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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1월에 사과했다면 총선 결과가 달라졌을까

입력
2024.07.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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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그때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호응했다면 얼마든지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있었고, 당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겁니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5일 페이스북

"이래서 그들은 총선을 졌던 것입니다. 어설프게 공식-비공식 따지다 김건희 여사 사과의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7일 페이스북

김건희(왼쪽 사진) 여사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뉴스1

김건희(왼쪽 사진) 여사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뉴스1

김건희 여사가 1월에 명품백 수수 의혹을 국민 앞에 사과했다면 총선 결과가 달라졌을까.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쟁자들이 한동훈 당대표 후보를 공격하는 포인트다. 김 여사가 문자 메시지로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 후보에게 사과 의향을 전했는데도 왜 무시했느냐는 주장이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총선 민심부터 살펴보자.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김 여사의 명품백 의혹을 제기한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실제로 주춤했다. 도덕성 이슈가 민심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연말로 가면서 국민의힘은 40%대 지지율을 회복했다. 12월 27일 '한동훈 체제' 공식 출범 이후 정당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근소하게 앞서기까지 했다. 한동훈 효과에 더해 민주당이 선거구제 개혁보다 총선 승리를 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선언하면서 여론은 더 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올 2월 들어 이른바 '비명횡사'로 불린 민주당의 공천 잡음이 본격화하면서 '이재명 방탄 총선'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이탈도 감지됐다. 여당 내부에선 '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즉 김 여사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전달한 1월 19일 즈음엔 이미 분위기가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던 셈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130석을 웃돌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시나리오마저 흘러나왔다.

언론에서 재구성한 김 여사의 문자 내용에 '대선 당시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실제 대국민 사과가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원희룡·나경원 후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반등되는 시점에 조속히 악재를 털었더라면 이후 여당이 주도권을 잡는 데 호재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추가로 감안할 부분은 2월 중순 이후 국민의힘에 대형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는 점이다. 2월 16일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건', 3월 4일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주요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18일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 등이다. 2월 25~27일 KBS가 실시한 총선 D-40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7%로 떨어졌고, 3월 25~28일 MBC 조사에선 35%까지 주저앉았다.

다만 야권은 명품백 수수 의혹도 총선 막판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따라서 김 여사의 사과를 '패싱'한 것이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선거에 임박해 발생한 이종섭 도피, 대파 발언 등의 파급력이 워낙 컸다. 총선 참패를 김 여사 사과 여부만으로 재단하기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이래저래 여당은 당시 표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각종 이슈들을 어느 하나 말끔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발목이 잡힌 채 선거를 치렀던 셈이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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