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웹툰 그리고 스토리도 짜는 AI... 인간 창작의 가치 어디까지

입력
2024.02.20 13:00
수정
2024.02.22 14:03
8면
0 0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AI
작가 보조도구냐 완전 창작형이냐
AI 학습 저작권 보상 소송전 봇물
"작품·노동 가치 저평가될까 우려"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은 인간 노동자를 돕게 될까요, 아니면 대체하게 될까요. AI로 인해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도 했고, AI와 인간의 경쟁이 촉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시작된 노동시장의 '지각변동'을 심층취재했습니다.

김희경 일러스트레이터가 지난달 11일 경기 파주 작업실에서 작품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희경 일러스트레이터가 지난달 11일 경기 파주 작업실에서 작품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만날 때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야기예요. 최근에 만난 동료는 AI 때문에 초조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언젠가 AI에 일거리를 빼앗길지도 모르니, 할 수 있을 때 해두자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들들 볶는다는 말이었어요. 다른 일로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동료도 많고요."

15년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 온 김희경씨는 몇 해 전 웹툰 작가로 전향했다. 경력 초창기에 만화 일을 했던 김 작가는 상대적으로 쉽게 길을 바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림 한 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일러스트 시장에 AI가 '침입'해서다. 키워드만 입력하면 꽤 높은 수준의 그림을 순식간에 뽑아내는 모습을 보자니, 막연한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웹툰에서도 AI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추세라 마냥 마음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키마우스보다 더 미키마우스 같은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웹툰처럼 사람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져 온 창작 분야에서도 AI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림 데이터를 무수히 학습한 이른바 AI 일러스트 작가에게 원하는 그림의 화풍, 주제·소재 등을 입력하면 순식간에 결과물을 내놓는다.

올해 저작권이 만료된 1928년 단편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에 등장한 미키마우스(왼쪽)를 그림 생성형 AI '미드저니'에 그려보게 했다. 가운데 그림은 챗 GPT에 1928년 미키의 특징을 서술하게 한 뒤 미드저니에 월트 디즈니 스타일로 그려 달라고 입력한 결과물이고, 오른쪽 그림은 기자가 미드저니에 1928년 버전 미키마우스의 특징을 묘사한 뒤 월트 디즈니 스타일로 그려 달라고 입력한 결과물이다. 미드저니 캡처

올해 저작권이 만료된 1928년 단편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에 등장한 미키마우스(왼쪽)를 그림 생성형 AI '미드저니'에 그려보게 했다. 가운데 그림은 챗 GPT에 1928년 미키의 특징을 서술하게 한 뒤 미드저니에 월트 디즈니 스타일로 그려 달라고 입력한 결과물이고, 오른쪽 그림은 기자가 미드저니에 1928년 버전 미키마우스의 특징을 묘사한 뒤 월트 디즈니 스타일로 그려 달라고 입력한 결과물이다. 미드저니 캡처

웹툰 업계에서 AI 도입의 대표 주자는 네이버웹툰이다. 네이버웹툰은 자동 채색 프로그램인 'AI 페인터' 등 작가를 돕는 도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창작자들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좀 더 손쉽게 할 수 있게끔 해당 작가의 작품만을 학습한 (개별) '창작 보조도구'를 개발 중"이라며 "창작자가 본질적인 창작 과정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다르게, 소재나 상황을 입력하면 이야기의 틀을 짜주고 그림까지 그려주는 '완전 창작형' AI 웹툰 작가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김희경 일러스트레이터가 지난달 11일 경기 파주 작업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희경 일러스트레이터가 지난달 11일 경기 파주 작업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아직 개발이 한창이라 AI 작가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그래도 그림 한 장 싸움인 일러스트 영역에서는 위기감이 유독 크다. 김희경 작가는 "일러스트는 한 장을 그리려면 무수한 연습을 거쳐야 하는데, AI는 수많은 그림을 합성해 단시간 안에 (높은 수준의) 그림을 그린다"며 "거기서 어색한 부분만 수정해 쓰다 보면, 쫓겨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반면 웹툰 스토리 작가인 하신아 전국웹툰작가노조 위원장은 "AI가 쓰는 시놉시스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다. 또 데이터 학습을 바탕으로 하기에 창조가 아닌 재현에 불과하다"면서 "아직 캐릭터도 헷갈려해, 일관적인 채색도 어려워하는 수준"이라고 평했다.

AI 학습에 저작물 사용, '공정이용'인가

하신아 전국웹툰작가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하신아 전국웹툰작가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AI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자신들의 작품 가치가 저평가될 것이라는 우려는 작가들 사이에서 공통적이다. 하 위원장은 "메타버스가 등장했을 때 오프라인 행사 업체는 다 망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듯, 기술의 등장은 인간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며 "실제 AI의 능력이 어떻든, 작가의 활동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폄하하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소되지 않은 저작권 침해 사각지대도 문제로 꼽힌다. AI는 태생적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을 거쳐야 해, 이 과정에 저작물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어떤 저작물이 포함됐는지, 결과물에는 얼마나 반영됐는지 등을 알기 어렵다. 당연히 저작권자에게 어떤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준도 없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저작권이 확보된 작품만 학습시킨 AI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하고, 해외에서는 관련해 소송전도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이미지 플랫폼인 게티이미지는 지난해 이미지 생성 AI 회사 '스테빌리티 AI'가 학습에 자신들의 이미지를 사용했다며 2조 달러(약 2,715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영국 생성형 AI 회사인 '스테빌리티 AI'가 이미지 플랫폼 '게티이미지'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에 휘말렸다. 사진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근거로, 왼쪽은 게티이미지 사진, 오른쪽은 스테빌리티 AI의 AI 서비스인 '스테이블 디퓨전'이 생성한 이미지다. 스테이블 디퓨전의 생성 이미지에 게티이미지의 로고가 선명하게 들어가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 캡처

영국 생성형 AI 회사인 '스테빌리티 AI'가 이미지 플랫폼 '게티이미지'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에 휘말렸다. 사진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근거로, 왼쪽은 게티이미지 사진, 오른쪽은 스테빌리티 AI의 AI 서비스인 '스테이블 디퓨전'이 생성한 이미지다. 스테이블 디퓨전의 생성 이미지에 게티이미지의 로고가 선명하게 들어가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 캡처

일각에서는 AI 학습을 목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은 '공정이용'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정이용은 이용의 목적과 성격, 이용된 부분의 비중과 중요성 등을 고려해 판단하는 저작권 제한 장치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그러나 최근 내놓은 가이드라인에서 "아직 학계 의견 대립이 있고 직접 판단한 국내외 법원의 판례가 없다. 판례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거부감도 아직 크다. 지난해 네이버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공개 이후 'AI로 그린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컷 간 연결성 부실, 어색한 신체 표현 등이 문제였다. 제작사 측은 AI로 후보정만 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성난 독자들의 '별점 테러'를 막을 수 없었다. 이후 네이버웹툰 아마추어 플랫폼에서는 'AI 웹툰 보이콧'이라는 게시물이 수십 개 올라오기도 했다. 하 위원장은 "독자들은 팬으로서 작가가 정당한 보상을 받기를 바란다. 저작권 침해 등 AI 때문에 작가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듯하다"면서 "또 사람이 아닌 AI의 창작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지혜 기자
이현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