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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잡히는' 신호 늘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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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잡히는' 신호 늘었다... 왜?

입력
2021.03.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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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겸임교수
?"매매물건, 아파트만 30~40% 늘어나"
2·4 공급대책·공시가격 인상·금리 인상 등 원인 지목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신호가 다수 감지되는 가운데,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겸임교수는 "아직 가격이 하락까지 넘어간 건 아니지만, 상승폭은 둔화된 수준에서 하락으로 가는 변곡점이 이제 시작된 거라고 좀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세의 증거들은 무엇이 있나?


21일 서울의 부동산 중개소 모습. 연합뉴스

21일 서울의 부동산 중개소 모습. 연합뉴스


2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한 교수는 이같이 밝히면서 집값이 안정세에 들어간 근거로 다섯 가지를 들었다.

①매물 증가: 지난 9월 이래로 매매·전세·월세 물건이 모두 증가했다. 매매물건의 경우 아파트만 3만4,000건대에서 4만6,000건으로 30~40% 늘었다. 전세는 8,000건에서 2만건으로, 월세는 7,500건에서 1만4,000건으로 늘었다. 서울에서 매매·전세·월세를 모두 합쳐 매매물건은 5만3,000건(9월 12일 기준)에서 7만9,000건으로 늘었다.

②가격 상승률 둔화: 서울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0.3%에서 지난주 0.06%까지 둔화했다.

③거래량 급감: 이달 현재까지 아파트 매매량은 868건으로 1월 5,747건, 2월 3,718건 대비 크게 감소했다.

④기존 거래보다 하락한 가격으로 거래를 신고한 물량 비중 증가: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물량 중 직전 거래 가격보다 하락된 가격으로 거래를 신고한 물량의 비중은 1월 18%, 2월 24.3%, 3월 20일 현재까지 39.4%로 늘었다. 같은 기준으로, 수도권에서는 1월 17.8%, 2월 20.8%, 이달 31.4%까지 늘었고, 5대 광역시도 1월 27.4%, 2월 29.7%, 이달 36.2%로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그래픽=김대훈 기자


⑤매수우위지수 하락: 매도와 매수의 경합을 나타내는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주간 매수우위지수는 3주째 100 이하로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는 표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산출되며,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많다는 응답이 많고 100보다 떨어지면 매도자가 많다는 응답이 많음을 뜻한다.

신축 주택의 청약 경쟁률은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한 교수는 이마저도 가격 안정세의 증거로 해석했다. 그는 "기존 주택 대비 새로운 아파트들이 더 가격이 저렴하다"며 "기존 주택시장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고, 청약 현장으로 다 몰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정말 잡히는 걸까?


3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업체에 매물 전단지가 붙어 있다. 뉴스1

3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업체에 매물 전단지가 붙어 있다. 뉴스1


집값이 안정세를 찾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다만 이 요인들이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라, 당장의 몇몇 조짐만으로 하락세까지 이어질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①2·4 주택 공급대책: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집값을 안정시켰다는 설명이다. 한문도 교수는 "3, 4년 동안 여러 가지 정책들을 쭉 내놓은 것들이 이제 거의 완결판에 다다른 상태에서 2·4 대책이 나왔다"고 했다. 그가 2·4 대책의 실효성이 크다고 판단한 이유는 "서울 아파트의 지난 10년 수준 공급량이 1~2년 내에, 도심 역세권에 집중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용적률을 기존의 200%대에서 700%대까지 올려줬기 때문에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 사업을 안 할 이유가 없다"면서 "후보지의 10~15%만 신청해도 30만 호가 충분히 공급이 된다"고 했다.

다만 'LH 사태'로 2·4 대책을 내놓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사의를 표해 '시한부 장관' 신세가 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면 2·4 대책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일단 국토교통부는 18일 "2·4 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통주택 공시지가에서 전국 최고가 아파트로 등극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의 모습. 지난해 준공돼 올해 첫 보유세를 내야 하는 이 아파트의 407.71㎡형의 경우 내야 하는 보유세가 4억953만 원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통주택 공시지가에서 전국 최고가 아파트로 등극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의 모습. 지난해 준공돼 올해 첫 보유세를 내야 하는 이 아파트의 407.71㎡형의 경우 내야 하는 보유세가 4억953만 원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②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 현실화: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7월부터 초고가 주택을 보유했거나 여러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는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반면 중저가 1주택 보유자는 부담이 감소하게 된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장은 "다주택자가 적어도 6월 전까지 1주택 외 주택의 처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미 증여나 매각을 통해 집을 정리한 다주택자가 많고 한시적 양도세 감면을 기대한 채 버티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22일 서울의 우리은행 한 지점에 전세자금 관련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뉴시스

22일 서울의 우리은행 한 지점에 전세자금 관련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뉴시스


③시장 금리 상승 기대: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2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시중 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은행권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나 한국은행 등 각국의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며 기준금리 인상에 선을 긋고 있어, 당분간 단기 금리는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문재인 정부 4년여간 부동산 대책 및 서울 아파트단지의 월별 시세 변화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문재인 정부 4년여간 부동산 대책 및 서울 아파트단지의 월별 시세 변화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이처럼 당장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파트값이 이미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피로감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조정일 가능성도 있다. 24일 부동산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평(3.3㎡)당 2,326만 원에서 지난달 4,194만 원으로 80.3% 올랐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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