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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류·내부 이견에… 이스라엘 "보복하되, 시기·방법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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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류·내부 이견에… 이스라엘 "보복하되, 시기·방법 미정"

입력
2024.04.15 17:00
수정
2024.04.16 00:01
1면
0 0

'본토 공격' 이란에... 이스라엘 '보복 고심'
전시 내각 회의, 이틀 연속 구체적 결론 못 내
강경파 압박에 WSJ "이번주 초 보복설"도

13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약 360기의 미사일·무인기(드론)를 활용한 공격을 감행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F-15I 라암 전투기가 미사일을 탑재한 채 대기 중이다. 이스라엘방위군 제공, UPI 연합뉴스

13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약 360기의 미사일·무인기(드론)를 활용한 공격을 감행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F-15I 라암 전투기가 미사일을 탑재한 채 대기 중이다. 이스라엘방위군 제공, UPI 연합뉴스

이란의 대규모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즉각 보복' 대신 '숨 고르기'를 택했다. 대(對)이란 보복을 감행한다는 큰 틀을 정해두되, 시기·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하지 않은 것이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로 전선을 확대하는 게 부담인 데다, 미국 등 우방국이 보복을 적극 만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양국이 적대 관계로 돌아선 이래 처음으로 본토를 공격한 이란을 그냥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빠른 시간 내 보복을 감행할 것이라는 추측도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보복해야 한다" 공감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영국 로이터통신,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야당인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등을 주축으로 하는 전시 내각은 전날과 이날 이틀 연속 가진 회의에서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란에 대한 보복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만 확인했을 뿐이다.

간츠 대표는 전날 회의 직후 성명에서 "우리는 적합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에)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군사적 대응 외에도 이란을 세계 무대에서 더 고립시키기 위한 외교적 옵션도 검토 중이라고 CNN은 이스라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앞서 이란은 13일 밤부터 300여 기의 미사일·무인기(드론)를 이스라엘 본토에 퍼부었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에서 다섯 번째) 이스라엘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이스라엘 총리실이 14일 배포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에서 다섯 번째) 이스라엘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이스라엘 총리실이 14일 배포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AFP 연합뉴스


'확전 부담' '우방국 만류' 등... 이스라엘 '고민'

이스라엘이 보복 실행을 망설이는 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이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군사적 부담이 커질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군은 최소 58만 명의 현역 군인·20만 명의 예비군, 이란 대리 민병대인 '저항의 축'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동의 최대 미사일·드론 보유국 중 하나로 꼽힌다. 이란에 신경이 분산되면 하마스와의 전쟁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하마스와의 인질 석방 협상은 더 꼬일 가능성도 크다. 기디온 사르 의원은 '우선순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마스 제거와 인질 석방에 집중해야 한다"고 TOI에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확전 열쇠'를 쥔 이스라엘에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다. 미국은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여러 경로로 내보내고 있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14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후 '이란 보복 안건'을 전시 내각 회의에서 철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같은 날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지금은 (각국이)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시기"라며 확전을 경계했다.

이스라엘 측의 피해도 제한적이었다. 이스라엘은 "유례없는 방식으로 공격을 저지했다"(갈란트 장관)고 자국 방어 능력을 거듭 높게 평가했다. 미국도 "이스라엘 승리나 마찬가지"(바이든 대통령)라고 치켜세웠다.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을 13일 공격의 이유로 대고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재보복 명분도 크지 않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국제법에 따른 자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주장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가 1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가 1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강경파 "강력 대응" 촉구... '15일 보복설'도

다만 이스라엘이 마냥 대응을 보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월요일(15일) 이란의 공격에 신속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내부 강경파도 이란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연정 내에서는 극우 인사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은 이란에 허수아비처럼 대응해서는 안 된다"(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우리가 대응을 주저한다면 실존적 위험에 빠질 것"(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부 장관) 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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