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빌 게이츠가 택한 '테라파워' CEO "AI 시대, 차세대 원전 필요성 더 커질 것"

알림

빌 게이츠가 택한 '테라파워' CEO "AI 시대, 차세대 원전 필요성 더 커질 것"

입력
2024.01.15 04:30
16면
0 0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의 경고
"준비 안 해두면 전력 부족 닥칠 수도"

미국 차세대 원자력발전 기업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가 1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서희 특파원

미국 차세대 원자력발전 기업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가 1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서희 특파원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전기를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어디서 오는지 걱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걱정해야 한다."

11일(현지시간)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가 열리고 있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만난 미국 차세대 원자력 발전 기업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CEO)가 단호하게 말했다.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와는 언뜻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원전업체에서 이곳을 찾아 기술 동향을 살핀 이유가 뭔지 묻자 돌아온 답변 중 일부였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모든 사물이 점점 전력집약적으로 변해 왔고, 데이터센터 수요도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지난해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이 일면서 이제 사람들은 기존에 예상해 온 것보다도 훨씬 막대한 규모의 전력 소비를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합한 청정 에너지 기술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올해 CES를 돌아보고 테라파워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자신의 고향이자 MS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 교외의 벨뷰에 2008년 설립한 회사로 유명하다. 기후위기 등에 관심이 큰 게이츠는 "원자력 에너지는 올바르게만 개발한다면 기후 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2015년부터 테라파워를 이끌고 있는 르베크 CEO는 원자력 분야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다. 이번 CES 기간 한국일보와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물 아닌 나트륨으로 원자로 냉각... 경제성·안전성 잡아

테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은 원자로 냉각에 소금을 구성하는 나트륨을 액체 형태로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의 기존 원전은 물을 냉각재로 쓴다. 액화 나트륨은 끓는점이 물보다 8배 이상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는 원리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고, 원전 사고 시엔 그만큼 과열 위험이 낮으며, 핵폐기물도 70% 적다는 게 테라파워 측의 설명이다. 경제성과 안전성 모두를 잡았다는 것이다.

르베크 CEO는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는 AI 시대엔 이런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무탄소 전력망을 구축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전체의 20~30%를 원전으로 구성하는 것이란 MIT 등의 연구 결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로 100%의 전력을 만들어내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테라파워는 와이오밍주 60에이커(약 24만㎡) 부지에 345메가와트(㎿)급 SMR을 짓고 있는데, 똑같은 생산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지으려면 필요한 땅이 1,000에이커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벨뷰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 내부에 있는 나트륨 소형모듈원자로 실험 장비. 테라파워 제공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벨뷰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 내부에 있는 나트륨 소형모듈원자로 실험 장비. 테라파워 제공


미 SMR 업계, 테라파워 독주 양상... SK 등 수혜 기대

원전 업계에 따르면 테라파워의 경쟁사 중 하나인 미국 뉴스케일이 최근 수익성 악화로 아이다호주에서 추진하던 미국 최초의 SMR 6기 건설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미국 내에선 사실상 테라파워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르베크 CEO는 "나트륨 SMR의 연료인 고순도·저농축 우라늄(HALEU)을 (유일한 생산지였던) 러시아에서 전쟁으로 조달하지 못하게 되면서 와이오밍 SMR 가동을 2년 연기해야 했으나, 미국에 이어 영국 정부까지 올 초 HALEU 생산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더 이상의 공급망 문제도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테라파워의 순항에 한국 기업들도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테라파워는 2022년 SK주식회사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억5,000만 달러(약 3,280억 원)를 투자받았고, 이후 HD현대에서도 투자를 유치했다. 르베크 CEO는 "SK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것까지 5, 6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핵심 파트너인 한국기업들과 협력을 계속 강화해 갈 것"이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이서희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