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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복수의 칼을 갈았다

입력
2023.12.02 10: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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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푸른 눈의 사무라이'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미즈(오른쪽)는 일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서고, 어린 시절 악연이 있는 타이겐과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8부작 | 18세 이상

미즈(목소리 연기 마야 어스킨)는 혼혈이다. 아버지는 백인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크게 둘 만하지 않다. 하지만 시간은 17세기, 공간은 일본이다. 막부는 강력한 쇄국정책을 펴고 있다. 백인은 일본 땅에 있어서는 안 되고, 혼혈 자체가 부정의 대상이다. 미즈는 평생을 숨어 살아야 하나 칼을 품고 세상에 나와 누군가를 찾는다. 미즈는 왜 복수심에 불타 몸을 던지는 걸까.


①칼로 그려낸 17세기 일본의 풍속도

미즈는 수많은 무사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무술 실력을 지녔다. 미즈의 검술이 펼쳐내는 액션이 최고 볼거리다. 넷플릭스 제공

미즈가 찾는 이는 백인 남성이다. 공식적으로 일본에 백인은 없으나 4명이 숨어 살고 있다. 미즈는 이들에게 복수하려 한다. 자신을 낳고 방치했다는 이유에서다. 누가 아버지인지 알 수 없으니 4명 모두에게 칼날이 향한다.

미즈의 핏빛 여정에는 17세기 일본의 풍속이 따른다. 마쓰리에 열광하는 서민들, 퇴폐적인 윤락가, 서민을 괴롭히는 불량배 집단, 화려한 영주들의 삶 등이 담겨있다. 한국인에게는 꽤 익숙한 모습들이라고 하나 여전히 눈길을 붙잡는다. 이웃나라 조선과 달리 성적으로 개방적이었던 세태, 삶에 스며있는 장인정신(미즈의 스승이 칼을 만드는 과정을 세세히 보여준다) 등이 흥미를 자극한다.


②사무라이 액션의 쾌감

'푸른 눈의 사무라이'는 액션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17세기 일본의 풍속을 화면에 담으려 했다. 넷플릭스 제공

미즈는 어려서부터 무술을 연마했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로부터 공격당할지 모를 숙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의 검술을 이겨낼 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미즈가 대적할 백인 남성 파울러(케네스 브래너)는 난공불락의 성에 숨어 살고 있다. 그는 일본 정계 막후실력자다. 장막을 나와 더 큰 권력을 쥐고 싶어 하는 이다. 복수의 길이 험난하고도 험난한 이유다.

최고 볼거리는 역시 액션이다. 미즈의 칼은 사람의 팔을 절단하거나 머리를 반으로 쪼갠다. 많은 상대와도 어렵지 않게 대적한다. 미즈의 역동적인 몸놀림과 빠른 편집이 어우러지며 박진감을 빚어낸다. 일본 검술 영화보다 더 잔혹한 장면들이 이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나체가 수시로 등장하기도 한다. 살냄새와 피 냄새가 진동하는 성인물이다.


③소수자를 향한 시선

미즈가 대적해야 할 파울러는 금력과 무력을 동시에 지닌 난적이다. 넷플릭스 제공

액션만이 이 영화의 볼거리는 아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 대부분은 소수자다. 미즈는 혼혈여성이라는 사회적 장애를 지녔다. 미즈를 스승으로 모시고 따르는 청년 린고(오카 마사요리)는 양손이 없는 태생적 장애인이다. 미즈의 스승 에이지(다가와 히로유키)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영주의 딸 아케미(브렌다 송)는 화려한 삶을 영위하나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 여자라는 이유에서다. 아케미의 연인 타이겐(대런 버넷)은 미천한 신분 출신이라는 한계를 검술로 넘고 싶어 한다.

신체적 결핍과 사회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이들의 욕망이 여러 극적 상황을 만든다. 미즈는 왜 그토록 아버지를 향한 분노로 마음이 파괴됐는지에 대한 사연 역시 극적이다.

뷰+포인트

서사와 볼거리가 잘 어우러진 애니메이션이다. 17세기 일본만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나 대사는 모두 영어다. 이 애니메이션의 태생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 부부 영화인 마이클 그린과 앰버 노이즈미가 기획했다. 애니메이션을 만든 곳은 프랑스 회사 블루 스피리트다. 서구의 시각으로 본 일본이 느껴지는 이유다. 불편할 정도는 아니나 일본(동아시아)에 대한 서구의 통념이 담겨있다. 캐릭터는 일본 인형극 분라쿠로부터 따오려고 했다고 한다(분라쿠를 활용한 에피소드가 있기도 하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관객 9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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