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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아니 따뜻한 편의점

입력
2024.04.30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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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5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는 서울 청파동 변두리 골목 작은 편의점이 배경이다. 서울역 노숙인 독고씨가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과 겪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때론 갈등하고 때론 부딪치는 불편한 공간이지만 조금씩 사람의 온기가 채워진다. “골목에 침투한 자본주의 상징 같은 공간이지만 사람들이 있어 따뜻한 곳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김호연 작가의 말이다.

□국내에 편의점이 처음 선을 보인 것은 1982년이지만 금세 문을 닫았다. 지금도 영업 중인 실질적인 1호점은 1989년 5월 서울 방이동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다. 편의점에 관심이 높아진 건 1992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MBC 드라마 '질투' 덕이었다. 두 주인공 최수종과 고(故) 최진실의 알콩달콩한 편의점 데이트가 기폭제가 됐다고 한다. 2010년 1만6,937곳이던 점포 수는 2022년 5만3,837개로 늘었다. 2020년 대형마트를 추월한 유통업계 매출 비중은 지난해 16.7%로 백화점(17.4%)도 턱밑까지 추격했다.

□초기 편의점은 ‘비싼 슈퍼마켓’이었다. 급하게 필요한 물품이 있거나 간단한 요기를 위해 들르는 정도였다. 지금은 자체브랜드(PB) 등으로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물품도 상당수다. 정말 이런 것까지 파나 싶은 것도 한둘이 아니다. 골드바를 팔고 조립식주택, 친환경화장실까지 판매한다. 여행상품, 보험상품도 있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게 아니다. 인쇄소, 우체국, 약국, 은행 역할까지 한다. 편의점의 진화는 어디까지인지 가늠조차 어렵다.

□최근 서울 시내 이마트24 편의점 900곳에 배달 기사를 위한 ‘동행쉼터’가 조성된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불규칙한 대기시간으로 길가에서 쉬고 있는 이동노동자를 종종 접한다. 혹서기, 혹한기만이라도 이런 어려움을 덜어줄 휴게공간이 생긴다는 게 여간 반갑지 않다. CU와 GS25는 앞서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한파∙폭염이 덮쳤을 때 누구나 더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기후동행쉼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24시간 운영하고 동네 곳곳에 있는 편의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따뜻한 편의점’으로의 진화에 박수를 보낸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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