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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붕괴론' 도는 지역의료, 거점 국립대병원이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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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붕괴론' 도는 지역의료, 거점 국립대병원이 살릴 수 있을까

입력
2023.10.20 04:30
수정
2023.10.20 09: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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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완결형 필수의료 전략 발표]
대학병원 분원 증설 땐 '수도권 의료 블랙홀' 심화
정부, 국립대병원 중심 지역의료 체계화 전략 제시
지역 의사 확보 위해 지역의사제 등 단기책도 필요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정부가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필수 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19일 충북대병원의 모습. 연합뉴스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정부가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필수 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19일 충북대병원의 모습. 연합뉴스


지방의료원은 파견 의사가 오지 않으면 수술도 쉽지 않아요.

지방의 한 국립대병원 교수

지방 국립대병원 A교수는 "어느새 수술방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됐다"며 지방의료 현실을 전했다. 이 지역 지방의료원은 몇 달 전만 해도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없어 다른 병원 소속 마취과 교수가 파견 진료를 오지 않는 한 급한 환자라도 수술 날짜를 정하기 힘들었다. 최근 가까스로 충원에 성공했지만 새로 온 의사가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지 예상하기 힘들다. A교수는 "필수의료과 교수는 언제든 다른 병원에 갈 수 있다"며 "의사들 연봉은 계속 오르는데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은 감당할 수 없으니 인력난은 당장 해소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06년 이후 18년간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묶이면서 생긴 의사 부족 문제는 지역의료 생태계를 직격했다. 필수의료 인력도 구하기 힘든 지방 병원은 점차 지역 환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이들이 서울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오가는 일이 늘어나면서 병원은 더욱 의사 확보가 힘든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지역의료에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비관적 전망도 돈다. 이른바 '2028년 붕괴론'이다. 서울 최고 의료기관인 '빅5(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성모 서울아산)'를 포함해 수도권 대학병원 9곳이 2026~2028년 수도권에 잇따라 분원을 지어 6,000병상 이상을 새로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대학병원들이 분원을 채울 의사 확보에 나서고 이에 따라 지방 의사들의 상경이 가속화되면 의사도 환자도 지역 의료기관을 외면하는 사태를 맞을 거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빅5 가서 진료받는 비수도권 환자 10년 새 43% 증가

전국의 인구 10만 명당 치료가능 사망률(왼쪽)과 중증·응급의료체계 질을 나타내는 중증도 보정 사망비. 색이 짙을수록 열악한 편이다. 공공의료연계망 홈페이지 캡처

전국의 인구 10만 명당 치료가능 사망률(왼쪽)과 중증·응급의료체계 질을 나타내는 중증도 보정 사망비. 색이 짙을수록 열악한 편이다. 공공의료연계망 홈페이지 캡처

보건복지부가 19일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에서 지방 국립대병원을 '빅5' 수준으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가장 앞세운 것은 지역의료 붕괴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의 지역의료 거점화'를 표방하며 병원마다 전임교수를 10명 이상 늘리고, 이들이 민간 의료기관으로 이탈하지 않게 연봉을 최대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립대병원이 지역 중소병원에 실질적 관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행 의료체계의 난맥상이 방치되는 동안 지역의료의 질은 주민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떨어졌다. 공공의료연계망에 따르면 치료 적기를 놓쳐 숨지는 '치료가능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 비율)'의 전국 평균은 43.7명인데 17개 시도 중 9곳이 평균 이하다. 지역별 중증·응급의료 질을 가늠하는 '중증도 보정 사망비(1 이상이면 초과 사망 발생)'를 보면 서울 0.87, 대구 1.15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이 심각하다.

이렇다 보니 수도권 병원을 선택하는 지역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수도권 거주자 가운데 빅5 병원에서 진료받은 인원은 2013년 50만245명에서 지난해 71만3,284명으로 42.5% 급증했다.

복지부 "지역의사제보다 자발적으로 남게 제도 개편"

조규홍(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립대학교병원 필수의료의 중추로 육성,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의사 수 확대 등 필수의료 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조규홍(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립대학교병원 필수의료의 중추로 육성,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의사 수 확대 등 필수의료 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국립대병원 거점화와 의대 정원 증원을 지역의료 정상화의 핵심 대책으로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정책은 효과를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인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늘어나는 의대 정원을 지방 의대에 주로 배정하고 지역인재 전형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대표적이다. 지방 의대를 졸업한 의사는 지방에서 근무하는 비율(광역시 기준 60%)이 높고 지역 출신 졸업생이라면 더욱 그럴 공산이 큰 만큼, 현행 40%인 지역 학생 선발 비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지역 출신 의대생이 지역에서 수련한 경우 그 지역 의사로 남을 확률이 85%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수련 체계를 개편해 자발적으로 남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지방 국립의대를 졸업하면 일정 기간 지역 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의사제'나 은퇴 의사를 지방 병원에 투입하는 '시니어의사 파트타임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현 제도에서 인력을 배분하면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인력이 지역 공공의료로도 충분히 가도록 지역의사제로 배분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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