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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냉골에 쥐 들끓는 방에서 방치된 치매 독거노인

입력
2023.09.20 00:10
수정
2023.09.2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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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 :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
세면대 막혀 있고 상한 음식 먹고 있어
독거노인 증가하며 치매 환자도 늘어나
가족과 연 끊기면 돌봄 서비스 제공 한계
'치매 환자 공공후견인 제도'도 정착 안 돼

편집자주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치매 실종 경보 문자. 매일 40명의 노인이 길을 헤매고 있다. 치매 실종은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무관심하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치매 실종자 가족 11명의 애타는 사연을 심층 취재하고, 치매 환자들의 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회 패턴을 분석했다. 치매 선진국의 모범 사례까지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어르신 주무시는 이불을 들췄는데 쥐가 나오더라고요”

요양보호사 박민경(가명·55)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70대 후반인 경태(가명) 할아버지는 10년차 요양보호사 박민경(가명·55)씨에겐 잊을 수 없는 치매 환자였다. 할아버지를 만난 건 지난해 3월. 가족과 연이 끊긴 채 혼자 살아가는 할아버지 집은 난방이 되지 않아 찬물만 나왔고 바닥은 냉골이었다.

집안을 점령한 쥐는 할아버지가 생활하는 안방 바닥까지 갉아먹어 보일러 배관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사람을 불러 쥐약을 놓은 후에도 박씨는 6마리의 쥐를 잡았다. 화장실 상태는 최악이었다. 변기는 말라비틀어진 대변으로 가득 차 있었고, 세면대도 이물질로 막혀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

경태 할아버지는 이후 장기요양보험 심사에서 경도인지장애 등급(치매 직전)을 받았지만, 박씨가 보기에 상태는 더 심각했다. 할아버지는 냉장고 안에 가득 찬 상한 음식을 먹고 있었고, 요양보호사들이 이를 버리려 하면 역정을 냈다. 매일 폐지를 줍던 할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고물상에서 돈이 아닌 박카스를 폐지 값으로 받아오기도 했다.

박씨와 동료들이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실 수 있는지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했지만, 집이 할아버지 명의라서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박씨는 "일하다 보면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어르신을 종종 만난다"며 "앞으로 독거노인이 더 많아질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20년 후 독거노인 수 2배... 치매 관련 대책은?

박씨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40년 독거노인 수는 402만3,317명으로 지난해(197만3,416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다.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가족도 없고 이웃과도 교류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독거노인 지원은 지자체 행정복지센터가 맡는다. 발굴한 독거노인이 치매 증세를 보이면 장기요양등급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지자체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태 할아버지도 지자체를 통해 발굴된 치매 환자였다.

하지만 가족과 연이 끊기면 사회의 돌봄 체계 안에 들어와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오는 방문요양은 최대 4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보호자가 있다면 나머지 시간은 가족들이 돌보거나 별도로 요양보호사를 고용하지만, 경태 할아버지 같은 경우는 혼자 방치된다. 병원에서 보호자 역할을 할 사람도 없고, 은행 업무나 재산관리를 대신해줄 사람도 없다.

정부는 대안으로 2018년 '치매 환자 공공후견인 제도'를 도입했다.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치매 노인은 가족이 후견인이 돼 재산관리 등을 하지만, 독거노인은 가족이 없기에 일반 시민이 봉사 개념으로 후견인이 되는 것이다. 21시간 교육을 받으면 공공후견인이 될 수 있고, 후견 활동을 하면 환자 1명당 월 20만 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하지만 독거노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올해 9월 기준 후보자 교육을 받아 공공후견인으로 활동이 가능한 사람은 1,247명이지만, 서비스를 받는 치매 환자는 257명에 불과하다. 성년후견 전문가인 배광열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치매 인구가 1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후견 서비스를 받는 환자가 너무 적다"며 "지금보다 더 많은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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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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