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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하는 '수술 대란'... 마취과 전공의 공백이 뼈아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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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하는 '수술 대란'... 마취과 전공의 공백이 뼈아픈 이유

입력
2024.02.22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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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과 의사, 수술 모든 과정에 필수 관여
전문의 수급 어려워 "전공의 없으면 차질"
"긴급 상황에도 역할... 위험 상황 올 수도"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수술실 앞에서 환자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해 많게는 절반까지 하루 수술 건수를 줄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수술실 앞에서 환자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해 많게는 절반까지 하루 수술 건수를 줄이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행동이 21일로 이틀째 접어들면서 환자 피해도 늘고 있다. 특히 수술 쪽이 문제다. 수술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탓에 연기나 취소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마취과는 기피 전공이라 전공의를 대신할 전문의 수급마저 어려워 파업이 길어질수록 자칫 생명을 잃는 환자가 나오는 등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수술의 시작과 끝 도맡는 마취과 의사

마취과 의사는 수술의 처음과 마지막을 관장하는 핵심 인력이다. 수술 전 과정에 관여한다는 뜻이다. 수술 전엔 환자별 특성에 맞게 적정량의 마취 약물을 제조하고 안전하게 투여해야 한다. 수술이 끝나도 회복 과정을 책임져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한 지역 종합병원의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마취의 없이 수술을 진행하면 환자의 신경과 의식에 문제가 발생하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상은 딴판이다. 수술 진행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 많은 마취 의사가 필요하지만 24시간 대기근무, 소송 부담, 수가문제 등 열악한 처우로 인해 마취과 전문의를 꺼리는 분위기가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다. 실제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2022년 마취과 전공의 4년 차 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심장마취(22%) △소아마취(18%) △중환자의학(12%) 등 필수의료 마취가 대표적 기피 분야로 꼽혔다. 서울의 한 주요 병원 관계자도 "다른 과에 비해 마취과가 전문의 비율이 낮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없으면 마취도, 수술도 마비"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대기 중인 시민들이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대기 중인 시민들이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자란 병원 마취과 인력을 전공의들이 채워왔다. 전공의 파업에 수술이 직격탄을 맞은 까닭이기도 하다. 그간 환자 상태 확인, 응급조치 등의 업무는 전부 전공의 몫이었는데 파업 이후 전문의가 직접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수술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전공의 역할이 연차별로 세분화돼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 통상 산부인과마취 환자는 2년 차, 심장마취 환자는 3년 차, 가장 어려운 소아마취 환자는 4년 차가 책임졌다. 특정 연차 전공의가 근무지를 이탈하면 담당 분야 수술 전체가 연쇄 마비되는 구조다.

또 난도가 높은 수술엔 적어도 3명의 마취과 의사가 필요하다. 통상 전문의 1명과 2명의 전공의가 투입된 수술에 전문의가 전부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연준흠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회장은 "수술뿐 아니라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지면 심폐소생술(CPR)팀이 나서야 하는데, 마취과 의사들이 큰 역할을 한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환자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통주사 불가... 산모들 패닉

21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검사를 예약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1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검사를 예약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당장 마취과 전공의 공백에 따른 피해가 두드러진 곳은 산부인과다. 상당수 병원에서 마취과 의사들이 담당하는 '무통주사'를 전공의가 없어 놓지 못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파업 전 이미 "마취과는 평소 대비 약 50% 미만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공지까지 했다.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무통주사를 맞지 못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산모들로 넘쳐난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는 "예정일이 2주 남았지만 너무 불안하다"고 했고, 26일 출산 예정인 산모는 "무통주사 없이는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다"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서현 기자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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