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에 행사 독점 요구
'시장지배력 남용' 제재 피해
공정거래위원회가 7일 헬스앤드뷰티(H&B) 업계 선두인 CJ올리브영에 납품업체 갑질 혐의로 과징금 18억9,600만 원 부과, 법인 고발 등을 취했다고 밝혔다. CJ올리브영의 갑질은 △행사 독점 강요 △정상 납품가격 미환원 △정보처리비 부당 수취 등 세 영역에서 이뤄졌다.
우선 CJ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매장 명당자리에 상품을 진열하는 한 달짜리 판매촉진 행사 때 화장품 등 관련 제품 납품업체에 단독 행사를 요구했다. 납품업체가 동일한 품목으로 경쟁사인 랄라블라, 롭스와 판촉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식이었다. 이에 따라 납품업체는 판촉 행사 당월과 전월 2개월 동안 경쟁사와 협업할 기회를 잃었다.
CJ올리브영은 2019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진 할인 행사 시기 납품업체에서 싸게 공급받은 물품을 행사 종료 이후에도 같은 가격으로 팔도록 했다. 이어 이런 상품을 소비자에겐 정상가로 판매해 8억48만 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또 2017년 1월부터 6년 동안 납품업체가 필요로 하지 않는 상품 판매 관련 정보를 정보처리비 명목으로 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행위들이 유통사와 납품업체 간 불공정거래를 규율하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납품업체가 다른 H&B 업계 경쟁사와 거래를 끊도록 하는 CJ올리브영의 '독점 브랜드(EB) 정책'에 대해선 제재하지 않았다. CJ올리브영이 과징금 폭탄을 피한 셈이다. 공정위 심사관(검찰 격)은 EB 정책이 H&B 업계 내 독점적 지위를 토대로 경쟁사를 도태시키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라고 주장했다. 심사관 의견을 따르면 과징금은 전체 매출액의 최대 6%까지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 전원회의(판사 격)는 CJ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며 판단 보류를 뜻하는 '심의 절차 종료'로 결론 내렸다. CJ올리브영이 다른 회사와 다투는 경쟁터는 H&B 오프라인 시장 내로 한정해 볼 수 없다는 게 전원회의 생각이다. 네이버, 쿠팡 등 온라인 쇼핑 강자까지 염두에 두면 CJ올리브영이 H&B시장을 독점하는 사업자로 여기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문식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CJ올리브영의 EB 정책은 무혐의가 아니라 판단을 유보한 것이라 앞으로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 측은 "문제가 된 부분은 개선을 마쳤거나 곧 완료할 예정"이라며 "미처 살피지 못했던 걸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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