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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시스템 공천

입력
2024.02.26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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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1월 22일 여야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출신 인사를 각각 영입했다. 왼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대표와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 오른쪽은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연합뉴스

지난 1월 22일 여야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출신 인사를 각각 영입했다. 왼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대표와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 오른쪽은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연합뉴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 발표가 한창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자당 발표에 대해선 "시스템 공천의 결과"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반면 상대를 향해선 "이재명 충성심 기준 공천", "시스템을 빙자한 한동훈 사천"이라며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천 과정을 속속들이 아는 여야 입장에선 '시스템 공천'이란 말에 가려진 상대의 꼼수들이 눈에 쉽게 보일 것이다.

□민주당은 '비명횡사 친명횡재' 경향이 뚜렷하다. 다만 시스템 공천이란 알리바이 확보를 위해 '무늬만 경선'을 치르기도 한다. 광주 광산을에선 친명 민형배 의원에게 2인 경선을 붙였는데, 상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약한 후보였다. "사실상 단수공천을 줬다"는 반발이 신경 쓰였는지 민주당은 1명을 더해 슬쩍 3인 경선으로 바꿨다. 서울 강북을에선 비명 박용진 의원을 '현역평가 하위자'로 30% 감점시키면서 친명 후보 2명과 경쟁을 붙였다. 1차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결선에서 친명 표가 합쳐질 수 있도록 3인 경선으로 설계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희생'을 강조하며 '무늬만 험지'로 보냈다. 5선 서병수 의원은 당의 요청을 받아 민주당이 현역인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했다. 부산에서 세 번째(해운대·기장갑→부산진갑→북·강서갑) 지역구를 택한 셈이지만, 그의 부산시장(2014~2018년) 경력을 감안하면 불리하다고 속단할 수 없다. 서울 강남을에 신청했다가 대통령실 출신이 양지만 쫓는다고 비판받았던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경기 용인갑에 단수공천됐다. '수도권 험지 차출설'이 돌더니 공천 막판 2012년 총선 이후 국민의힘이 차지한 지역구에 꽂아준 셈이다. '험지'라는 표현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여야의 '시스템 공천'엔 이처럼 주류 후보에게 혜택을 주고 비주류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꼼수들이 내재돼 있다. 그러한 장치엔 침묵하면서 상대 당을 비방하는 것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의 티끌만 쳐다보는' 내로남불이다. 공천 평가는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받으면 될 일이다.

김회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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