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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 데프콘은 왜 ‘B급 예능’을 품었나

입력
2016.08.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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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개그맨 정형돈, 가수 데프콘의 프로젝트 그룹 '형돈이와 대준이'의 앨범 표지(왼쪽)와 대중성 짙은 음악에서 벗어나 갱스터랩으로 회귀한 데프콘의 EP 앨범 'I'm Not a Pigeon'의 표지.
개그맨 정형돈, 가수 데프콘의 프로젝트 그룹 '형돈이와 대준이'의 앨범 표지(왼쪽)와 대중성 짙은 음악에서 벗어나 갱스터랩으로 회귀한 데프콘의 EP 앨범 'I'm Not a Pigeon'의 표지.

힙합 비둘기, 아스카 덕후, 근심돼지….

요즘 사람들이 가수 데프콘에 대해 떠올리는 건 이 정도쯤 되겠다. 모두 예능 프로그램에서 얻은 이미지다. 익살스러운 B급 컨셉은 2012년 개그맨 정형돈과 함께 한 프로젝트 그룹 '형준이와 대준이' 때부터 형성됐다. 앨범 흥행 후 정형돈과 함께 방송에 얼굴을 비추더니, 지금은 정형돈 없이도 잘 나가는 예능인이 됐다.

브라운관 재간둥이로 활약 중이지만, 이래 봬도 힙합계에서는 하드코어 스웨그(Swag·분위기)를 선보이는 갱스터 힙합퍼였다. 데프콘은 어떻게 '상남자'에서 '곰돌이 푸'가 됐을까. 방송계와 힙합계를 넘나드는 능력자의 시작은 이랬다.

2013년 2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tvN 새 예능 프로그램 '가짜를 찾아라 눈썰미'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가수 데프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tvN 제공
2013년 2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tvN 새 예능 프로그램 '가짜를 찾아라 눈썰미'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가수 데프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tvN 제공

1. 직설적인 19금 가사…갱스터 힙합퍼

데프콘은 대부분의 1세대 래퍼가 그렇듯 PC통신 동호회를 통해 음악을 시작했다. PC통신 나우누리의 동호회 SNP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1998년 '심판', 'Kapital G'등을 발표하고 래퍼의 길로 들어섰다. 초기 음악에서는 '마초 힙합'을 추구했다. 직설적인 가사, 강렬한 래핑으로 1990년대 미국 힙합 마니아들의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오버그라운드에 진출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일반 대중의 취향도 무시할 수 없어 결국 대중성을 택했다. 정규 1집 타이틀곡 '길'에서 그는 처음으로 힘을 뺀 래핑을 선보였다. 앨범에는 강렬한 분위기의 수록곡을 채워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가수 버벌진트와 함께 한 곡 'Sex Drive'에는 노골적인 성묘사 표현을 그대로 싣기도 했다.

이후 2집 '힘내세요 뚱', 3집 '오빠는 열아홉'을 거치며 데프콘의 앨범은 더욱 대중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음악적 변화에도 그는 계속 흥행 실패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한 컨셉은 '형돈이와 대준이'. 갱스터 힙합의 힘을 빼고 과감하게 망가졌다. 촌스러운 티셔츠에 금목걸이, 일수가방으로 2012년을 1980년대로 강제 회귀시켰다. 가사도 황당했다. 곡을 내놓고 정작 노래 안에서는 "우리 노래 듣지마"라고 윽박질렀다. 무성의한 느낌까지 드는 이 앨범은 각종 음악사이트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더니 음악 방송 1위 후보에까지 올랐다.

반복적인 앨범 실패로 은퇴까지 고려한 그의 인생이 뒤집혔다. 방송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MBC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 굵직한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들어왔고 남다른 입담으로 고정 출연까지 꿰찼다. 그는 현재 KBS '1박 2일', MBC Every 1 '주간 아이돌' 등을 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는 와중에도 근본은 잃지 않았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그는 힙합의 역사와 용어, 디스전 비화 등을 소개해 힙합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4월 발매한 앨범 '맹금류'에서는 초심을 잃지 않은 프로듀싱으로 힙합 팬의 갈증을 채웠다.

2004년 2집 발표 당시의 가수 데프콘. 연합뉴스
2004년 2집 발표 당시의 가수 데프콘. 연합뉴스

2. 스토리텔링 랩의 선구자

데프콘은 스토리텔링에서 특출난 역량을 선보인다. 실생활과 밀착된 주제로 공감을 사는 것이 특징이다. '힘내세요 뚱'에서는 "뚱뚱한 게 뭐 그리 큰 죄"냐며 비만인 사람들을 대변했고, 30세를 훌쩍 넘겨 발표한 '아프지마 청춘'에서는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쉽지"라며 청춘의 마음을 꿰뚫었다.

다만 직설적인 가사로 꾸준히 논란의 여지를 만들기도 했다. 이를테면 2010년 발매한 '그녀는 낙태 중'에서는 인터넷 여성 BJ를 폄하한 내용으로 뭇매를 맞았다. 다음 해 발표한 '중2병'(화가 난 빵셔틀) 역시 저돌적인 가사와 욕설이 문제가 됐다.

'십자군' '소멸'과 같은 초기 음악을 들어보면 현재 음악 성향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거칠고 자극적인 래핑은 오버그라운드에 진출하면서 부드럽게 변했다. 2집 '힘내세요 뚱'부터 본격적으로 유쾌하고 밝은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2009년 어린이 리스너까지 고려해 '힙합 유치원'이라는 곡을 발표할 정도였다. 실제 그는 이 곡으로 초등학생의 생일 축하 공연 등 어린이 관련 행사를 다니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전곡을 19금으로 채운 EP 앨범 'I'm Not a Pigeon '을 발매하면서 갱스터 힙합의 초심을 찾기도 해 이전보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EP앨범 '십자군'

●정규 1집 앨범 '길'

● 싱글 앨범 '힙합 유치원'

● 정규 4집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

● 정규 5집 '중2병'

● 형준이와 대준이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 '아프지마 청춘'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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