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를 찾아 취임 후 세 번째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기조인 건전재정과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강조했다. 대내외 환경과 여건 불안으로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인정하고, 국회 협조와 협력을 10여 차례 당부했다. 연설 내용 이상으로,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소통한 의미도 컸다.
내년 예산 657조 원에 담긴 국정철학과 관련, 윤 대통령 연설은 약자보호와 성장동력 예산투입 등을 강조했으나 전반적으로 기존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의 달라진 자세는 평가할 만하다. 이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야 수뇌부의 순서로 부르는 관행과 달리 윤 대통령은 “함께해 주신 이재명 민주당 대표님”이라며 야당을 먼저 호명했다. 본회의장 입장 때는 야당 의원을 먼저 찾아 악수를 청하고, 이 대표에게 다가가 인사하는 등 야당을 한껏 예우하는 모습이었다. 시정연설 후엔 여야 상임위원장과 1시간 이상 간담회와 오찬을 갖고 각종 현안을 경청하는 등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였다. 다만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본회의장 밖에서 침묵 피켓시위를 벌여 일주일 만에 '신사협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5부 요인 및 여야 수뇌부와의 사전 환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짤막한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민생경제가 어려우니 현장 이야기를 많이 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말미에 "초당적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며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을 상대하면서 대통령은 취임 1년 6개월이 다 되도록 민생과 정국 현안을 놓고 야당 대표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없었다. 무슨 이유를 댄다 하더라도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표와의 형식적 만남으로 당면 현안에 대한 야당 협조나 정치복원을 바라긴 어렵다. 윤 대통령의 야당 예우가 예산정국을 염두에 둔 일회성이 아니라는 걸 실천적으로 보이길 바란다. 어렵더라도 대화와 타협으로 나아가야 한다. 의회민주주의는 그게 전부라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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