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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리더십과 박탈감

입력
2024.02.1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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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사옥에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가 경영 쇄신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위기를 인식하지 못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해 12월 직원들 앞에서 낭독한 반성문의 일부다. 플랫폼 시장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카카오의 '경영 리스크'를 오너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김 창업자는 살얼음판 위에 서 있다. 금융 범죄를 중점적으로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카카오 관련 수사만 4건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가상화폐 클레이 횡령·배임 의혹. 주요 경영진의 업무상 횡령·배임 여부, 시장 질서를 흔드는 공격적인 경영 방식이 의혹의 큰 줄기다.

꼬리를 무는 의혹의 유·무죄를 가리기 전에 카카오 경영진이 신뢰를 잃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카카오 전·현직 직원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카카오의 경영진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꾸역꾸역 문제를 해결하는 직원들만 바보가 된 것 같아요. 더 황당한 건 큰 사고를 친 경영진도 잠잠해지면 좀비처럼 회사로 돌아와요. '김범수 브라더(brother)'들은 서로 통하니까 봐주거든요."

카카오 직원들의 박탈감엔 이유가 있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2021년 12월 카카오페이 상장 당시 경영진 7명과 함께 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 주(약 900억 원)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팔았다. '주식 먹튀(먹고 튀기)' 논란으로 역풍이 거세 류 전 대표가 자진사퇴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그를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했다. 류 전 대표는 1997년 김 창업자와 삼성SDS에서 만나 한게임 창업까지 함께한 '복심'이다.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도 지난해 물러나면서 스스로 내걸었던 약속을 어기고 스톡옵션을 행사해 94억 원을 챙겼다. 이후 상근 고문을 맡아 2억 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다. 그도 김 창업자와 한게임을 만든 동지다.

카카오의 '브라더 챙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영 실패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백상엽 전 대표도 자리에서 내려온 후 비상근 고문으로 옮겼다. 백 전 대표도 김 창업자의 서울대 산업공학과(86학번) 동기다. 이런 문제가 쌓이자 카카오 노조는 최근 외부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 경영진과 직원 간 징계 차별 문제를 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본질적인 위기는 김 창업자의 '브라더 리더십'이 카카오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카카오의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 카카오의 뿌리인 '카카오톡'은 이달 초 '국내 사용량 1위 모바일 플랫폼' 타이틀을 유튜브에 내줬다. 카카오의 영업이익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뒤늦게 김 창업자가 '브라더 경영' 깨기에 나섰으나 아직 조직의 변화는 체감되지 않는다. 40대 여성인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에게 사령탑을 맡겼지만, 최고 경영진 한 명 바뀌었다고 해서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리 없다. 채용과 교육, 승진과 보상까지 인사 제도 전반에 걸친 쇄신이 바탕이 돼야 한다. 카카오가 과감하게 외부 인사 영입을 늘리고 글로벌 기업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창업자에겐 시간이 없다. 끓는 물의 온도가 내려가기를 기다리기보다, 과감하게 끓는 물속 개구리를 냄비 밖으로 꺼내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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