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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닮아가는 바이든 외교

입력
2022.01.21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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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초강경 대응을 공언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초강경 대응을 공언했다. EPA=연합뉴스

지미 카터는 ‘나쁜 현직, 훌륭한 전직’ 대통령이다. 남부 조지아에서 땅콩 농장을 하며 주지사를 지낸 게 정치 경력의 전부였다. 처음엔 새 정치 기대가 높았지만 그의 신선함은 워싱턴 정치에서 서투름과 외교에서 미숙함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런 카터에 비유하는 게 미국 정치권에서 유행이다. 친 트럼프인 짐 조던 하원의원은 바이든을 ‘새로운 카터’로 불렀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카터보다 더하다’고 야유했다.

□ 바이든은 정치경력이 화려하지만 많은 점에서 카터를 연상시킨다. 둘은 유사한 상황에서 정권을 인수했는데 워터게이트의 정치 타락, 트럼프의 분열정치가 그들의 유산이었다. 외교에서 인권을 앞세운 실용적 불간섭주의도 닮아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일방주의, 미국 우선주의 대신에 인권외교와 동맹관계 회복을 약속했다. 문제는 위기의 연속이던 카터처럼 바이든도 보여준 게 그럴듯한 말에 가까운 점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 오커스 동맹은 다른 동맹들을 어리둥절케 했고,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은 전 세계에 미국의 추락을 알렸다.

□ 바이든은 엊그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의 전면 침입과 일부 침입을 구분해 말했다. 논란이 되자 모든 공격의 무 용납을 강조했으나 러시아의 일부 점유 인정을 은연중 내비친 셈이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은 이란 인질 구출 작전의 처참한 실패와 함께 카터 정부의 조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바이든이 카터의 전철을 따를지 시금석이 될 것이다. 중국은 물론 북한도 이런 바이든 정부를 ‘강 대 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 바이든 취임 1년 평가는 섣부르고 야박하긴 하나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카터가 경제 불황과 외교 실패로 연임에 실패했어도 집권 초기 50% 지지율을 누렸으나 바이든은 지지율 40%를 밑돈다. 카터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다수를 유지한 것과 달리 바이든은 상원 의회권력을 공화당에 내줄 상황이다. 2조 달러가 넘는 바이든의 미국 재건안에 의회 제동이 없었다면 인플레는 더 악화했을 것이란 지적도 뼈아프다. 안팎에서 트럼프의 2024년 대선 길이 서서히 열리는 모습이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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