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에 미안" 尹, 끝까지 기다리며 연락 안 했다

2022.05.24 19:30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23일 밤 자진 사퇴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정 전 후보자가 23일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하자, 윤 대통령은 즉각 수용하고 발표를 지시했다고 한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24일 "윤 대통령은 정 전 후보자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을 놓지 않았다"면서 "정 전 후보자를 배려하기 위해 끝까지 기다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드러낸 단면이다. 정 전 후보자는 지난달 10일 장관 지명을 받은 직후 도덕성 의혹에 휩싸였다. 경북대 의대 교수 출신인 그가 자녀들의 같은 대학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쓰게 했다는 악성 의혹이었다. 사퇴 여론이 불붙었으나, 정 전 후보자는 버텼다. 윤 대통령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감쌌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이후 더 강경해졌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정 전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이 나오지 않았다"며 "'평생 칼잡이(검사)'인 윤 대통령이 보기엔 정 후보자를 버려야 할 결정적 하자, 즉 '부정의 팩트'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법리만 따진 건 아니다. 정 전 후보자를 향한 안타까움이 윤 대통령의 냉정한 결단을 막았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혼까지 탈탈 터는 인사청문회 문화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장관 후보직 수락을 꺼린다"며 "가뜩이나 인사청문회를 힘들게 넘긴 정 전 후보자를 내쳐야 한다는 여론이 높으니 윤 대통령이 괴로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정 전 후보자가 스스로 거취 결심을 하기 전까지 직접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 사람'을 쉽게 내치지 않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의 특징이라고 측근들은 풀이했다. 윤 대통령에게 인간미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취지이지만, "공사 구분을 명확하게 하는 것도 대통령의 중요한 덕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써 '윤석열 내각' 1기는 사실상 진용이 갖춰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취임했고, 18개 정부 부처 중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16개 부처 장관 인선이 완료됐다. 이에 윤 대통령은 오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정식 국무회의를 연다.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 후속 인선도 고심 중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정철영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와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가까운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 교수 등이 거론된다. 복지부 장관에는 윤도흠 차의과대 의무부총장, 인요한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 소장 등 의료인이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장관 후속 인선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6·1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인사 리스크'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속 인선은 더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 대해 '남성 편중'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달리 향후 인사에서 여성을 적극 기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상희·정진석 부의장,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 등 국회의장단을 접견했다. 이날 국회의장단 접견에 이은 만찬은 윤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졌다. 박 의장을 비롯한 21대 전반기 국회의장단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전반적으로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사이에 덕담이 오간 자리였지만, 뼈 있는 말도 있었다. 김 부의장은 윤 대통령이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등 소통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젠더 갈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불필요한 갈등도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1기 내각 등에서 드러난 남성 편중을 완곡히 표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젠더 이슈에 대한 생각이 바뀐 계기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그중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거라고 하더라"라며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외신기자로부터 남성 중심의 내각 구성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공직 사회에서 예를 들어 내각의 장관이라고 하면,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며 "여성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 답변은 '여성에게 기회가 주어진 지 얼마 안 돼 인재풀 자체가 적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반면 이날 발언은 능력 평가에 있어 구조적 문제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까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서 국무총리를 포함한 전체 국무위원 19명 중 여성은 3명뿐이다. 차관 및 차관급 인사 41명 가운데 여성은 2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