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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재판' 새마을금고 1·2인자의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

입력
2024.02.09 15:00
수정
2024.02.14 21:38
2면
0 0

<서민금융기관 민낯 : 새마을금고의 배신>
중앙회장-신용대표 '책임 떠넘기기'
박차훈 "중앙회장은 대외 업무만"
류혁 "나는 외부인, 대표직은 허울"
금고 신뢰 추락에도 반성 없이 변명

편집자주

새마을금고 계좌가 있으신가요? 국민 절반이 이용하는 대표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창립 60여 년 만에 전례 없는 위기 앞에 섰습니다. 몸집은 커졌는데 내부 구조는 시대에 뒤처진 탓입니다. 내가 맡긴 돈은 괜찮은지 걱정도 커져갑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새마을금고의 문제를 뿌리부터 추적해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류혁(왼쪽 두 번째)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이사가 2020년 2월 25일 서울 강남구 새마을금고중앙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경영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승원 금고감독위원장, 류 대표, 김기창 새마을금고 전무이사,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황국현 지도이사, 김창옥 감사위원장. 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류혁(왼쪽 두 번째)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이사가 2020년 2월 25일 서울 강남구 새마을금고중앙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경영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승원 금고감독위원장, 류 대표, 김기창 새마을금고 전무이사,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황국현 지도이사, 김창옥 감사위원장. 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지난해 금품 비리 의혹 등으로 잇달아 기소돼 조직을 수렁에 빠뜨렸던 새마을금고중앙회의 1·2인자인 박차훈(67) 전 중앙회장과 류혁(60) 전 신용공제 대표가 한국일보에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이 지난해 하반기 중앙회를 떠난 뒤 언론과 인터뷰한 건 처음이다. 박 전 회장과 류 전 대표는 행정안전부가 수사의뢰한 불법 대출 혐의 등과 관련해 "대출을 하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넣을 권한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달 14일 예정된 박 전 회장의 선고 공판을 앞두고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모양새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지난해 9월 25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지난해 9월 25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차훈 "궁지 몰린 쥐가 고양이 문 것"

박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울산 동구 자택 인근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시종일관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본지가 보도한 중앙회의 부당 대출 의혹 등을 두고는 "새마을금고법상 대출, 투자 등의 업무는 신용공제 대표가 도맡게 돼있다"며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중앙회장이 비상근직으로 바뀌면서 업무 범위가 제한됐다"며 "(대출 업무도) 본부장이나 대표가 전결(회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대신 결재)하기 때문에 회장까지 올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울산 소재 업체 대표가 자신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지역 금고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업체 대표의 이름 정도 들어본 사이"라며 "인사 한번 하고는 '박차훈을 잘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은 류 전 대표를 통해 자산운용사 대표 이모씨로부터 현금 1억 원을 받고, 유영석 전 아이스텀파트너스 대표에게는 자신의 변호사비를 대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와 유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중앙회로부터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박 전 회장은 1억 원 수수 혐의에 대해 "이씨가 내 소유 부동산을 구입한 후 잔금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기에 위약금을 준 것으로 알고 받았다"고 밝혔다. '경제 공동체' 관계인 류 전 대표와 유씨, 이씨 등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수재 등 혐의로 처벌받을 상황에 처하자, 이를 모면하려고 자신을 모함했다는 게 박 전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류 전 대표에 대한 섭섭함을 표현했다.

박 전 회장은 특정인을 자회사 대표로 선임해 주는 대가로 800만 원 상당의 황금도장 2개를 받은 혐의에 대해선 "자회사 대표가 퇴직 후 대표의 아내가 내 아내에게 나 모르게 준 것"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류혁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새마을금고 제공

류혁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새마을금고 제공


류혁 전 신용공제 대표 "'의자 서열'이 진짜 권한… 대출은 지도이사 관할"

류 전 대표는 박 전 회장과 입장이 전혀 달랐다. 그는 지난달 19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자신이 중앙회 내에서 무력한 존재였다고 강조했다. 부정 대출 등을 지시할 힘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들어와 보니 '의자 서열'이 있었다"고 했다. 공식 직제상으로는 신용공제 대표가 2인자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회장이 1번, 전무이사(김기창)가 2번, 지도이사(황국현)가 3번, 신용공제 대표가 4번이었다는 것이다. 류 전 대표는 "실제 (공식 행사에서) 의자에 앉을 때도 그 순서대로 앉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1,300개에 달하는 지역 금고를 담당하는 사람은 지도이사"라면서 "중앙회의 여신 역시 지도이사의 관할"이라고 주장했다. 류 전 대표는 중앙회가 공무원 조직과 비슷하다고 표현하며 "(지도이사 등은) 30년 넘게 중앙회에 근무했지만, 나는 외부인 출신으로 고작 3년 일했다"고 밝혔다. 비공식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입장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류 전 대표는 새마을금고 역사상 최대 규모인 5,100억 원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정상보다 낮은 금리로 내주도록 지시해 중앙회에 86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공동대표를 지낸 아이스텀파트너스가 수십억 원대 수수료를 챙기도록 해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류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아이스텀에서 대표 직함만 있었을 뿐 지분은 0.0001%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며 아이스텀은 자산운용사로서 할 일을 하고 수수료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보받습니다> 지역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에서 발생한 각종 부조리(부정·부실 대출 및 투자, 채용·인사 과정의 문제, 갑질, 횡령, 금고 자산의 사적 사용, 뒷돈 요구, 부정 선거 등)를 찾아 집중 보도할 예정입니다. 직접 경험했거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dynamic@hankookilbo.com) 부탁드립니다. 제보한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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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원다라 기자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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