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중년의 억울한 해고, "어찌해야 하죠?”

입력
2023.10.30 04:30
수정
2023.11.23 13:34
25면
0 0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 성취도 크지만, 한국의 중년은 격변에 휩쓸려 유달리 힘들다. 이 시대 중년의 고민을 진단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해법들을 전문가 연재 기고로 모색한다.


법률 : <4> 내 일자리 지키는 법

2022년 중·장년 퇴직 사유

2022년 중·장년 퇴직 사유


해고통지 다음날, 무단결근 안 돼
사직서 제출ㆍ출근ㆍ징계위 대처
‘해고 요건’까지 냉정하게 살펴야


“인사팀장이 저를 부르더니 갑자기 사표를 쓰라더군요. 제가 후배 직원들을 괴롭혔다면서요. 거부하니 위로금을 주겠다며 재차 권유했어요.”

김대철(51ㆍ가명)씨와의 상담 내용이다. 경영진으로부터의 ‘매출 압박’에 못 이겨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했는데, 이게 그의 발목을 잡았다. ‘사직서를 안 쓰면 계속 근무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인데 해고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김씨는 “경영진과 후배들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혼자 야근한 세월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면서 “인사 적체로 6년 동안 승진도 못했는데 30년 가까이 몸담은 직장에서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기업의 중간 관리자였던 김씨는 상사와 후배의 기대에 모두 부응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실직이었다. 비단 김씨뿐 아니다. 중년 구직자 10명 중 7명은 비자발적으로 퇴직했다. 게다가 비자발적 퇴직 비율은 유독 중장년층에서만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해고 통보를 받았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사직서를 제출해야 할까? 회사의 압박에 끝내 사직서를 제출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사직서를 제출하면 부당 해고를 다투는 데 불리하게 작용한다. 사직서를 내더라도 사직서에 ‘회사의 해고에 의해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추후 대응에 큰 도움이 된다.

’정당한 해고’의 판단 기준

’정당한 해고’의 판단 기준

징계위원회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물론 ‘징계’라는 단어에 억울한 감정이 앞설 수 있지만, 냉철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고는 3요소(징계 사유ㆍ절차ㆍ수위의 적정성)가 충족돼야 한다. 그러므로 이 세 요건이 충족된 해고 통보인지 따져보자. 또 회사에서는 취업 규칙(인사 규정 등)에 해고 사유와 절차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취업 규칙만 숙지해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 ‘직장내 괴롭힘’을 사유로 중간 관리자를 징계하는 사례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 경우 회사는 종종 모호한 내용을 ‘징계 사유’라고 통지하는 경우가 있다. “피해 직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원회에 출석하면, 당혹스러운 마음에 ‘당장 결백을 증명하겠다’며 불분명한 기억까지 억지로 끼워 맞춰 진술하기 쉽다. 하지만 먼저 회사에 ‘나의 혐의를 특정해 달라’고 요구한 뒤 천천히 소명해도 늦지 않다. 한번 언급한 내용은 번복하기 어려운 데다, 그 진술이 엉뚱한 다른 오해를 만들어 새로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퇴사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부당 해고로 생각된다면, 회사 측에 ‘나의 퇴사가 정당한 해고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회사에 다시 심사를 해달라고 이의 제기를 하거나 재심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 퇴직금을 수령할 때에도 회사에 서면으로 “퇴직금 수령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해고의 정당성을 다툴 의사가 있다”고 통보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해고통지를 받은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야 할까? 당연히 출근이 쉽지는 않겠지만 감정을 앞세우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부당 해고로 인정받아 복직하더라도 회사는 다시 ‘무단 결근’을 이유로 해고 절차를 밟을 수도 있고, ‘중요 프로젝트를 담당하였던 직원의 결근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면서 배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당 해고를 다투고자 한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해고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해고무효확인소송은 제소 기간의 제한은 없지만, 노동위원회 절차보다 오래 걸린다. 부당 해고로 인정이 된다면 지출했던 변호사 비용도 회사로부터 일부 배상받을 수 있다. 마음먹었다면 절차는 신속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대철씨처럼 부당한 해고를 당한 모든 중년 근로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40~50대까지 현장에서 쌓아 올린 당신의 경험과 능력은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니 부당한 상황에서 자신감을 잃지 말자. 법의 보호 아래, 당신의 권리는 분명히 지켜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도 혼자가 아님을 기억하자. 갑작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어려운 순간도, 당신 인생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그 페이지를 넘기면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박은지 변호사ㆍ서울중앙지법 상근조정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