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대충 쓴 유언장은 없느니만 못해… 공평 배분이 핵심"

입력
2024.01.11 11:00
수정
2024.01.16 16:16
6면
0 0

[상속 전쟁: 가족의 배신]
<4>망자도 산 자도 품위 있으려면
'가족법 대가' 일본 쓰네오카 교수 인터뷰
"한 명에게 몰아주는 유언장이 분쟁 씨앗"
"유류분 폐지는 일러, 디지털 유언장 필요"
"한국의 원스톱안심상속조회 서비스 훌륭"

편집자주

상속 분쟁, 더는 남 얘기가 아닙니다. 사망자는 늘어나고, 가족 형태도 복잡해졌습니다. 부모님 사망 후 부동산에 욕심내는 형제도 눈에 띕니다. 저성장 추세까지 고착화되면서 상속은 '이 시대 마지막 로또'가 됐습니다. 이래도 가족과 안 다툴 자신 있습니까. 죽은 자도 산 자도 걱정이 없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한국일보가 취재했습니다.

쓰네오카 후미코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 국제대학원 법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30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요코하마=박지영 기자

쓰네오카 후미코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 국제대학원 법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30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요코하마=박지영 기자

"유언장만 쓴다고 모든 상속 분쟁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유언장을 '잘 쓰는 게' 중요합니다. 대충 써버린 유언장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죠."

일본에서 만난 대다수 상속 전문가들은 가족 간 분쟁을 막기 위해선 유언장 작성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상속 관련 법 체계가 비슷하고, 우리보다 앞서 상속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말 만난 쓰네오카 후미코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 국제대학원 법학과 교수는 "유언장 작성의 핵심은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언장을 작성했더라도, 한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주면 사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0년간 가족법을 연구한 쓰네오카 교수는 2001년부터 도쿄가정법원 중재위원으로 활동했고, 2021년부터 지난해까진 일본 법무성 자문기관인 법제심의회의 위원을 맡았다.

잘 쓴 유언=공평한 유언... 디지털 유언장은 미래세대 위한 것

그렇다면 잘 쓴 유언장은 어떤 것일까. 물려받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공평하게 나눠줬다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 특정인에게 재산을 너무 많이 남기면 유류분 청구 소송 등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쓰네오카 교수는 "대체로 법정 상속 비율과는 다르게 재산을 나눠주고 싶을 때 유언장을 작성한다"며 "장남에게 재산을 많이 주는 등 일본에서도 형제간 차별적 요소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된 유류분 제도 폐지에 대해선 섣부르다고 봤다. 모든 사람이 배우자나 자식을 공평하게 사랑하지는 않지만, 누구라도 최소한의 상속은 받아야 한다는 게 일본 사회 분위기라고 전했다. 쓰네오카 교수는 "유언의 자유와 유류분 제도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모에게 폭력을 쓰면 상속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안전장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쓰네오카 교수가 본보 인터뷰에서 일본 상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코하마=박지영 기자

쓰네오카 교수가 본보 인터뷰에서 일본 상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코하마=박지영 기자

쓰네오카 교수는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유언장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정부가 디지털화 의지가 강해서 법제화될 것 같다"며 "어린 세대는 종이보다는 디지털에 익숙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용할 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유언장 조작이나 변조를 막기 위한 대책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쓰네오카 교수는 "통상적인 전자문서는 위조돼도 상대방이 알아챌 수 있지만, 유언장은 고인이 사망했기에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유언은 다른 계약서를 디지털화하는 것보다 훨씬 꼼꼼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연주의 민법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유언장 써야

쓰네오카 교수는 혈연주의에 기반해 만들어진 민법을 보완하는 차원에서라도 유언장 활용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법이 혈연만으로 법정 상속인을 정한 이유는, 유언장 없이 사망한 경우 가족에게 물려주는 게 가장 뒷말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만약 간병인 등 법적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주고 싶다면 유언장을 활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신청 한 번으로 고인의 재산 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한국의 원스톱안심상속조회 시스템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쓰네오카 교수는 "일본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며 "고인의 재산 목록을 확인하기 위해선 일일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게임, 쩐의 전쟁' 인터랙티브 기사도 읽어보세요. 빚 상속 위기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낼 수도 있습니다. 제목이 클릭 안되면 아래 주소를 입력하세요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0514110713613

▶'유언장은 처음이라' 인터랙티브 기사도 만들었습니다. 유언장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게임으로 만나보세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0514010941547





요코하마= 박지영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