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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유동규에 최경환까지… 명예회복 수단 된 '금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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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유동규에 최경환까지… 명예회복 수단 된 '금배지'

입력
2024.02.15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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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비법률적 방식 명예회복"
유동규 "이재명 방탄조끼 못 본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가운데)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방명록을 적고 있다. 뉴시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가운데)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방명록을 적고 있다. 뉴시스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가 언급한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대장동 비리 의혹에 연루됐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재명 심판'을 내걸었다. 국민들의 주권 행사가 이뤄지는 선거를 개인적 명예회복과 복수의 무대로 만든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뇌물로 실형 산 최경환도 "명예회복"에 방점


전날 총선 출마 선언을 한 조 전 장관은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는 게 국리민복의 길"이라며 "대한민국 주권자를 유린하는 세력엔 한 치도 타협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도 그는 "저도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대한 법률적으로 해명하고 소명할 노력을 할 것"이라며 "이것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저는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법학자 출신이 사법적 판단에 불복해 선거로 심판을 받겠다는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계양과 아무 연고도 없는 유 전 본부장의 출마 일성도 이재명 대표로 뒤덮였다. 그는 "껍데기밖에 안 남은 이재명이 여러분이 준 표로 방탄조끼를 만들어 입는 꼴은 더 이상 못 보겠어서 나왔다"며 "제가 이재명보다는 능력 있고 양심 있다. 저는 최소한 지은 죄를 인정하고 그 멍에를 남은 인생에 두고두고 지고 갈 결심을 한 자"라고 말했다. 무소속으로 경북 경산에 출사표를 다시 던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출마도 '명예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 당시 최 전 부총리는 "경산시민 대부분은 제가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탄압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 측근 인사는 "최 전 부총리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문제로 징역을 산 것에 대해 억울해한다"며 "총선에서 당선되는 것으로 명예회복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였던 최 전 부총리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에 복권돼 총선 출마의 길이 열렸지만, 그가 지은 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유죄였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후진적 정치 행태의 전형

선거를 개인의 명예회복과 연결 짓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종종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의 각종 스캔들에 대해 야당과 가까운 사법부의 복수전이라고 폄하하거나 뇌물수수 등 혐의로 복역한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처럼 정치권에 계속 머물며 명예회복을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치 선진국일수록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탈리아로 가는 길'의 저자 조귀동 민컨설팅 전략실장은 "선진화된 정당 시스템을 갖춘 국가일수록 선거에서 명예회복을 내건 사람들의 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만큼 한국의 정당 질서가 형해화됐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사법의 정치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도 "권력을 활용한 명예회복은 후진국에서나 있는 일"이라며 "조 전 장관도 결국 의원직을 갖고 있는 게 사법리스크를 돌파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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