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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칠 때 떠나라" 꼭 정답인가

입력
2024.02.29 17:45
수정
2024.02.29 19:24
22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22년 당시 전국 투어 콘서트 중인 가수 나훈아.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년 당시 전국 투어 콘서트 중인 가수 나훈아.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수 나훈아(77)가 지난 27일 데뷔 58년 만에 은퇴를 시사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며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따르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가수 인생의 마감을 선언한 것이다. 그럼에도 워낙 ‘신비주의’ 마케팅에 능한 스타라 이를 두고도 온갖 해석이 분분하다.

□ 나훈아는 모든 게 각본으로 느껴질 만큼 신비롭다. 1966년 데뷔한 그에겐 ‘무시로’ ‘갈무리’ ‘영영’ 등 수많은 히트곡이 있다. 2000년엔 여배우 스캔들과 루머에 시달리다 “바지를 내려서라도 해명하겠다”는 파격적 기자회견을 열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려는 완벽주의는 어록에 압축돼 있다. “대중스타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미주알고주알 들추면 환상이 깨진다.” 그의 전성기를 본 세대는 아니지만 느끼하게 몸을 배배 꼬거나, 이를 드러내고 웃고 윙크하는 독특한 카리스마가 잊히질 않는다.

□ 정상에서 떠나는 건 스포츠 스타들에게도 난제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이 1999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끈 뒤 일본과 미국의 러브콜을 뿌리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그는 “아쉬움이 남더라도 좋은 모습을 보일 때 유니폼을 벗는 게 좋다”고 했다. 타자 중엔 이승엽이 마지막 시즌에도 24홈런으로 성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종범, 양준혁 등 많은 레전드급 타자들이 내리막길에서 끝마쳤다.

□ 그럼 멋질 때 사라지는 것만 정답일까. 격투기선수 정찬성이 예능에 출연한 걸 본 적이 있다. 그는 피범벅이 돼도 굴하지 않아 ‘코리안 좀비’로 통한다. 하지만 강자에게 패한 이후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걸 느낀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정찬성은 “은퇴하기엔 격투기를 너무 많이 사랑해 머릿속이 미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아내도 울먹이며 “남편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게 행복”이라고 했다. 신화로 남는 건 근사하다. 하지만 주변 만류에도 말년의 초라함을 무릅쓰고 링에서 장렬하게 쓰러졌던 무하마드 알리 역시 진정한 복서가 아닐지 모르겠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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