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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단축·폐지, 전향적 논의할 때

입력
2024.04.06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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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언론이 현재 4·10 총선과 관련해 인용하는 여론조사는 지난 3일 이전에 실시된 것들이다.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제108조에 따른 것이다. 이번 총선에선 지난 4일부터 본선거일인 10일 오후 6시까지가 여론의 변화를 모른 채 유권자가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 '깜깜이' 기간이다.

현행법에 깜깜이 기간을 규정한 것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하거나 선거의 핵심인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일지라도 '될 사람을 밀어주자'거나 '역전표를 몰아주자' 등의 인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선거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이 정보가 실시간 유통되는 시대에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제약하고, 오히려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각 정당과 후보자 캠프는 판세 예측을 위해 깜깜이 기간 중에도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다만 이를 공표하지 않을 뿐이다. 선거 때마다 판세 정보들이 내부 여론조사라는 이름을 달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암암리에 유통되는 배경이다. 언론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를 보도한다고 해도 깜깜이 기간엔 이 역시 불법이다.

날로 높아지고 있는 사전투표율은 공표 금지 기간 단축이나 폐지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근거를 제공한다. 이번 총선에서 오늘까지 사전투표한 유권자는 이틀 전까지의 여론을 알고 선택했지만, 본선거일에 참여하는 이들은 6일간 깜깜이 상태에서 투표하는 셈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영국과 일본, 스웨덴 등은 공표 금지기간이 없고, 프랑스는 선거일을 포함해 이틀간 금지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013년부터 깜깜이 기간 단축 의견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엔 아예 폐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론조사의 부정적 효과를 부각할 게 아니라 판세 분석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유권자 요구를 반영해 국회도 법 개정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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