 담당하는 주는 모두 34개이다. 나머지 주는 연방하원 의석이 1석뿐이어서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거나 정당으로부터 독립된 기구에서 담당한다. 그런데, 주의회의 다수당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짜집기해온 사례가 지나치게 많다.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불리는데, 상대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최대한 많이 한 지역구에 몰아넣어서 그 외의 다수 지역구에서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정당이 유리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전 센서스 인구조사를 한 2010년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 후 중간선거였는데, 공화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이를 토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 획정을 했다. 주의회에서 선거구를 정하는 주 중 65%를 공화당이 장악했었고, 그 결과 이곳에서는 공화당에 유리한 지역구가 123개에서 139개로 늘었다. 그 이외의 주에서는 어느 한 정당에 유리한 지역구 숫자가 모두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예를 들면, 2012년 선거에서 펜실베이니아 전체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를 다 합치면 50%가 넘었지만 연방하원의원 의석은 18석 중 5석만 가져왔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위스콘신도 비슷해서, 주 전체 민주당 후보 득표율 합은 과반이었지만 연방하원 의석은 각각 31%와 38%에 불과했다.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는 2020년 올해 선거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박빙이었던 주들도 연방하원은 공화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된 것이다. 조지아는 8대 6, 위스콘신은 5대 3, 노스캐롤라이나는 8대 5, 플로리다는 16대 11, 그리고 텍사스는 23대 13으로 공화당 우세인 결과가 나왔다. 주대법원이 개입해서 게리멘더링을 못하게 막은 펜실베이니아에서 9대 9의 결과가 나온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이 모두가 이들 주 주의회의 다수당이 공화당이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올해 주의회 선거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주의회가 선거구 획정을 하는 34개 주 중 공화당이 다수인 곳은 24개로 2010년보다도 더 늘었다. 이곳에서 게리멘더링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들이 유지되거나 더 편파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는 졌지만, 공화당이 전부 다 진 것은 아닌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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