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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뇌물·갑질 의혹 간부들에 '혁신의 칼' 쥐어줬다…반성 의지 없는 새마을금고

입력
2024.02.13 04:00
수정
2024.02.14 21:3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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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 회장 첫 인사에 우려 목소리
징역2년 구형 간부 금고 개선 중책
명품 수수 징계 받은 본부장 유임
'경조비 갑질' 규정 어긴 간부 승진
김 회장 "능력 중심 인사했을 뿐"

편집자주

새마을금고 계좌가 있으신가요? 국민 절반이 이용하는 대표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창립 60여년 만에 전례없는 위기 앞에 섰습니다. 몸집은 커졌는데 내부 구조는 시대에 뒤쳐진 탓입니다. 내가 맡긴 돈은 괜찮은지 걱정도 커져갑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새마을금고의 문제를 뿌리부터 추적해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터졌을 당시 서울의 한 금고에 걸려 있는 안내문을 시민들이 읽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새마을금고가 고위층의 부정 대출∙투자 의혹과 뇌물 수수, 갑질 논란으로 수렁에 빠진 가운데, 문제의 인물들을 오히려 승진시키거나 요직에 발령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이 수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물러난 뒤 중앙회를 이끌게 된 김인 회장의 첫 인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기를 초래한 간부들을 직무배제하는 등 쇄신을 기대했던 새마을금고 안팎에선 “인사 혁신으로 신뢰를 회복해도 모자랄 판에 개혁 의지 자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선 못 그은 김인 회장, "가까운 인물 감싸기 아니냐"

12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설 연휴 직전 부문장과 본부장급에 대한 인사 발령을 내부 공지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12월 중앙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의 첫 인선이라 관심이 컸다. 김 회장이 조직 혁신을 약속해온 만큼 인사를 통해 쇄신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세간의 기대와는 달랐다. 검찰이 기소한 인물에게 중책을 맡기는 등 전임 회장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리스크관리본부장인 심모씨와 울산경남본부장인 강모씨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박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낼 당시 그의 지시를 받아 상근이사 3명에게 돈을 걷은 뒤 경조사비 등에 쓴 혐의로 각각 징역 2년을 구형 받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심씨에게 부실 금고의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을 추진하기 위해 새로 만든 조직인 금고구조개선본부장을 맡겼다. “개혁 대상에게 오히려 혁신의 칼을 쥐여줬다”는 비판이 조직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강씨는 울산경남본부장 직에 유임됐다. 앞서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류혁 전 신용공제대표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직무정지를 당하자 김기창 전무이사에게 직무대행을 맡겼다. 하지만, 김 전무도 박 전 회장에게 상납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구형받은 인물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자신의 관할 금고에서 명품 지갑 등을 받은 서울지역본부장 김모씨도 같은 보직을 계속 맡게 됐다. 서울지역본부장은 전국 13개의 지역본부 중 가장 요직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고가 선물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돼 감봉3개월 징계를 받았다. 당시 중앙회 부회장이던 김 회장도 같은 금고에서 명품을 선물 받았는데, 이후 이를 돌려줘 징계를 면했다. 김씨가 유임되자 중앙회 내부에선 “김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김씨를 감싸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피검사금고에게 ‘경조비 갑질’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서모씨는 지역검사 2부장에서 검사기획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서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딸이 결혼할 당시 일면식도 없는 지역 금고 임원 등에게 계좌번호가 찍힌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 논란이 일었다. 장인의 부고 소식도 지역 금고 관계자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알렸다. 검사부장은 전국 1,288개의 지역 금고 재산과 업무 집행 상황을 들여다보고 파면 등 직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자리다. 중앙회에는 ‘직무 관련자에게 경조사 소식을 통지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규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직무 윤리를 어긴 직원을 '영전'시킨 것이다.

'꼼수 연임' 지탄 받은 인물에게도 중책

'꼼수 연임' 등으로 도덕적 지탄을 받아온 인사를 중요 직책에 쓰는 행태도 반복됐다. 김 회장의 선거 공약을 구체화할 공약추진위원회에는 박수용 이사와 김용석 이사가 위원으로 임명됐다. 지역 금고 이사장인 두 사람은 '3연임 제한' 규정을 피하려고 중도 사임 후 2~3개월간 공백기를 갖고, 재출마해 각각 28년과 13년째 금고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박 이사는 2006년 부산시의원 당시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하기도 했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지난해 9월 25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새마을금고의 '혁신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지만, 인사권자인 김 회장은 “능력 중심으로 인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심 본부장과 강 본부장은 ‘(기소 내용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달 14일 선고 결과를 보고 (직무 배제 등) 다시 인사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실 대출∙투자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의뢰된 박모 본부장과 이모 본부장를 직위해제한 것과 달리 기소까지 된 인물들에게 요직을 맡긴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직무배제했다가 무죄가 나오면 직위를 맡기는 편이 적절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갑질 의혹 당사자인 서씨를 본부장으로 승진시킨 데 대해 “(서씨가) 나에게는 ‘청첩장을 안 돌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그러나 한국일보에 문자를 보내 “친분이 두텁지 않은데 (경조사) 소식을 받고 부담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사과하겠다”며 청첩장 발송 사실을 인정했다.

김 회장은 김 본부장을 유임한 것을 두고 “능력이 출중한데다 반성도 많이 하고 있어 계속 두고 쓰기로 한 것”이라며 “이번에 명예퇴직자가 많아 쓸 사람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징계를 받았다고 직책을 못 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김 회장의 '첫 수'를 지켜본 조직 안팎의 관계자들은 앞으로의 행보도 우려했다. 새마을금고 전직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은 어떤 문제가 있어도 그대로 쓰겠다는 의지 같다"며 "밖에서 볼 땐 조직 차원의 반성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제보받습니다> 지역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에서 발생한 각종 부조리(부정·부실 대출 및 투자, 채용·인사 과정의 문제, 갑질, 횡령, 금고 자산의 사적 사용, 뒷돈 요구, 부정 선거 등)를 찾아 집중 보도할 예정입니다. 직접 경험했거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dynamic@hankookilbo.com) 부탁드립니다. 제보한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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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용 기자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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