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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그 소년

입력
2023.02.0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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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인디아나 존스'(왼쪽)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키 호이 콴.

'인디아나 존스'(왼쪽)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키 호이 콴.

다음 달 17일 열릴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최다 후보작(11개 부문)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다. 중국계 이민자 가족의 갈등과 애환을 평행 우주를 통해 그린다. 말레이시아 배우 량쯔충(楊紫瓊)이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화제다.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으나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또 있다.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 후보가 된 키 호이 콴이다. 1980년대 홍콩 액션영화로 유명했던 량쯔충에 비하면 영화팬들에게 좀 생소한 얼굴이다.

□ 콴은 1971년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보트 피플’이었다. 홍콩 난민캠프를 거쳐 미국에 정착했다. 콴은 13세에 ‘인디아나 존스’(1984)에 출연하며 영화배우가 됐다. 꼬마 택시운전사 숏을 연기했다. 기지를 발휘해 주인공 존스(해리슨 포드)를 돕는 귀여운 모습으로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그는 소년들의 모험을 다룬 ‘구니스’(1985)에도 출연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인디아나 존스’ 감독이자 ‘구니스’ 제작자였다. 할리우드 영화에 아시아계 출연이 드물었던 시기, 콴의 존재는 특별했다.

□ 성인이 되자 콴을 찾는 감독이나 제작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홍콩 영화 ‘무한부활’(2002)을 끝으로 배우 이력은 중단됐다. 콴은 출연 제안이 들어오지 않아도 영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통역사나 조감독 등 스태프로 일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콴을 다시 카메라 앞으로 불러낸 영화다. 대니얼 콴 감독이 2019년 트위터에서 콴을 우연히 발견하고 출연 제안을 했다고 한다. 콴은 이후 ‘알로하! 오하나를 찾아서’(2021)에도 캐스팅됐다.

□ 콴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골든글로브상 남우조연상 등 50개 상을 받았다. 20년 가까이 ‘경력 단절’을 겪은 배우가 거둔 성취로 믿기지 않는다. 콴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릴레이 수상의 화룡점정을 찍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스필버그의 ‘더 파벨먼스’는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스필버그는 지난해까지 38년 동안 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두 사람이 트로피를 함께 거머쥔다면 올해 오스카의 명장면 중 하나가 될 듯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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