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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차관 방한 중에 윤 대통령 비판한 러시아의 두 얼굴

입력
2024.02.05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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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연해주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보스토크=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연해주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보스토크=AFP 연합뉴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이 1~4일 방한, 김홍균 1차관 등과 만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러시아 차관이 우리나라를 찾은 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 북러 밀착 상황에서 러시아와 직접 소통할 기회를 가진 건 의미가 적잖다. 우리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와 엄중한 입장을 전하고 러시아의 역할을 촉구한 건 이치상으로도 옳고 객관적으로도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한러 외교의 진전은 러시아의 무례와 모순으로 하루도 못 가 빛이 바랬다. 루덴코 차관 방한 중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선제적 핵 공격'을 법제화한 세계 유일 국가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노골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는 북한을 겨냥한 공격적 계획을 흐리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며 "해당 발언은 특히 혐오스러워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의 망발은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 궤변이다. 최근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간주하고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협박하며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까지 시험발사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남한을 비난한 건 북한을 두둔하겠다는 심산일 뿐이다. 더구나 다른 나라 지도자를 향해 ‘혐오’라는 용어까지 쓰며 폄훼한 건 외교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자국 차관 방문 때 이런 발언을 한 건 귀를 의심하게 한다. 우리 외교 당국이 3일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한 건 당연하다.

러시아의 두 얼굴은 그만큼 푸틴이 절박한 상황이라는 걸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길어지고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며 북한산 무기라도 필요한 러시아는 북한을 편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대해 반목하기보다 외교적으로 관리하려는 속내도 읽힌다. 이러한 러시아의 이중성을 간파한 채 우리의 국익을 당당하게 지키면서 북러 밀착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해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외교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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