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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돈을 내 손안에”… 679m 초고층빌딩 맨손으로 오르는 커플

입력
2024.07.27 11: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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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스카이워커스: 사랑 이야기'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이반 베르쿠스와 안겔라 니콜라우는 세계 최고 '루프 토퍼' 커플로 유명하다. 그들은 세계 초고층빌딩을 두루 섭렵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반 베르쿠스와 안겔라 니콜라우는 세계 최고 '루프 토퍼' 커플로 유명하다. 그들은 세계 초고층빌딩을 두루 섭렵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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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빌딩에 오르는 이들이 있다. 안전 장비는 없다. 빌딩 꼭대기에 올라 위험천만한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긴다. 유명 등산가들이 히말라야 고봉에 오르듯 세계 초고층빌딩들을 섭렵한다. 지붕에 오른다고 해서 ‘루프 토퍼(Roof Topper)’라는 호칭이 따른다. 자신들은 ‘스카이워커(Skywalker·하늘을 걷는 자)’를 자처한다. 추락해 죽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은 왜 법을 어기면서까지 보기만 해도 아찔한 도전에 나서는 걸까.

①세계 최고 남녀 ‘루프 토퍼’의 만남

안겔라 니콜라우는 초고층빌딩에 올라 곡예를 펼치거나 패션잡지 모델 같은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넷플릭스 제공

안겔라 니콜라우는 초고층빌딩에 올라 곡예를 펼치거나 패션잡지 모델 같은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넷플릭스 제공

러시아인 이반 베르쿠스는 최고 수준 루프 토퍼로 꼽힌다. 그는 외톨이였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기도 했다. 어느 날 높은 곳에 한 번 오른 후 활력을 얻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그는 곧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스타가 된다. 큰돈까지 만진다.

또 다른 러시아인 안겔라 니콜라우는 루프 토퍼로서는 후발 주자다. 니콜라우는 곡예 같은 동작과 화려한 의상으로 눈길을 잡는다. 그는 어려서부터 곡예와 체조에 능했다. 어느 날 베르쿠스가 니콜라우에게 협업을 제안한다. 니콜라우는 여러 노하우를 배울 기회라 생각하고 손을 잡는다. 두 사람은 목숨 걸고 세계 유명 초고층빌딩들을 함께 오른다. 사랑에 빠진다. 세계 최고 루프 토퍼 커플이 탄생한다.

②세계 2위 초고층 빌딩에 올라라

이반 베르쿠스와 안겔라 니콜라우는 세계를 돌며 초고층빌딩에 올라 아찔한 사진과 영상들을 찍는다. 그들의 행동은 불법이다. 넷플릭스 제공

이반 베르쿠스와 안겔라 니콜라우는 세계를 돌며 초고층빌딩에 올라 아찔한 사진과 영상들을 찍는다. 그들의 행동은 불법이다. 넷플릭스 제공

커플의 거칠 것 없던 행보는 코로나19에 가로막힌다. 여행이 봉쇄되며 더 이상 초고층빌딩들에 오를 수 없다. 생계가 막막하다. 둘 사이 갈등이 깊어진다. 베르쿠스와 니콜라우는 2022년 말레이시아 ‘메르데카118’을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완공을 눈앞에 둔 세계 2위(679m) 높이 초고층빌딩이다. 디데이는 카타르월드컵 결승이 열리는 날. 경비가 허술한 틈을 노린다.

베르쿠스와 니콜라우는 피뢰침 같은 빌딩 첨탑에 올라 연출된 동작을 펼칠 수 있을까. 삼엄한 경비를 뚫고 건물 진입이라도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둘이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나서는 후반부를 보고 있자면 땅이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③출구 없는 젊은이들의 돌파구 찾기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이반 베르쿠스와 안겔라 니콜라우는 세계 2위 높이 초고층빌딩에 올라 삶의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 넷플릭스 제공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이반 베르쿠스와 안겔라 니콜라우는 세계 2위 높이 초고층빌딩에 올라 삶의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 넷플릭스 제공

초고층빌딩에 오르다 숨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베르쿠스와 니콜라우 주변인들도 추락으로 최후를 맞은 경우가 많다. 그들은 왜 맨손으로 세계의 마천루에 오르는지 기성세대는 이해하기 어렵다.

다큐멘터리는 명확히 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베르쿠스와 니콜라우의 사연만으로도 루프 토퍼들의 동기를 짐작할 수 있다. SNS가 만들어낸 새로운 경제 환경을 들 수 있다. 미래가 불투명했던 베르쿠스와 니콜라우는 적성에 맞는 초고층빌딩 오르기에서 삶의 돌파구를 찾았다. 그들이 21세기 지구촌 청춘들을 대표한다 할 수 없으나 젊은이들의 불우를 엿볼 수 있다. 둘이 ‘닫힌 사회’ 러시아 출신이라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뷰+포인트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집 거실에서 고소공포증이 느껴질 수도 있다. 베르쿠스와 니콜라우가 머리에 단 카메라로 찍은 영상들은 경이롭다. 메르데카118에 오르기 위해 현지에서 몇 달을 훈련하며 작전을 짜고 인내를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 박수를 쳐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에 쉬 동의할 수 없다. 엄연히 불법이라서다. 보는 내내 놀라우면서도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루프 토퍼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이 다큐멘터리의 성취다. 지난 1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상영됐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2%, 시청자 9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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