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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0인 체제’ 방통위, 법 개정 필요한 이유다

입력
2024.07.27 00: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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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표결이 이뤄지기 전 자진 사퇴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이 26일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표결이 이뤄지기 전 자진 사퇴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이 26일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이 어제 오전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사의를 수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처리를 예고하자 표결이 이뤄지기 전에 물러난 것이다. 그의 사퇴로 방통위는 상임위원 정원 5명 전원이 없는 초유의 ‘0인 체제’가 됐다.

방통위를 두고 양측이 기를 쓰고 대립하는 중심에는 MBC가 있다. 현재 방통위는 김홍일 전 위원장이 탄핵소추 직전에 사퇴하면서 이 직무대행 1인 체제다. 이날 사흘째 인사청문회를 치른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윤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면 의결정족수(2인)를 채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방통위의 시급한 현안으로 다음 달 12일 임기가 끝나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재편을 통한 경영진 교체를 꼽아왔다. 민주당이 이를 막기 위해 ‘직무대행 탄핵’ 카드를 꺼내자 대통령실은 다시 자진 사퇴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야당이 ‘탄핵 정치’를 이어가며 직무대행 탄핵이라는 법적 논란이 있는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비판받을 일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야당의 방송장악”을 운운하는 건 염치 없는 일이다. 현 MBC를 지키는 것이 방송장악이라면서, 정권 입맛에 맞는 경영진으로 교체하려는 건 또 다른 방송장악이지 방송정상화가 아니다.

양측의 수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대통령실은 청문회 이후 이 후보자 임명과 동시에 신임 상임위원을 임명해 2인 체제를 갖추면서 즉각 방문진 이사진 교체에 나서려 할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막기 위해 이 후보자 임명 즉시 탄핵소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언제까지 이런 방통위 기능 마비를 방치할 건가.

야당은 어제 오후 본회의에서 법원에서 위법성을 지적할 정도로 모호한 의결정족수 조항을, 4인 이상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명확히 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당의 극렬한 반대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의 방통위 체제를 그대로 두는 건 책임 방기다. 아무리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합의제 기구의 취지를 살리면서 기능 마비만큼은 막을 수 있는 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게 국회와 정부의 최소한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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