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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어를 일으켜 세워 전쟁터로 보냈다"

입력
2024.04.0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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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미국 명예시민 윈스턴 처칠- 1

윈스턴 처칠을 미국 명예시민으로 선포하는 존 F. 케네디. winstonchurchill.org

윈스턴 처칠을 미국 명예시민으로 선포하는 존 F. 케네디. winstonchurchill.org

1963년 4월 9일,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 윌리엄 애버렐 해리먼, 딘 애치슨과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세 아들 등 수백 명이 모였다. 건국 이래 처음 열리는, 의회와 대통령이 호명한 제1호 ‘미국 명예시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는 날이었다. 처칠의 각별한 친구이자 ‘냉전’이란 말을 만든 정치인 겸 행정가 버나드 바루크도 91세의 노구를 이끌고 참석했다. 정작 주인공인 89세의 처칠은 아내 클레멘타인과 함께 런던 자택에 있었다. 그는 TV 녹화 화면으로 자신이 주인공인 그 행사를 시청했다.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처칠 경은 영국의 신민이면서도 미국의 아들이었고 평생 미국 시민과 국가의 확고하고도 든든한 친구였다”며 “용기와 선의, 담대함으로 자유의 가장 어두운 시간에 영감의 불꽃”이 돼준 처칠을 장중한 어조로 기렸다. 케네디가 가장 힘주어 소개한 건 1944년 8월 처칠이 나치 독일과의 외교적 종전 해법에 끌려가던 의회에서 행한 독전 연설이었다. 프랑스에서, 근해와 대양에서, 하늘과 상륙지에서, 거리와 들판에서 “우리는 싸울 것이다(We shall fight). 나를 비롯해 내각의 마지막 한 명이 쓰러져 피를 토할 때까지(…)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로 끝맺은 그 연설. 케네디는 “처칠은 영어를 일으켜 세워 전쟁터로 보냈다”고 말했다.
“He mobilized the English language and sent it into battle”이란 저 말은, 화친파였던 보수당 정치인 핼리팩스 경이 처칠의 연설 직후 풀이 죽어 비서에게 했던 말이라는 설도 있지만, 현장에서 처칠의 사자후에 감동한 미국 종군기자 에드워드 머로(Edward R. Murrow)가 한 말이라는 게 정설이다.

어쨌건 아들이 대신 읽은 답사에서 처칠은 “위대한 주권국가의 전 총리인 제가 다른 국가의 명예시민이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굳이 ‘위대한’이란 말을 언급한 이유를 설명했다.(계속)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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