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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국학, 지원 확대할 기회

입력
2024.04.15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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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신기욱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편집자주

재미학자의 입장에서 한국의 사회, 정치, 경제, 외교·안보 등에 관한 주요 이슈를 다루고자 한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의 모습과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글로벌 시각에서 제시하려 한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 민관 노력 성과
한국학 교류 지원 기관, 예산 삭감 아쉬워
기관의 정치 중립·지원 효율성 높여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연례 아시아학회에 참석했다. 이 학회는 전 세계에 회원 6,500명을 둔 최대 아시아 연구자 단체다. 개인적으로 시애틀은 내가 처음 미국으로 가 공부했던 워싱턴대학이 있는 곳이라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몇 년 전 문을 연 롯데호텔에 묵으면서 해물파전과 김치치킨버거를 맛보는 즐거움도 누렸다. 4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한 대목이었다.

학회 기간에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에서 주최한 디너 리셉션에 참석했다. 재단 이사장과 시애틀 총영사도 참석한 이 리셉션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학자와 학생들로 붐볐는데, 이 또한 처음 유학 왔을 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당시 한국은 막 빈곤에서 벗어나면서 독재에 항거하던 시절이다. 리셉션에 참석한 한 미국학자는 “일본재단이 주최한 리셉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모인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의 위상이 이처럼 높아진 데는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이어 K팝, K드라마 등 문화적 영향이 크다. 동시에 국제교류재단, 한국학 중앙연구원 같은 기관들의 꾸준한 해외 지원사업도 큰 역할을 했다. 1991년에 설립된 국제교류재단의 경우 북미지역에만 100여 개의 한국학 교수직을 설립했고 수많은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해 왔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호기심을 넘어 체계적으로 평가받으려면 역사, 문화, 정치,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서의 학문적 정립이 중요한데 이를 잘 뒷받침한 것이다.

학회 기간 느꼈던 벅찬 감동에도 불구하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국제교류재단의 예산이 대폭 삭감된다는 소식이다. 지난해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과학자들의 우려가 컸었는데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급증한 지금이야말로 해외 한국학 투자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다. 미중 갈등, 경제 안보화 등 시급한 정책현안에 대한 국제비교 연구도 더욱 중요해졌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 20년을 겪으면서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급격히 줄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원 감소가 아닌 확대가 정답이다.

더 나아가 해외 한국학 지원기관들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기관장의 임기가 단임에 그치고 정부가 바뀌면 리더십도 함께 바뀌는 현재 상황에선 전략적인 지원은커녕 국내 정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참고로 재팬 파운데이션의 이사장은 평균 임기가 8~9년이다.) 중국이 막대한 자원을 퍼부어 세계 곳곳에 ‘공자 학원’을 세웠지만 정치적 편향과 지나친 간섭으로 미국을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 퇴출당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해외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반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외교부 산하의 국제교류재단, 교육부 산하의 한국학 중앙연구원 등 기관 간 불필요한 경쟁이나 중복지원 등은 없는지 살피고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원기관들도 지나친 관료적 마인드나 ‘갑’의 위치에 머물러 있지는 않는지 성찰해야 한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한국을 연구하고 알리는 데 고군분투하는 해외 연구자들을 ‘을’로 취급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지금 피크에 와 있는지 모른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한국의 '스토리텔링'을 더 많이 만들고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한국의 역사적 경험이 세계사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로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지원기관 그리고 해외에 있는 한국학 연구자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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