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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17음절 '속사포랩'… 아웃사이더 부활할까

입력
2016.11.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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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힙합가수 아웃사이더는 국내에서 최고로 빠른 랩을 구사한다. 아싸 커뮤니케이션
힙합가수 아웃사이더는 국내에서 최고로 빠른 랩을 구사한다. 아싸 커뮤니케이션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MC스나이퍼&아웃사이더 'Run & Run' 中)

'누구보다 빠르게' 랩을 하는 MC가 있다. 1초에 17음절이 소화 가능한 국내 최고 속사포 래퍼다. 랩의 속도를 측정하는 공식 언어가 영어라 기네스북에 등재되지는 못했지만, 비공식으로는 세계에서 최고 빠른 래핑이다. 한 예능 방송에서 723음절을 50.26초에 돌파했는데,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미국 MC 리키 브라운의 기록(51.27초)을 경신한 결과였다.

데뷔 13년차에 접어든 MC 아웃사이더(본명 신옥철)의 이야기다. 아웃사이더는 수 많은 중견 가수 중에서도 유독 지고지순하다. 트렌드에 맞춰 음악 스타일에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자신이 개척한 영역을 지키고 발전하는 길을 택했다. 빠른 랩의 인기가 떨어진 지금도 그의 속사포 음악은 계속된다.

1. 속사포 랩으로 만든 인기, 지금은 독이 됐나

50.26초에 723음절, 이 놀라운 속도엔 비밀이 있다. 아웃사이더가 지금과 같은 속사포 래퍼가 될 수 있었던 데는 혀 근육 운동, 발음 연습과 같은 노력 이전에 유전적 영향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 또한 남다른 속도와 발음으로 가사를 읽는 재능이 있었던 것.

아웃사이더는 음대 작곡과 출신의 아버지와 재즈 피아노 전공인 형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음악과 친했다. 1999년 고등학교 친구들과 3인조 그룹 ‘반쪽날개’를 결성한 것이 첫 활동이었다. 2001년 기자, 소설가를 목표로 진학한 학교에서 그는 힙합 동아리를 만들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04년 발매한 1집 앨범 'Come Outside'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빠른 랩 스타일에 관심을 갖고 안정적인 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여러 클럽 공연을 전전하며 자신의 랩 스타일을 선보였다. 2006년 2월 싱글 앨범 'Speed Star'를 내고 스피드 래퍼로 이미지를 굳힌 그는 그 해 11월 기획사 스나이퍼 사운드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오버그라운드에 진출한다. 또 힙합 레이블 블록버스터 레코드를 설립해 업계 영향력을 확장했다.

스나이퍼 사운드 영입 이후 아웃사이더는 '국내 가장 빠른 래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1집 발매 전부터 인지도를 쌓았다. 흥행가수 대열에 올라선 것은 2009년 2집 타이틀곡 '외톨이' 이후다. '외톨이'는 그동안 그가 선보인 음원 중 가장 빠른 랩을 선보인 곡으로 발매 당시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 Mnet '쇼미더머니2'에 출연한 힙합가수 아웃사이더.(왼쪽에서 4번째) 아웃사이더는 이 프로그램에서 전매특허인 속사포 랩을 소화했다. CJ E&M 제공
지난 2013년 Mnet '쇼미더머니2'에 출연한 힙합가수 아웃사이더.(왼쪽에서 4번째) 아웃사이더는 이 프로그램에서 전매특허인 속사포 랩을 소화했다. CJ E&M 제공

군 입대로 휴식기를 가진 그는 2011년 제대 후 기획사 아싸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2013년 Mnet '쇼미더머니2'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고, 싱글 앨범 '슬피 우는 새'가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좋은 모습만 보였던 건 아니다. '쇼미더머니2' 무대에서 속사포 랩을 선보였다가 '진부하다'는 평가 속에 공연 지원금 20만원이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탈락하는 굴욕을 겪었다.

그 해 스나이퍼 사운드의 수장 MC 스나이퍼와 깊어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아웃사이더가 스나이퍼 사운드가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미정산금 청구와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MC 스나이퍼는 소속사 동의 없는 활동에 대해 음반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두 사람은 2년 간 진흙탕 싸움을 이어갔다. 2015년 아웃사이더가 스나이퍼 사운드에서 발표한 실연권과 리메이크권을, MC스나이퍼가 마스터권을 갖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법적 갈등은 막을 내렸다.

'쇼미더머니2' 출연 이후 좀처럼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치지는 않지만, 아웃사이더는 매해 꾸준히 음반을 발매한다. 지난 10일 발매한 '카악 퉤'라는 곡에서는 돈이 없고 빽이 없는 자신의 설움을 노래했다.

지난해 10월 반려동물 콘서트에 참가한 힙합가수 아웃사이더. 그는 최근 상실감이 큰 자신의 상황과 희망을 노래한 '카악 퉤'를 발매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지난해 10월 반려동물 콘서트에 참가한 힙합가수 아웃사이더. 그는 최근 상실감이 큰 자신의 상황과 희망을 노래한 '카악 퉤'를 발매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2. 플로우 없는 래퍼? 속도가 다인 래퍼?

"플로우가 없다."

아웃사이더에게 늘 따라붙는 혹평이다. 빠른 속도와 정확한 발음에 집중하다 보니 표현력, 전달력이 떨어지고 리듬감이 부족한 랩을 구사한다는 지적이다. 스스로도 여러 매체를 통해 힙합 트렌드가 변했고, 자신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속사포 랩에 대한 의욕은 꺾지 않았다. 속사포 랩으로 라임과 플로우를 살린 해외MC들의 선례가 많으니,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다듬어 발전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생각이다. 속사포 랩을 곡사포 방식과 직사포 방식으로 나눠 연구하며 꾸준히 혀 근육 운동을 이어가는 이유다. 곡사포는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려 부드럽게 이어가는 방식이고, 직사포는 발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며 음절을 나누는 방식이다.

그는 유독 약한 ‘ㅅ’ 발음을 다듬기 위해 사전을 뒤져가며 ㅅ으로 가득 찬 랩 가사를 만들기도 했다. 하루에 8시간씩 ‘ㅅ’이 들어가는 모든 단어를 연습해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기술까지 연마했다.

아웃사이더는 하이톤의 목소리에 빠른 랩을 소화해 다소 가벼운 형식으로 들릴 위험도 안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인간 내면의 고뇌를 담은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로 곡의 균형을 잡았다. '외톨이' '주변인' '피에로의 눈물' '슬피 우는 새' 등이 내면의 상처를 다룬 가사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규 1집 '남자답게'

● 정규 2집 '외톨이'

● 2.5집 '주변인'

● 싱글 앨범 '슬피 우는 새'

● 정규 3집 '주인공'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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