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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자’ 유아인·이선균을 보고 싶다

입력
2023.10.3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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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왼쪽 사진)과 이선균 . 뉴시스ㆍ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회복자의 말이 가장 강력한 치료제.’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중독재활치료센터장의 신조다. 이 센터장은 22년째 마약을 비롯한 중독 치료의 최전선을 지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공중보건의 복무를 마친 2002년부터다. 그를 거쳐간 중독자가 수천 명이다.

그가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면서 병행하는 활동이 있다. 회복자 자조모임이다. 이름은 ‘녹색반’. 병원 밖 치료에서 이 센터장은 ‘녹색반’의 리더다. 마약뿐 아니라 알코올, 도박 중독자를 아우른다. 20년이나 됐다. 자조모임은 비슷한 질병이나 심리 문제를 가진 이들이 회복의 과정을 공유하는 모임이다.

이 센터장이 전공의 시절부터 자조모임을 이끌며 깨달은 게 있다. “결국 ‘말’을 듣는 게 치료법이에요. 다른 회복자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희망도 얻고 지지도 받으면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거지요.”

15년간 마약에 찌든 삶을 살다가 지금은 회복자로서 중독재활공동체인 김해다르크(리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부식 원장의 말도 다르지 않다. “처벌만 받는다고 약을 끊을 수 있는 게 아니라예. 출소해서 자기 일상으로 돌아가면 도로 마약을 하던 친구들하고 어울리게 된다는 거 아입니꺼. 생활 자체를 바꿔야 돼예. 그래서 다르크 같은 재활공동체가 필요한 거지예.

마약사범의 처벌 이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말들이다. 마약은 범죄다. 그러나 범죄이기만 한 건 아니다. 이 센터장은 “마약이 뇌의 쾌락회로를 자극하는 강도는 핵폭탄급”이라며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고갈시키는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뇌의 쾌락회로는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자극을 경험할 때 보상을 줘서 그 행동을 더 많이 하도록 하는 기관이다. 그러니 마약은 재발하기 너무나 쉬운 만성질환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중독자가 치료를 원해도 갈 곳이 없다. 실질적인 치료전담병원은 전국에 두 곳(인천참사랑병원, 경남 창녕 국립부곡병원)뿐. 전국에 세 곳밖에 없는 민간 재활공동체(다르크)도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어 운영난에 허덕인다. 내년도 마약 중독자 치료 지원 예산은 85% 삭감된 채 책정됐고, 그중 중독환자 재활 예산 증액분은 전부 깎였다(본보 10월 13일자 보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마약 중독은 재활 치료와 예방도 중요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10월 11일)고 말했다. 올 4월엔 “많이 잡고 ‘악’ 소리 나게 처벌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벌만 한다고 뿌리가 뽑히는 질병은 없다.

또다시 유명인들의 마약 사건으로 시끄럽다.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씨에 이어 이선균씨까지 혐의가 드러나 충격이다. 이들이 당장은 ‘구속은 피하자’며 법률 대응에만 몰두할 수도 있다. 유명한 만큼 더 뭇매를 맞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처벌 이후’를 더 중요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대중은 마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들의 고군분투를 볼 때 위로받고 응원도 보낼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중독자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될 것이다.

한부식 원장이 유명인의 마약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다. “잘 알려진 배우나 가수의 힘이 얼마나 강력합니꺼. 그 사람들이 중독에서 회복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회복 전도사’로 캠페인을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예방책이 어디 있겠어예.”

‘회복자’ 유아인·이선균을 보고 싶은 이유다.



김지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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