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학원, 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법원의 방역패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는 법원이 방역 상황의 일부만 보고 판단을 내렸다며 즉시 항고했다. 하지만 이 결정에 고무된 일부 자영업자 등은 식당, 마트 등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17개 모든 업종에 대한 효력정지를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할 뜻을 밝히고 있다.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중보건을 위한 방역정책과 기본권 간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 사례는 여러 차례다. 방역정책과 종교의 자유, 방역정책과 집회와 시위의 자유 간 갈등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 문제는 법원이 사안마다 제각각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서울시가 4단계 방역지침으로 대면예배를 금지했지만 법원은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수용인원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예배를 허용한 바 있다.
반면 같은 해 8월 방역수칙을 어겨 폐쇄된 서울 사랑제일교회가 성북구청에 낸 시설폐쇄처분 집행정치 신청에 대해서는 ‘해당 조치로 달성하려는 공공복리를 옹호할 필요성이 더 크다’며 기각했다. 법원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방역조치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기본권 보호를 중시하기도 하는 등 판결이 엇갈리는 것이다.
물론 공중보건과 기본권 모두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법원이 모든 사안을 쾌도난마식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재판부의 가치관에 따라 제각각 판단이 내려진다면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법원의 결정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만큼 합리적 기준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대강의 기준이라도 법원은 마련해야 한다. 감염병 정보와 보건체계 등은 전문적 영역인 만큼 필요하다면 합리적 기준을 도출할 수 있도록 보건전문가를 참여시키는 전문가위원회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