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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구속한 검사 사외이사로… 대형 로펌 통해 로비 시도 정황

입력
2022.12.21 10:00
수정
2022.12.22 22: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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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왕국:쌍방울?KH그룹의 비밀]
<1> 유별난 검찰·정치인 사랑
쌍방울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감사 22명
여의도 저승사자 남부지검 출신들 많아
KH도 사외이사로 영입… 호남 출신 71%
윤 대통령 고교 선배·이재명 측근도 영입
출석률 '제로'… 무늬만 사외이사 대다수

편집자주

한국일보는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한 쌍방울·KH그룹의 수상한 역사를 두달 간 추적했다. 이들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덩치를 키웠고, 수상한 자금이 모이는 곳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검찰·정치권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별종 왕국을 건설한 두 그룹을 해부했다.


※[수상한 왕국:쌍방울•KH그룹의 비밀][단독] 쌍방울·KH, 윤석열 대통령 친정을 방패 삼았다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시스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시스

해외 도피 중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정치권·법조계 로비를 위해 대형 로펌을 선임하려고 한 정황이 포착됐다. 쌍방울그룹의 법조인 사외이사들을 포함해 다수의 전관들이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과 로펌을 연결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주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만든 사외이사 제도가 김 전 회장에겐 방패막이로 사용된 것이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지난 5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에도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대형 로펌을 선임하기 위해 물밑 접촉에 나섰다. 김 전 회장은 회삿돈 횡령·배임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의 전·현직 사외이사 등을 통해 국내 10대 로펌 가운데 최소 4곳을 접촉했고, 그중 한 곳과는 10억 원 정도에 수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기 직전 김 전 회장 측이 철회하면서 최종 계약이 무산됐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대형 로펌마다 김 전 회장을 아는 변호사가 적어도 두세 명은 있기 때문에, 주요 로펌에서 김 전 회장 측과 변호인 선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김 전 회장 측이 내건 조건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라인·이재명 변호인…화려한 사외이사·감사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사외이사를 통해 검찰 출신 법조인들과 적극적 관계를 이어갔다. 한국일보가 쌍방울과 KH그룹 계열사의 등기부등본과 사업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쌍방울그룹 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와 감사에 이름을 올린 법조인은 22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검찰 출신 변호사는 9명(40.9%)으로 다수였다. 김 전 회장 측근은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때 고생을 해보니 이왕이면 검찰 출신 변호사가 낫다고 느낀 것 같다"며 "주로 자신을 수사했던 변호사를 영입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전·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을 두루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이건령 전 대검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은 2021년 5월~올해 8월 쌍방울 계열사인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컴퍼니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 전 과장은 김 전 회장과 김 전 회장의 기업 인수에 전주(錢主) 역할을 한 검사 출신 박모 변호사와 동향이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A법무법인 소속일 때 당시 쌍방울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로 재직했고, 김 전 회장 측근으로 사기죄로 구속됐던 이모씨를 변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과장이 최근까지 몸담았던 A법무법인 역시 서초동에선 '친윤 로펌'으로 분류된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대검 중수부 출신의 이남석 변호사도 '윤석열 라인'으로 꼽힌다. 이 변호사는 2020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쌍방울, 2020년 4~5월에는 쌍방울 계열사인 미래산업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변호인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검찰 출신은 아니지만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을 지냈던 홍경표씨도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아이오케이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밀접한 인사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 당시 변호인단으로 활동한 나승철 변호사와 이태형 변호사도 2020~2021년 쌍방울 계열사인 SBW생명과학(구 나노스)과 비비안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를 지낸 이태형 변호사는 법무법인M 대표 변호사로 쌍방울그룹 사외이사 중 M출신은 4명이나 된다.

김성태 구속 검사가 사외이사로

김성태 전 회장은 쌍방울 주가조작 수사 당시 자신을 구속시킨 검사도 사외이사로 끌어들였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합수단) 팀장을 지낸 김영현 변호사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에서 사외이사로 지냈다. 그는 2014년 합수단 부부장 검사 당시 쌍방울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 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으며 재판까지 직접 챙겼다. 김 전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변호사는 비비안 사외이사를 맡게 된 경위를 묻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출신 변호사들을 적극 영입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금융수사 전문성이 있는 데다, 관련 범죄 정보도 많이 갖고 있어 '사업 리스크'가 큰 김 전 회장 입장에선 선호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를 끝으로 개업한 양재식 변호사도 2011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쌍방울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2월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자리에서 내려온 오현철 변호사도 같은 해 9월부터 현재까지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친동생(변호사)을 통해 광림을 소개받았다는 오 변호사는 "사외이사를 하면서 잘못된 결정에 참여하거나 묵인하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비판받는 건 부당하다"며 "검찰 출신 사외이사가 어떻게 김 전 회장의 방패막이가 되느냐"고 말했다.

호남 출신 법조인 다수…KH그룹, 수사관 2명도 임원진

KH그룹 제공

KH그룹 제공

쌍방울그룹과 닮은꼴인 KH도 사외이사와 감사에 법조인 출신을 적극 영입했다. 5개 상장사 기준으로 수사관 출신 2명을 포함해 법조인은 총 9명에 달했다. 쌍방울보다 KH의 역사가 짧은 점을 고려하면 적은 규모가 아니다.

눈에 띄는 점은 호남 출신 변호사가 많다는 점이다. 전북 전주 출신인 김성태 전 회장의 쌍방울그룹에선 법조인 22명 중 10명(45.5%)이 호남 출신이었다. KH그룹의 경우 수사관 2명을 제외하면 변호사 7명 가운데 5명(71.4%)이 호남 출신이다. 전남 영광 출신인 배상윤 회장의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재경영광향우축구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신언용 변호사는 2016년 10월~2019년 3월 KH필룩스 감사를 지냈고, 2018년 8월~2021년 5월 KH전자 사외이사를 거쳤다. 그는 2019년 2월부터는 장원테크 사내이사도 역임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장 출신으로 영광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인연이 알려지면서 장원테크가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는 배 회장의 소개로 김성태 전 회장까지 알게 돼 쌍방울 계열사인 미래산업 사외이사(2020년 5월~2021년 5월)까지 지냈다.

신 변호사는 한국일보에 “배 회장이 고향 선배라고 챙겨주는 게 고마워 사외이사를 역임하게 됐다”며 “회사 일에 관여하거나 법률 자문을 해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고 물으면 부끄럽기도 하고 자괴감도 든다”며 “회사 사정을 잘 모르는 내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주제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도 눈에 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이자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인 이석웅 변호사는 지난해 6월부터 KH그룹 계열사인 연예기획사 IHQ 사외이사로 지내고 있다. 이 변호사는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렸을 때 윤 총장 대리인 역할을 했다.

사외이사 출석률 바닥…불법행위 직접 변호도

이들이 사외이사 역할은 충실히 했을까. 한국일보가 이사회 출석률을 확인한 결과, 형편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전북경찰청장을 지낸 강인철 변호사는 2020년 9월부터 쌍방울 계열사인 아이오케이 사외이사를 역임하고 있지만, 올해 한번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검사 출신의 이건령 변호사 역시 올해 아이오케이 이사회에 나온 적이 없었다. KH 계열사인 장원테크에서 2019년 2월부터 사외이사를 역임한 검사 출신 김희준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김 변호사는 "장원테크와는 전혀 인연이 없으며 사측에서 연락이 와서 응했다가 나중에 배 회장과 동향인 것을 알았다"며 "과거에 배 회장이나 KH와 관련해 법률 자문을 한 적이 없다. 회사가 너무 멀어서 이사회에는 거의 못 갔다"고 말했다.

김성태 전 회장의 불법 행위를 직접 변호한 사외이사도 있다. 맹주천 변호사는 쌍방울그룹에서 사외이사직을 수행하는 동안 김 전 회장의 쌍방울 주가조작 수사 당시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수상한 왕국: 쌍방울·KH그룹의 비밀

<1> 유별난 검찰·정치인 사랑

<2> 기이한 덩치 키우기

<3> 대장동과 그들의 관계는

<4> 전환사채와 주가조작


‘수상한 왕국:쌍방울·KH그룹의 비밀’ 몰아보기(☞링크가 열리지 않으면, 주소창에 URL을 넣으시면 됩니다.) https://www.hankookilbo.com/Collect/8086

<1> 유별난 검찰·정치인 사랑

①[단독] 쌍방울·KH, 윤석열 대통령 친정을 방패 삼았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0421180003514

②빚 내 기업 산 뒤 전환사채 찍어 또…'무자본 M&A'로 덩치 키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1116380003475

③자신 구속한 검사 사외이사로… 대형 로펌 통해 로비 시도 정황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0520480003947


<2> 기이한 덩치 키우기

①[단독]"배상윤 회장 돈 세탁기였나" CB폭탄 돌리기 피해자의 절규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1604510002993

②바지사장 앉혀 조종 ‘판박이’…추적 힘든 현금으로 기업 인수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0421370003492


<3> 대장동과 그들의 관계는

<4> 전환사채와 주가조작

이성원 기자
김영훈 기자
조소진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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