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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와인, 코폴라

입력
2024.05.01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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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대부'.

영화 '대부'.

배우 알 파치노는 영화 ‘대부’(1972) 출연 당시 무명이었다. 그는 어느 날 촬영이 끝난 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감독은 스튜디오 간섭으로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없다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코폴라 감독은 당시 33세 신예였다. 파치노는 감독을 위로해 주고 집에 돌아온 후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감독이 그토록 절실하게 매달리는 영화라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파치노의 예감은 적중했다.

□ ‘대부’는 흥행했고, 평단의 갈채까지 이끌어냈다. 파치노와 코폴라 감독은 할리우드 샛별로 떠올랐다. 코폴라 감독은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합류한 ‘대부2’(1974)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대부’와 ‘대부2’는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연거푸 받았다. 시리즈 영화 최초 기록이었다. ‘대부’ 시리즈는 마피아 영화의 대명사가 됐다. 코폴라 감독은 ‘컨버세이션’(1974)과 ‘지옥의 묵시록’(1979)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거머쥐기도 했다.

□ 코폴라 감독은 막대한 부를 일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 밸리의 와인 양조장을 손에 넣을 정도였다. 영화 투자가 줄을 이었다. ‘지옥의 묵시록’ 이후 명성에 걸맞은 작품들을 내놓지 못했다. 할리우드는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스포트라이트와 투자가 서서히 멀어져 갔다. ‘드라큘라’(1992)로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곧 잊혔다. ‘코폴라’는 영화 관객보다 와인 애호가에게 더 친밀한 이름이 됐다. 딸(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아버지보다 더 조명을 받는 상황이다.

□ 코폴라 감독은 최근 새 영화 ‘메갈로폴리스’를 완성했다. 1억2,000만 달러라는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갔다. 상당 부분이 코폴라 감독 주머니에서 나왔다. 그는 와인 양조장에 딸린 땅 일부를 팔기도 했다. 할리우드 투자를 끌어올 수 없어서였다. 코폴라 감독은 ‘메갈로폴리스’ 각본을 300차례나 고쳐 썼다고 한다. 85세 감독 필생의 역작인 셈이다. ‘메갈로폴리스’는 15일 개막하는 제77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코폴라 감독은 칸에서 45년 만에 수상의 영예를 재현할 수 있을까. 올해 칸영화제 주요 관심거리 중 하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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