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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들의 피·땀·눈물 담긴 3개월의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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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들의 피·땀·눈물 담긴 3개월의 숫자들

입력
2021.05.03 17:30
수정
2021.05.03 17:37
0 0

대학생 20명 첫 反軍 집회 후 시위대 765명 사망?
군부, 일일 최다 141명 단일 지역 82명 시민 학살?
기약없는 평화… 아세안 회의 뒤 최소 15명 사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시민들이 지난 2월2일 전날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냄비를 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시민들이 지난 2월2일 전날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냄비를 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2월 2일 '악귀'(쿠데타 군부)를 쫓아내려는 미얀마 시민들의 냄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진 지 3개월이 지났다. 수십만명의 평화시위대가 반(反)군부 구호를 외쳤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은 폭력 종식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3일 현재도 눈과 귀를 닫은 군부의 유혈진압은 계속되고 있다. 90일 동안 미얀마에는 어떤 슬픈 숫자가 새겨졌을까.

지난 2월4일 대학생 타이자 산이 미얀마 만달레이 애학가에서 친구 20여명과 함께 반군부 집회를 처음 개최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지난 2월4일 대학생 타이자 산이 미얀마 만달레이 애학가에서 친구 20여명과 함께 반군부 집회를 처음 개최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20, 22222

시민들의 첫 반군부 시위는 소박했다. 쿠데타 발발 3일 뒤인 2월 4일 만달레이의 대학생 타이자 산이 친구 20여 명과 캠퍼스 앞에서 "군부는 물러가라"고 외칠 당시엔 지금의 비극이 예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달 22일 오후 2시, 최대 10만여 명의 시민들이 전국에서 동시에 총파업을 벌인 '22222혁명'을 기점으로 군은 본격적으로 무력사용을 결심했다. '피의 일요일'(2월 28일)과 '검은 수요일'(3월 3일). 군은 양일간 56명의 시민을 학살하며 공포와 억압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얀마 남부 바고 지역의 시민들이 지난달 9일 82명의 시위대를 사살한 군부에 맞서기 위해 사제무기를 들고 저항군을 구성했다. 미얀마 나우 캡처

미얀마 남부 바고 지역의 시민들이 지난달 9일 82명의 시위대를 사살한 군부에 맞서기 위해 사제무기를 들고 저항군을 구성했다. 미얀마 나우 캡처

5, 141, 82

3월 14일 양곤 흘라잉타야 소재 중국 공장 화재는 군부 학살의 신호탄이었다. 화재를 '폭도들의 방화'로 일방적으로 규정한 군은 하루새 74명의 시민을 사살한 뒤 흘라잉타야 등 5개 지역에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검붉은 본심을 드러낸 군은 같은달 27일 '군의 날'에 141명의 시민을 학살했다. 지난달 9일에는 68일째 반군부 시위가 이어지던 바고 지역에서 82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일일 및 단일 지역 기준 최다 사망 숫자다.

미얀마 관영매체 글로벌 뉴라이트 미얀마가 공개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당시 모습. 글로벌 뉴라이트 미얀마 캡처

미얀마 관영매체 글로벌 뉴라이트 미얀마가 공개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당시 모습. 글로벌 뉴라이트 미얀마 캡처

15, 765+알파

잠시나마 사태 종식의 희망을 줬던 지난달 24일 아세안 정상회의는 '국제기구 무용론'의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폭력의 즉각 종식'이 5개 합의안에 있지만 전날까지 최소 15명의 시민이 정상회의 후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민 사망자는 최소 765명이다. 군경이 탈취한 시신까지 더하면 최소 1,000명은 넘는다는 게 현지의 공통된 분석이다. 같은 시간 시민불복종운동(CDM) 등에 가담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들은 4,609명, 이미 체포돼 구속된 민주인사도 3,555명에 이른다. 구속자 중 20명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2일 미얀마 양곤 시민들이 반군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2일 미얀마 양곤 시민들이 반군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미얀마 민주세력은 물러서지 않을 작정이다. 이날도 전국 각지에선 수천여명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버마족 중심의 민주진영과 연대한 소수민족 반군은 최근 카렌ㆍ카친ㆍ사가잉ㆍ친주(州) 등에서 벌어진 군부와의 교전에서 작지만 소중한 승전보도 연이어 전했다. 아세안은 올 하반기 예정된 중국 및 미국과의 외교장관회의를 앞당기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봄의 한복판, 미얀마는 절박하게 희망을 말하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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