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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죽어나간 거제씨월드, 서울대공원 '태지'도 쇼에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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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돌고래 죽어나간 거제씨월드, 서울대공원 '태지'도 쇼에 동원했다

입력
2024.04.18 16:30
수정
2024.04.18 17:09
0 0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 태지, 쇼에 동원 중
거제씨월드, 지난 2월에만 돌고래 두 마리 사망


지난해 4월 거제씨월드에서 촬영된 돌고래 체험 현장에서 큰돌고래 '마크'가 물 밖으로 튀어오르고 있다. 마크는 이 당시 임신 9개월차였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해 4월 거제씨월드에서 촬영된 돌고래 체험 현장에서 큰돌고래 '마크'가 물 밖으로 튀어오르고 있다. 마크는 이 당시 임신 9개월차였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 2016년 여름 이후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지내던 큰돌고래 태지의 모습. 퍼시픽랜드 제공

지난 2016년 여름 이후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지내던 큰돌고래 태지의 모습. 퍼시픽랜드 제공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호반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으로부터 무단 인수한 서울대공원 출신 큰돌고래까지 쇼에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씨월드는 최근 치료 중인 돌고래들을 무리하게 쇼에 동원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남은 돌고래들의 처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이 경남도청으로부터 받은 거제씨월드의 '고래 쇼 투입일지'를 보면, 큰돌고래 '태지'(24세 추정, 퍼시픽리솜이 대니로 개명)가 2월 15일부터 생태설명회에 처음 등장한다. 태지는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장이 문을 닫으면서 2017년 6월 퍼시픽리솜에 기증됐고 퍼시픽리솜이 문을 닫으면서 2022년 4월 거제씨월드로 이송된 돌고래다. 거제씨월드와 퍼시픽리솜은 이 과정에서 태지를 포함한 돌고래 두 마리를 허가 없이 이송해 불법 유통·보관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쇼에 동원하지 않기로 한 태지, 2월부터 출연

지난해 4월,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쇼에 동원된 큰돌고래 '마크'가 쇼를 하고 있는 모습. 마크는 당시 새끼 돌고래를 임신한 상태였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해 4월,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쇼에 동원된 큰돌고래 '마크'가 쇼를 하고 있는 모습. 마크는 당시 새끼 돌고래를 임신한 상태였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2월 15일 투입일지에는 기존 생태설명회에 동원돼 온 '옥토'와 '노바'의 사이가 좋지 않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우미로 태지와 '어거스트'를 투입시켰다고 돼 있다. 이후에 태지는 16~19일, 23일, 25~28일까지 매일 한두 차례씩 등장한다.

서울대공원은 당초 퍼시픽리솜에 태지를 기증하면서 '조련사를 밀어 올리거나 유영하기 등 조련사와 수중 접촉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배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행동풍부화나 긍정강화 활동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거제씨월드로 이송되면서도 서울대공원이 내건 조건은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거제씨월드의 설명회가 고래류의 행동풍부화나 긍정강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윤 의원실이 경남도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25일과 28일 각각 사망한 큰돌고래 줄라이와 노바가 질병으로 치료를 받으면서도 쇼에 동원돼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은 돌고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거제씨월드에서 죽은 돌고래는 총 14마리에 달한다.

돌고래 죽은 당일에도 공연은 계속돼

돌고래 투입일지에는 노바와 옥토의 사이가 좋지 않아 어거스트와 태지가 투입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윤미향 의원실 제공

돌고래 투입일지에는 노바와 옥토의 사이가 좋지 않아 어거스트와 태지가 투입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윤미향 의원실 제공

투입일지를 보면 돌고래들이 쇼에 동원되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노바의 경우 '공연 중 간혹 태도가 좋지 않음', '행동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나 트레이닝 문제임' 등이 여러 차례 기록됐고, 옥토와 노바는 '소셜(관계) 문제로 자리 이탈 있었으나 공연 중 교정됨', 옥토는 '줄라이와 소셜 문제로 자리 이탈 있었으나 공연 중 교정됨' 등 돌고래들 사이에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거제씨월드는 더욱이 줄리아와 노바가 사망한 당일에도 어거스트와 태지를 동원해 두 차례씩 생태설명회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였던 태지마저도 쇼에 동원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며 "동물원수족관법이 강화됐지만 유예기간 적용 등으로 실질적으로 동물 복지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사육환경 개선받았지만... 결국 돌고래 죽음 이어져

윤미향 무소속 의원과 핫핑크돌핀스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거제씨월드 돌고래 폐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미향 무소속 의원과 핫핑크돌핀스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거제씨월드 돌고래 폐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거제씨월드의 사육환경이 열악한 것은 지난해 6월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실시한 합동점검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다. 거제씨월드의 경우 △휴관일 등 안정적인 휴식 보장 △암수 분리를 위한 공간 재배치 △종별 특성을 고려한 적정 수온 제공·유지 △건강상태 악화 개체 보호방안 마련 △퍼시픽리솜 이송 개체(태지와 아랑이) 인허가 이행 △질병·안전관리 계획,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 등 운영·관리계획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거제씨월드는 돌고래가 제대로 살 수 있는 수온 조절기를 갖추지 않은 채 여전히 시설을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원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성미산학교 학생들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제씨월드를 규탄했다. 이들은 "행정조치 권한을 가진 경남도청은 즉각적인 영업 중단과 수족관 허가 취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조련사와 관람객이 음악에 맞춰 돌고래에게 춤을 추게 하고 있다. 거제=고은경 기자

경남 거제시 일운면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조련사와 관람객이 음악에 맞춰 돌고래에게 춤을 추게 하고 있다. 거제=고은경 기자

이에 대해 경남도청은 4월 9일에 거제씨월드에 이달 29일까지 개선조치계획을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밝혔다. 또 치료 중인 돌고래를 쇼에 투입한 행위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 2항 5호인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방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해당행위가 동물학대에 해당하는지 수의사 등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결국 거제씨월드의 조치가 동물학대에 해당하는지를 밝히려면 회사가 돌고래의 사망 가능성을 알았는지, 알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며 동물원수족관법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 적용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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