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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로 전락? 돌고래쇼 업체 거제씨월드 존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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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로 전락? 돌고래쇼 업체 거제씨월드 존폐 기로

입력
2024.05.01 11:00
수정
2024.05.01 11:43
19면
0 0

2014년 거제시의 지원으로 시작된 사업
10년간 14마리 고래류 폐사로 '고래무덤' 오명


경남 거제시 일운면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벨루가가 수중 공연을 하고 있다. 거제=고은경 기자

경남 거제시 일운면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벨루가가 수중 공연을 하고 있다. 거제=고은경 기자

돌고래쇼 업체 거제씨월드동물학대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남은 돌고래를 위한 보다 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단체는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행정권한이 있는 경남도청이 현행법 적용에 난색을 표하면서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회성 처벌이나 권고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어서다.

거제씨월드는 최근 치료 중인 돌고래 2마리에게 무리하게 쇼를 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호반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으로부터 양수받을 당시 쇼에 동원하지 않기로 한 조건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 '태지'를 쇼에 동원한 점(본보 4월 18일 보도) △지난해 6월과 지난달 초 종별 특성을 고려한 적정 수온 제공·유지를 권고받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점 △이달 초 새끼 돌고래 출산의 현행법 위반 여부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와 별도로 거제씨월드는 호반 퍼시픽리솜으로부터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를 무단으로 이송·보관한 혐의(해양생태계법 위반)로 제주녹색당과 핫핑크돌핀스에 고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10년간 고래류 14마리 사망... 고래무덤 오명

지난해 4월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쇼에 동원된 큰돌고래 '마크'의 모습. 마크는 당시 임신한 상태였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해 4월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쇼에 동원된 큰돌고래 '마크'의 모습. 마크는 당시 임신한 상태였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거제씨월드는 2014년 4월 일본으로부터 큰돌고래 16마리, 러시아로부터 흰고래(벨루가) 4마리를 수입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거제씨월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는 거제시의 역할도 컸다. 당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노린 거제시는 거제씨월드에 8,200㎡(약 2,500평)의 시유지를 18년간 무상 대여하고 거제씨월드는 30년간 영업 후 시설을 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장 초기부터 거제씨월드의 동물학대 논란에 대한 비판은 거셌다. 잇단 고래류의 사망으로 '죽음의 수족관', '고래 무덤'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실제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죽은 고래류는 14마리에 달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올라타기, 만지기 등 과도한 체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뿐 아니라 적절한 사육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해왔다.

거제씨월드에서 조련사를 등에 태운 채 수족관을 돌고 있는 벨루가. 핫핑크돌핀스 제공

거제씨월드에서 조련사를 등에 태운 채 수족관을 돌고 있는 벨루가. 핫핑크돌핀스 제공

실제 거제씨월드의 사육환경이 열악한 것은 지난해 6월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경남도청 등이 실시한 합동점검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3월 점검에서도 △수온 관리 △식단·위생 △부상 개체 관리에서 개선 필요성을 지적받은 바 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이 경남도청으로부터 받은 거제씨월드의 개선 방안 계획을 보면 거제씨월드는 △수온 조절을 위한 히트펌프 추가 설치나 교체 검토 중 △유수해동(냉동식품을 흐르는 물에 해동)한 생선 등 적절한 먹이 제공 △부상이나 치료 중인 개체의 생태프로그램 도입 최소화(돌고래 투입은 전담 사육사와 수의사가 적절히 판단)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두 검토일 뿐 확정된 내용이 없어 사육 환경 개선을 위한 충분한 조치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시민단체와 전문가는 보고 있다.

거제씨월드 운영 재검토에 대한 압박 거세

거제씨월드에서 운영하던 벨루가 체험 프로그램은 동물학대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가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뉴스1

거제씨월드에서 운영하던 벨루가 체험 프로그램은 동물학대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가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뉴스1

거제씨월드의 사육 환경 및 운영 방식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있다. 거제경찰서는 아픈 돌고래 2마리를 공연에 투입했다가 죽게 한 혐의로 거제씨월드와 거제씨월드 대표이사를 동물원 수족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해수부와 경남도청도 동물원수족관법 적용에 대한 법률을 검토 중이나 현행법 적용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어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남도청 해양항만과 관계자는 "거제씨월드의 개선방안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수의사, 다른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추가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22일 핫핑크돌핀스가 거제씨월드에서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큰돌고래 '아랑'과 새끼 돌고래.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달22일 핫핑크돌핀스가 거제씨월드에서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큰돌고래 '아랑'과 새끼 돌고래.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 2016년 여름 당시 제주 호반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에서 지내던 태지의 모습. 태지는 퍼시픽리솜이 문을 닫으면서 2022년 4월 거제씨월드로 무단 이송됐고 현재 생태체험회에 동원되고 있다. 호반 퍼시픽리솜 제공

지난 2016년 여름 당시 제주 호반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에서 지내던 태지의 모습. 태지는 퍼시픽리솜이 문을 닫으면서 2022년 4월 거제씨월드로 무단 이송됐고 현재 생태체험회에 동원되고 있다. 호반 퍼시픽리솜 제공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거제씨월드를 폐쇄하고 '해양동물 구조치료시설'이나 보호시설(생크추어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거제씨월드는 이제라도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능하다면 이곳을 해양동물 보호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양동물 수의사인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수족관에 남은 고래류뿐 아니라 구조되는 고래류를 위한 기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상업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4·10총선 당시 거제시에 출마한 3명 모두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의 정책 질의에 거제씨월드 운영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일준 국민의힘 당선자는 "동물학대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거제씨월드에 대해 운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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