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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장 "북촌, 특별관리지역 지정…버스 진입 막고 관광 제한 시간 도입"

입력
2023.09.01 10: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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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4> 숫자보다 중요한 것들
정문헌 구청장 "북촌은 마을, 관광지 아냐"
실태 파악 연구 용역 중…이르면 1월 지정
"과태료 부과하면 여행사들도 조심할 것"
'한옥 스테이' 쇼핑하듯 사들여 부작용 생겨

편집자주

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귀환이라는 희소식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형 관광지 주민들이다. 외지인과 외부 자본에 망가진 터전이 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과 해외 주요 도시를 심층 취재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심각성과 해법을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이 8월 28일 구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북촌 한옥마을 등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종로구 제공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이 8월 28일 구청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북촌 한옥마을 등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종로구 제공


북촌 한옥마을 인근은 제가 중학생 때부터 떡볶이 사 먹고, 세탁소에서 옷수선하던 곳입니다. 여전히 사람 사는 동네이지 관광지가 아닙니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은 북촌의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문제에 대해 단호했다. 정 구청장은 지난달 2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북촌은 집이 예뻐 여행객이 오는 것일 뿐 우리가 앞장서 관광지로 키울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1970~80년대 북촌과 서촌에서 초중고교(경복초·중앙중·경복고)를 다니며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마을' 북촌의 상징성을 잘 안다. 정 구청장은 특히 관광 인파가 만들어낸 공해 탓에 가회·삼청동 한옥마을 주민들이 터전을 떠나고 있다는 본지 보도(16채 중 2채만 남아…'고스트타운' 된 북촌 한옥마을)에 깊이 공감한다며 "주민들을 지켜낼 방법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고 했다.

"드롭존 설치하면 관광객 돈 쓸 일도 늘어날 것"

정 구청장은 "북촌과 서촌 등 청와대 반경 1㎞ 구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관리지역은 특정 마을에 감당할 수 없는 관광객이 밀려와 주민 생활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를 통해 지정할 수 있다. 2020년 관광진흥법이 개정돼 근거 조항이 생겼다. 종로구는 북촌·서촌 등의 관광공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11월까지 마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1월까지 이 지역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8월 21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을 앞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 이동할 채비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8월 21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을 앞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 이동할 채비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특별관리지역이 되면 주민 정주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 정 구청장은 "북촌 한옥마을과 서촌의 청와대 인근에 버스 진입을 막을 것"이라며 "대신 멀리서 관광객을 내려주는 '드롭존'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대형 버스가 마을 입구까지 들어와 단체 관광객을 내려주면 이들이 20~30분간 골목을 헤집으며 '인증샷'을 찍은 뒤 버스를 타고 떠난다. 정 구청장은 "버스를 마을에서 멀리 대도록 하면 관광객이 정주지 깊숙이까지 쉽게 들어오진 못할 것"이라면서 "관광객이 드롭존부터 마을까지 걷다 보면 지역 상점에서 돈 쓸 일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종로구, 문체부에 "법인의 한옥 스테이 막아달라"

정 구청장은 북촌 한옥마을 골목 등에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시간도 제한할 예정이다. 지금도 북촌의 마을 방문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로 정해져 있고,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하지만, 권고 사항이라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정 구청장은 "특별관리지역이 되면 시간 제한을 강제할 수 있고, 어기면 과태료 부과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북촌을 찾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 구청장은 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하면 외국인 관광객을 데리고 오는 여행사들이 조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 구청장은 '한옥 스테이'(한옥 체험업)가 북촌에 무분별하게 생기는 것도 우려했다. 특히, 법인이 사람 사는 한옥을 쇼핑하듯 사들이다 보니 거주 인구 감소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형 법인이 한옥을 매입해 체험업을 하는 걸 막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북촌이 마을로서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엑설런스랩

엑설런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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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을형 관광지의 흥망사

    1. 10년 새 인구 반토막…관광객 침투에 마을이 사라진다
    2. 유커 몰리자 잡화점 된 병원…돈은 외지인 건물주 주머니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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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역에 머물며 주민들과 소통" 지속가능 관광 실천 지자체는 어디?
  5. 숫자보다 중요한 것들

    1. 오버투어리즘 해법은 "싸구려 관광 제한하고 재주 부린 주민에 혜택 돌아가야"
    2. 바르셀로나 부시장 "오버투어리즘, 싸구려 여행 대신 관광객 '레벨' 높여야 풀린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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