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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지선다' 제출에 1년 허비, 그마저 정부가 '패싱'… 연금개혁 자문위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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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지선다' 제출에 1년 허비, 그마저 정부가 '패싱'… 연금개혁 자문위 무용론

입력
2023.11.08 10: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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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장애물을 걷어라]
재정계산위 자문안과 따로 노는 정부안
갈등 표출 끝 복수 시나리오 제시 그쳐
청년이 바라는 연금 대변할 위원도 부재

정부가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거쳐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연합뉴스

정부가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거쳐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연합뉴스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으로 통용되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 최근 수립되면서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계산위가 복수안으로나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등 국민연금의 핵심 지표를 조정하는 모수(母數)개혁 방안을 내놨지만 정부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서다. 재정계산위 자체가 내부 이견으로 합의된 안을 도출하지 못한 데다 위원 구성부터 청년세대의 의견을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갈수록 정부 개혁안에 영향력 약해져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7일 보건복지부, 학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5년 주기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전문가 중심의 연금개혁 자문기구를 꾸리고 이곳에서 마련한 보고서를 참고하는 절차를 거쳤다.

1~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과 그간 재정계산위 최종보고서를 비교하면 둘 사이에는 3차 때까지 어느 정도 일관성이 이어지다 4차 때부터 차이가 생겼다. 2003년 1차 재정계산위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한 세 가지 안을 보고서에 담았는데, 종합운영계획에는 그중 보험료율 15.90%에 소득대체율 50%를 조합한 안이 포함됐다.

2008년 2차 때는 직전 해 연금개혁을 감안해 재정계산위는 재정안정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정부도 이를 수용했다. 2013년 3차에서는 재정계산위가 모수개혁안 없이 재정운영 방식 두 가지 안을 제시했는데, 정부는 4차 재정계산 전까지 목표를 설정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종합운영계획에 넣었다.

이런 흐름과 달리 2018년 4차 재정계산위는 1998년 이후 9%로 고정된 보험료율을 올리는 두 가지 안(즉시 11%·단계적 13.5%)을 냈지만 정부는 보험료율 유지와 소득대체율 인상까지 조합한 네 가지 안을 종합운영계획에 담았다.

올해 5차에서는 재정계산위가 24개에 달하는 연금 개편 시나리오를 내긴 했지만, 기본 전제는 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한 보험료율 인상안(12%, 15%, 18%)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종합운영계획에 보험료율 인상조차 '숫자'를 넣지 않고 국회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인 수준을 결정하기로 했다. 연금 전문가들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20여 차례 연구과제 발표와 토론을 거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도 모수개혁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또한 수급 대상을 조정하고 저소득층에 집중하자는 재정계산위의 기초연금 개편안도 정부는 종합운영계획에 담지 않았다. 재정계산위의 한 민간위원은 "국회에 정부 개혁안을 내기 위해 구성한 위원회인데, 4차 때부터 정부가 자문안을 받지 않으며 위상과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했다.

20년 이어 온 재정계산위원회도 변화 맞나

지난 9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 관계자들이 소득대체율 상향 없는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 관계자들이 소득대체율 상향 없는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재정계산위가 법정위원회가 아닌 자문기구라 애초에 역할이 불분명한 측면도 있다.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하도록 명시했을 뿐 그 방법과 절차 등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제도 전반의 개선 사항을 논의하는 위원회 명칭도 운영개선위원회(2차), 제도발전위원회(3·4차), 재정계산위원회 등으로 달라졌다.

정부는 통상 외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수준에서 연금 가입자 단체와 학계 등의 추천을 거쳐 재정계산위를 구성하는데, 번번이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을 놓고 갈등이 반복됐다. 특히 5차 재정계산위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한 남찬섭 동아대 교수 등 민간위원 2명이 중도 사퇴했고, 모수개혁안은 우선순위 없이 24개 시나리오 나열에 그쳤다. 재정계산위가 내놓은 안을 정부가 받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남 교수는 "위원회 성격상 이견이 불가피한데 양쪽 주장이 충돌할 때 이를 중재하는 기능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젊은 층이 빠진 위원회 구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등 국정감사에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세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데, 연금을 논의하는 위원회에 청년이 없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분석에 따르면 15명으로 이뤄진 재정계산위의 최연소 위원은 1973년생(50세)이다. 재정계산위 산하 재정추계전문위원회(총 12명)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총 11명)도 최연소가 각각 1982년생(41세)과 1981년생(42세)이다.

재정계산위 운영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도 차후에는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연금 이외에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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