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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에 물 끼얹고 삿대질도"…오버투어리즘 '끝판왕' 바르셀로나 가보니

입력
2023.08.31 10:30
수정
2023.08.31 18:45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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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매년 2300만 명 이상 방문
아침부터 밤까지 도시 전체가 관광 인파
소음·쓰레기 고통에 주민들 인내심 '폭발'
아침부터 골목마다 웅성… 관광지 훼손도

편집자주

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귀환이라는 희소식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형 관광지 주민들이다. 외지인과 외부 자본에 망가진 터전이 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과 해외 주요 도시를 심층 취재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심각성과 해법을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17일 오전 9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 관광코스 중 한 곳인 고딕지구 골목에 관광객들이 들어찼다. 2층부터는 거주민이 사는 공간으로 창문 밖에 화분이 놓이고 차양막이 쳐져있지만 관광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비좁은 통로로 끊임없이 몰려왔다. 송주용 기자

17일 오전 9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 관광코스 중 한 곳인 고딕지구 골목에 관광객들이 들어찼다. 2층부터는 거주민이 사는 공간으로 창문 밖에 화분이 놓이고 차양막이 쳐져있지만 관광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비좁은 통로로 끊임없이 몰려왔다. 송주용 기자


매일 밤마다 시장 바닥에 누워있는 기분이에요.
오죽하면 관광객한테 물까지 끼얹을까요.

바르셀로나 주민

코로나19의 광풍이 멈추자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쏟아지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음과 쓰레기, 교통체증 등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이 임계치에 도달하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극단적 행동까지 불사하며 관광객과 충돌하기도 한다. 한국일보는 유럽을 대표하는 관광 도시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아 주민들 얘기를 들어봤다. 중세의 매력을 온전히 간직한 탓에 매년 이곳에는 2,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주민 한 사람이 143명 이상의 관광객을 상대하는 꼴이다.

"밤샘 소음에 여름에도 창문 못 열어요"


17일 밤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 관광객들은 밤을 잊은 채 흥겨움을 즐겼지만 주민들은 소음과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송주용 기자

17일 밤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 관광객들은 밤을 잊은 채 흥겨움을 즐겼지만 주민들은 소음과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송주용 기자

바르셀로나 주민들의 고통도 극심했다. 관광 산업으로 도시가 먹고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브레이크 없는 관광객 유입으로 고통의 강도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7일 오전 9시. 이른 시간이지만 바르셀로나의 대표 관광코스인 고딕지구 골목 구석구석은 이미 관광객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골목 양쪽에는 5층 건물들이 즐비한데, 1층만 상점일 뿐 2층부터는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창문에 내놓은 화분과 커튼 사이로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계속 스며들고 있었다.

오후 2시를 지나자 관광객은 훨씬 많아졌다. 보라색 깃발을 든 가이드가 큰 소리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고, 관광객들은 연신 스마트폰을 눌러대며 사진을 찍었다. 캐리어를 들고 울퉁불퉁한 길거리를 누비며 소음을 유발하는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이나 가우디의 역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같은 유명 관광지를 찾지 않아도 바르셀로나는 도시 전체가 관광객들에게 점령당한 모습이었다.

밤에도 주민들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술에 취한 목소리와 비명이 창문 너머로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스페인 인근 국가에서 넘어온 청년들이 밤새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도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7년째 거주 중인 교민은 오버투어리즘 얘기를 꺼내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평일과 주말 안 가리고 사람들이 몰려와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고 노상방뇨까지 한다"며 "소음과 사생활 침해 때문에 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참다못한 주민들이 관광객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거나 물을 끼얹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중세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곳곳에는 관광객들이 남긴 낙서가 흉터처럼 남아있다. 중세시대 말을 묶어뒀던 시설물(왼쪽 사진)과 건물 벽에 남아있는 낙서. 송주용 기자

중세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곳곳에는 관광객들이 남긴 낙서가 흉터처럼 남아있다. 중세시대 말을 묶어뒀던 시설물(왼쪽 사진)과 건물 벽에 남아있는 낙서. 송주용 기자


유적지 훼손과 사라지는 '우리 동네'

바르셀로나 건물 1층은 대부분 관광객들을 위한 화장품, 잡화점, 기념품점으로 바뀌었다. 정주민을 위한 병원, 약국, 슈퍼 등은 관광객용 매장들에 밀려나고 있다. 송주용 기자

바르셀로나 건물 1층은 대부분 관광객들을 위한 화장품, 잡화점, 기념품점으로 바뀌었다. 정주민을 위한 병원, 약국, 슈퍼 등은 관광객용 매장들에 밀려나고 있다. 송주용 기자

관광지 훼손도 골칫거리다. 고딕지구에는 중세시대에 말을 묶어두던 표식판이 남아있는데, 형광펜으로 칠해진 낙서가 많이 돼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첨탑에 이름을 새기는 몰지각한 행태도 반복되고 있다. 세계 각국 언어가 보이는 그곳에선 한국어 낙서도 눈에 들어왔다. 영국에서 휴가를 왔다는 제이나 그린은 "이런 아름다운 관광지를 훼손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이 살아온 마을의 본래 모습의 사라지고 있단 점이다. 바르셀로나는 '도시 전체가 중세 유럽'이란 평가가 무색하게, 도심에 있는 건물마다 1층은 대부분 관광객을 위한 화장품, 잡화점, 기념품 가게가 자리를 잡았다. 약국이나 병원, 미용실, 세탁소는 외곽으로 밀려나 주민들 불편이 커지고 있는 것.

바르셀로나 현지 전통시장인 라보케리아 시장은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됐다. 18일 오후 찾은 이곳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었지만 대부분 사진을 찍고 떠났다(왼쪽 사진). 이 시장에서 4대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로레나씨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만 찍고 떠난다"고 말했다. 송주용 기자

바르셀로나 현지 전통시장인 라보케리아 시장은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됐다. 18일 오후 찾은 이곳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었지만 대부분 사진을 찍고 떠났다(왼쪽 사진). 이 시장에서 4대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로레나씨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만 찍고 떠난다"고 말했다. 송주용 기자

주민들의 인내심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못 살겠다, 살 집도 없다, 관광객은 집에 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실제로 술에 취한 외국인이 벌거벗고 길거리를 돌아다니자 관광객을 거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거나 관광버스 타이어에 구멍을 낸 주민들도 있었다. 비키니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 상점에선 '비키니 출입금지' 팻말이 붙기도 했다. 1944년부터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살바도르씨는 "단체 관광객들이 1년 내내 깃발을 들고 동네를 오가자, '여행객들은 당장 우리 동네에서 나가라'고 요구하는 주민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랙티브] 관광의 역습... 참을 수 없는 고통, 소음'핫플'이 된 북촌과 양양, 지하철급 소음에 고통받는 주민들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82517140000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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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의 역습 - 참을 수 없는 고통, 소음> 인터랙티브 콘텐츠 보기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82517140000790

엑설런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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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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